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읽고 나서 뭔가 남는 책. 눈물을 펑펑 쏟을만큼의 차라리 신파조에 가까운 책은, 책 때문에 운다는 핑계로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좋고, 옆에 사람이 '실성했나..?' 싶게 쳐다볼지라도 책 보면서 실실 웃을 수 있는 책도 좋고, 나 스스로가 어디가서 뻐길만큼의 지식의 소유자가 아니란 걸 알기에 내 머리 속을 상식 혹은 지식 같은 걸로 채워주는 책도 좋고.. 눈물이거나 웃음이거나 혹은 지식이거나 나의 빈 그릇을 채워주는 그런 책 말이다.

 몇 해전에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가 한참 유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 유행이 나에게까지 미치지는 못하여 나는 그저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그리스로마신화라고 제목을 단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저 사람의 그리스로마신화를 굳이 읽어야 할 이유가 있겠어..?" 싶어서 그저 보아넘기기만 했었다.

 그런 내가 어제밤부터 잠을 설쳐가며 단숨에 읽어낸 책이 바로 이 책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4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책을 덮고 나니 남는 것은 "멋지다"는 감탄사와, 어디가서 "헤라클레스가 말이야~...." 하며 아는 척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게 나를 채워준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지식.

 "곁가지로 자꾸 새면 서사 줄거리가 어수선해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신화는 큰 기둥줄기의 곁가지에 밤하늘의 별처럼 촘촘히 매달려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P56~57)

 사실 오래전에 나온 그리스로마신화를 대강만 읽어본 나이기에, 이 책 초반에 나오는 신들의 계보(?)에 관한 얘기에서 많이 해맸다. "-우스"니, 혹은 "-레스"로 이름이 끝나는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인명 혹은 신들의 이름과 누가 누구를 낳고 식의 계보파악이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지만, 간단하게 도표를 자그마하게 그리니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작가의 말마따나, 큰 줄기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곁가지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어야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결코 삼천포로 빠지는 곁가지는 없었던 것 같다.

 바람둥이 제우스와 인간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를 곱게 볼리 없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 자신 때문에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판에 버려진 헤라클레스에게 헤라가 젖을 먹이는 장면은 아이러니컬했고, 그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은하수(milky way)는 서양인들의 고대 우주관 같은 걸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고 내 마음대로 추측해본다. 헤라가 보낸 뤼사(발광)으로 인해 헤라클레스가 처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너무 안타깝다. 이 후 그 죄값을 씻기 위해, 헤라클레스가 겪게 되는 12가지의 고난 혹은 시련은 인간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역시 내 마음대로의 추측이다.

 "신들은 앞문을 닫을 때는 반드시 뒷문을 연다고 들었습니다."(-P119)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발광하여(?) 처자식을 죽인 헤라클레스가 자결하려 할 때 이를 말리며 테세우스가 했다는 말.. 멋지다. 내게도 필요한 말이 저런 말이다. 지금은 모든 문이 내 앞에서 닫힌 듯이 보이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고 내 어깨를 도닥여주는 용기의 말..

네메이아의 사자 처치,  물뱀 휘드라와의 대적, 뿔달린 암사슴을 포획해 오는 일, 아뤼멘토스의 멧돼지를 사로잡는 것,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치우기,  스팅팔라스의 새들 쫒기,  크레타의 황소 처치,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풀어오는 것, 게뤼오네스의 붉은 소떼 몰아오기,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에서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 등.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들이지만 우리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정말 멋지게 그것들을 처리한다. 멋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말이 통하는 느낌을 가져본 게 언제였던가.. 가끔은 반어적으로, 또 가끔은 해학적으로,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젊은 감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분이 책 앞날개에 있는 백발노인(?)이 맞나 싶어서 작가의 사진을 몇번이나 쳐다봤다. 작가 이윤기의 팬이 될 것 같다. 언젠가 유럽여행의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기도 하고, 문장과 어우러져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줬던 책에 소개된 조각품들 그리고 그림들을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절실히 했다. 이 시리즈의 나머지책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야지 싶을 정도로 내겐 좋은 책이었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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