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기도 전에 가슴이 뭉클해진 이유는 뭘까..

앞표지에 나오는 뭔가를 체념한 듯이 보이는

소년병사의 애처로운 모습 때문이었을까..?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시에라리온"이란 나라조차 생소했다고 하면

그건 나의 무지일까 혹은 무관심일까..?

1980년생 이스마엘 베아. 내 또래의 그가 무슨 일을 겪었나..?

그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누구에게 놀림을 당하면 친구를 괴롭히는 말썽쟁이였고,

어느 날 우연히 접한 랩음악이 너무나 좋아서 친구들과 무리지어

노래를 듣고, 그 노래를 따라 하고, 춤 연습을 하던.

인근에서 열린다는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려고 친구들 형과 함께 지을 나섰기에

부모님에겐 떠나온다는 말도 하지 못했던 그냥 철부지 아이였다.

그런 그가 뜻하지 않게 전쟁에 휘말렸다.

그가 묘사한 전쟁의 참상이 너무나 생생해, 그의 경험을 상상하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같이 다니던 무리들과도 헤어지게 되어 홀로 몇날며칠을

헤매던 날들.

"살아 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이 있단다.

더이상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잃게 되면, 그 때 죽는 거야."(-p80)

라는 아버지의 말을 의지해 보낸 많은 시간.

피난길에서 죽은 친구 사이두. 그 밖에도 처참하게 죽어가는 많은 시체들을

눈으로 보아야 했던 일.. 그 때 그는 겨우 열두살, 열세살의 나이였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 지구 어느 켠에서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던

그에게 내가 부린 게으름과, 복에 겨운 투정이 부끄러웠다.

친구들과 헤매다 가족들을 다시 만날 뻔했지만, 반군들의 공격으로 가족들이 몰살당하는

상황에서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부모 형제들의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처참한 광경 앞에서..

 

다행히 정부군이 있는 옐레에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지만, 반군에 포위되어

총을 지급받고 소년병이 되었던 이스마엘이, 마리화나를 피우고 코카인과 화약을 섞은

브라운-브라운을 씹으며 환각에 빠지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광이 되어가던

그 시간에, 지구 이 쪽 편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적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아라, 너희 부모, 가족을 죽인 반군들, 너희들을 이런 꼴로

만든 놈들이라고 생각하란 말이다."(-p165)

전쟁이 만들어낸 죽이고 죽는 소용돌이 한 중간에서 그저 살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는

끔찍한 체험들.. 사람을 죽이지만, 아무런 죄책감을 가질 수 없었던 그 시간들은

그의 시간이 아니었다.

유니세프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보호센터로 옮겨진 이스마엘과 같은 소년병들이  반군과 정부군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고 총격을 벌이는 일을 보면서 전쟁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고,

치유하기 힘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몇 개월간의 힘든 보호,치료 과정을 통해 그는 서서히 전쟁의 기억을 없앨 수 있었고,

삼촌을 만나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갔지만 불과 얼마후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목숨을 건 탈출, 그는 뉴욕에서 학업을 마치고, 지금은 국제 인권감시기구인 "후먼라이츠워치"의

어린이 인권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단다.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 전쟁의 한 가운데서.

어떤 전쟁도 선한 전쟁은 없는 것 같다. 명분이 무엇이든,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전쟁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겨우 열서너살 된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전쟁이라면,

무엇을 위한 것이건 전쟁만은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이스마엘의

앞으로의 삶이 행복하길 간절히 빌어본다. 그 끔찍한 전쟁의 기억들 빨리 씻어낼 수 있길

기도한다. 또하나,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소년병들이

얼른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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