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페어로 오렴 - 언니가 다 알려주는 워킹 홀리데이 성공법
임진영 지음 / 새움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최근들어 "여행기"로 알고 펼쳐 든 책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얼마전에  인도에 정착(?) 비슷한 걸 하게 된 한 여인네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도 펼쳐보니 여행기라기보단 "정착기" 같다.  아직 외국에 나가보지도 못한 나는 "오페어"란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오페어가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책 표지에 나오는 "돈벌고 여행하고 영어 배우고"란 문구에 혹해 책을 펼쳐들었다. 오페어에 대해 가장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페어는 외국에서 온 여성이 아이들을 돌보고 가사일을 일부 돕는 대신 숙식과 약간의 돈을 제공받는다."(p13)는 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내가 전혀 몰랐던 외국 체험의 방식이라 "이런 제도도 있구나" 싶었다.

    "언니가 다 알려주는 워킹 홀리데이 성공법"이라는 소개문구가 이 책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이 책은 오페어에 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페어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오페어를 하기 위한 준비사항, 필요한 각종 서류와 오페어 구하는 방법과 오페어 면접 때 주로 묻는 것과 물어보아야 할 것, 출국전 준비해야 할 물품들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페어를 하며 호주 체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언니"라는 단어에서 대변되듯, 글쓴이는 20대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글을 쓴 듯 하다. 하긴 "오페어 자리는 보통 90%이상 여성을 선호한다."(p26)는 말처럼 오페어에 관심을 가질만한 대상도 20대의 여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리라.  <오페어란 무엇인가>와 <오페어로 호주가기>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모르던 다른 세계를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세번째 장 <오페어로 생활하기>와 <그 밖에 알아두어야 할 상식들>을 읽으면서는 글쓴이에겐 아주 미안한 말이지만 굳이 이렇게 구`차`하`게까지 하며 호주에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며칠전에 본 영화"내니다이어리"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오페어란 무엇인가>에서 "보모, 마더스 헬프, 그리고 오페어비교"란 제목아래 이미 세 가지에 대한 비교를 해 놓았음에도 글쓴이가 소개한 오페어의 역할은  흔히들 말하는 "가정부" 혹은 "식모"라는 약간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여행"과 "영어"는 어디로 가버리고, 그저 호주 어느 가정에서 후진국의 이미지를 가진 동양인이 선진국 호주에 "빌붙어 사는" 조건으로, 약간의 돈을 받는 것에 지나지 않잖아? 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해버렸다. 그렇지 않은 면이 충분히 있음을 글쓴이가 여러 군데서 설명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는 말이다.

    초반엔 재미있게 읽던 책을 중반부에선 약간 삐딱하게 읽어나가다가 제5부 <나의 오페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삐딱하던 내 시선이 풀렸다. 내가 책을 펼쳐들며 기대했던 "여행"과 "영어"도 오페어를 통해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주인의 가정에 직접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호주 겉핥기식의 여행이 아니라 호주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그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찍는 기념 사진도 중요하지만, 우르르 갔다가 사진 한 컷 찍고 돌아서는 해외여행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 더 값질 것 같다.

   "아침은 각자 알아서 자기가 먹는 시리얼을 챙겨 먹어 크게 신경 쓸 건 없었지만 처음에 나는 이렇게 아침을 부실하게 먹여도 되나 하는 생각에 아이들한테 게란을 삶아줬다. 초기에 별말 없던 줄리아는 내가 계속 먹이니까 왜 먹이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내가 그렇게 아침을 시원찮게 먹으면 금방 배가 고플 거 같아 먹였다고 하니 서양인들은 아침을 많이 먹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 그만 먹였던 적도 있다."(p199)는 그녀의 에피소드가 왜 그렇게 웃긴지 '푸훗'하는 웃음이 났다.

    글쓴이가 호주에서의 오페어 생활을 통해 만난 다양한 호주 가정의 모습과 여러 나라에서 온 오페어들을 만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다른 듯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넓은 세상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도 만나게 됐다.  호주 오페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참고서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타클로스 - 산타할아버지의 마법 세계 Carlton books
로드 그린 지음, 신윤경 옮김 / 삼성당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보따리 같은 책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을 가지고 싶었던 건 내년이면 다섯살이 되는 조카 때문이다. 아빠 엄마랑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인 나랑 같이 지내는 꾀돌이 조카가 12월이 되면서 tv에 무척이나 자주 등장하는 크리스마스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인식을 했나 보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산타할아버지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를 tv가 이 꼬마에게 교육을 시킨 것이다. 그 점을 노린 가족들은 아이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산타할아버지는 말 잘 듣는 아이에게만 선물을 가져다 준다."고 훈육을 시켰고, 아직 마냥 순수하기만 한 아이에게 그 말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산타할아버지를 너무나 보고 싶어하는 아이라 이 책을 보고선 입이 "하~"하고 벌어졌다.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책을 몰래 두고 가신 거야." 했더니 너무 좋아서 책을 끌어안고선 고맙다고 생글생글. 그렇게 핑계는 조카였지만, 실제로 책을 본 나 역시 책이 너무 예뻐 정말 흡족했다.
  우선 책표지. 인터넷화면에서 보면서도 표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표지에 보석같은 큐빅이 박혀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큐빅과 빨간색 표지가 어울려서 책이 참 고급스럽게 보였다. 또 하나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책이 예상보다 꽤 크다




이 책을 간단히 말하자면 all about Santa!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산타에 관한 모든 것. 산타클로스가 사는 곳, 산타클로스의 주변인물(? 요정, 사슴, 산타할머니)들, 산타클로스의 작업실, 산타클로스의 옷과 썰매에 이르기까지 산타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책 곳곳에 숨겨져 있는 선물보따리 같은 구성들이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몰래 숨어 있는 요정 찾기가 재미있었던지 몇 번이나 만지작만지작거리는 조카는 책을 손에서 놓을 줄을 몰랐다. 



손에 잡힐 듯한 입체적인 그림도 역시 아이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어린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붙이는 데는 이런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글자를 익히지 않아 책을 읽어줘야 하지만, 책이 재미있는 놀이감이란 사실을 알아내고, 책에 흥미를 붙여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치 산타가 두고간 선물을 찾듯 책 구석구석을 잘 살펴봐야 했다. 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다. 조카랑 둘이 앉아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 주변에 꽤 자주 나타난다는 산타. "눈을 크게 뜨고 보세요! 바로 옆에 그가 있을지도 몰라요!" 라고 책에 나와있다. 맞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드물었었는데, 이 책은 읽어주기에 재미있었는지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시는 모습도 무척 보기 좋았다. 조카에겐 이 책을 읽어주고 있는 할아버지가 산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온가족이 둘러앉아서 재미있게 본 책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어린 조카에게도 정말 좋은 선물이 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색의 시간 - 채색의 기초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때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주곤 했던 두 과목. 미술과 음악. 이론도 어렵고 실기는 더더욱이나 어려워, 중간기말고사마다 있던 실기시험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던 기억이 난다. 재주도 없을 뿐더러, 타고난 재능없이는 어려운가 보다 하고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다 보니, 나중엔 그저 그러려니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아니 그랬기에, 항상 부럽고, 질투도 나고, 존경스럽고 그랬다. 성악가들, 연주자들, 화가들. "유명한-"이 아니어도  家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예술家들이라면 마냥 대단해보였고, 나랑은 별종의 사람들로 생각했었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를까, 어쩜 저렇게 그림을 잘 그릴까..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아직까지도 음악에 관해서는 타고난(?!) 재주가 없다면 노력이 무슨 소용이랴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미술이라면 그래도 혹 연습하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마침 예쁜 색연필 한세트까지 포함된 한정판을 가지게 된 것은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 수준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니?"하는 계시 같은 것일까..?
   이 책의 저자 김충원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비슷하게 그려지지 않던 자신의 밑그림 스케치에 실망하다가 결국 포기해 버린 그날부터 우리는 표현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말았는지도 모릅니다."(p4)라고..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하고 맞짱구를 치는 나. "그림에 실패란 없습니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더욱 나은 그림을 위한 과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해야 하며"(p5)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서 이어지는 "성인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 5가지 이유"중의 하나인 "3.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입니다."(p6)는 말을 들으며, 내게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아니길 기대했다. 내겐 용어도 낯선 "스트로크 연습"과 "그라데이션 연습"을 따라하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물론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선 그리기 연습이나 색을 변화시키는 연습이 내겐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지만. 그래도 저자의 말마따나 "더욱 나은 그림을 위한 과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을 보고 고작 몇번 따라 한다고 해서 내가 저자와 같은 화가처럼 자연스러운 드로잉과 채색을 할 수준이 되어버린다면, 세상에 화가 아닌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색칠공부를 하며, 재미도 발견했다. 어릴 때 크레파스로 빈틈없이 메꾸는 색칠공부를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입꼬리에 웃음이 물리는 것도 신기했다.

  이 책은  <채색의 기초>, <채색의 시간>, <그림본>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색의 기초편에서 말 그대로  채색 기초에 대해 설명 듣고, <채색의 시간>에서는 그 뒤에 실린 <그림본>의 원본 그림을 채색하는 방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림본>의 밑그림 몇 장을 복사해 따라 해보았지만 역시나 내겐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리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은 줄어든 것 같다. 내겐 흥미로운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그림본의 밑그림을 들고, 자주 따라 해 보아야겠다. 색칠공부를. 그리기 혹은 색칠하기가 내게 "삶의 여유를 선물"(p7)하게 되기를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 '저주'와 '희망'의 땅에서 평화를 준비하다
채수문 지음 / 바이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지도책을 펴고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위치를 확인해봤다. 솔직히 tv에서 라디오에서 많이 들어온 아프가니스탄이란 지명이지만 낯설다.  불과 몇 개월 전에 탈레반에 피랍된 교회봉사자들로 인해 매일 같이 뉴스에서 들어왔던 바로 그 나라 아프가니스탄이건만,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탈레반이 뭐하는 집단인지조차 한번 찾아보지도 않았다. 나의 무관심과 무지 모두에서 비롯된 무식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도책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손으로 짚어보며, 반성했다. 제대로 좀 알자고..
   글쓴이는 아프가니스탄 파견 근무를 하게 된 육군중령 채수문. <한민족 리포트>라는 tv프로그램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었다는데 방송을 보지 못했기에 내겐 낯선 인물. 군대란 집단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글쓴이가 군인이란 사실을 알고선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고, 사무적인 이야기만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이야기가 쉽게 읽혀졌다.

  이 책을 통해 본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내겐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 싶을 정도로... "

  여자들은 사람도 아닌가? 이슬람 율법은 원래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데, 이건 보호가 아니라 구속인 듯하다. "이 나라에서는 어느 집을 가든지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여자들이 안 보이는 골방으로 피신한 뒤에야 외부인이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p44)  외부인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골방으로 "피신"까지 해야 하는 여인들의 삶이란.. 참. "아프간 여성들은 95퍼센트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p225) 부르카를 뒤집어 쓴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폭압이 가슴 아프다.

 천막학교. "아프가니스탄의 학교들은 대부분 파괴되거나 문을 닫았다. 소련과의 전쟁 중에 파괴되기도 하고 탈레반 시절에 강제로 문을 닫거나 파괴되기도 했다. -중략- 노트나 연필도 부족하다. 그저 천막 바닥에 모여 앉아 낡은 칠판 하나에 의지해 공부한다." (p55) 이 문장 읽다가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불과 몇 십년전 우리의 모습도 저래했다는 글쓴이의  비교 때문인지, 연필이며 종이 따위(!)를 감히 아깝다고 생각해본적 없이 마구 써대는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인지 모르겠다만.  탈레반은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지? 교육은 그 나라의 앞날인데, 소위 국민들을 이끌어나간다는 집단이 학교를 파괴하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글쓴이는 현재 아프간의 상황을 한국전쟁 당시의 우리나라와 종종 비교하고 있는데, 그런 동류의식 때문인지 더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또 하나. 아직도 분쟁 중인 아프간의 수많은 군벌들. 무법천지에 약육강식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아프간에도 평화로운 날들이 올까나. 척박한 자연환경과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 부족한 먹을꺼리와 열악한 교육환경이며 여성에 대한 오랜 억압. 끊이질 않는 내분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나온 "쓰레기를 버린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p7)이라는 말을 들으며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나 역시 책을 한장한장 넘겨가며 글쓴이처럼 "'저주'라는 단어를 떠올렸다."(p8)

   하지만 스스로의 힘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책에서 본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용감하고도 아름다웠다.)으로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나라 아프가니스탄. 국제뉴스란에서 더이상 시끄럽고 골치아픈 나라의 모습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 부루카를 벗어나 인간답게 사는 여성의 모습,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진심으로 살람 알레이쿰 아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카불에서 하루를 넘기는 것이 어떤 건지. 거기도 사람 사는 데니까, 일국의 수도니까, 하고 보통의 상식으로 생각하겠지. 외국에 나가서 수당도 더 받으니까 혜택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카불의 밤거리를 봐야 한다. 가로등 하나 엇이 캄캄하고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거리를, 오늘은 전기가 들어올까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석유램프의 유리등을 닦는 마음을, 오늘밤은 어디서 로켓탄이 날아오지나 않을까 하고 가슴을 졸이며 잠자리에 드는 마음을. 오죽하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기자는 르포기사에서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아남는 것이 축복인 곳"이라고 표현했을까!"(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한 바다
예룬 판 하엘러 지음, 사비엔 클레멘트 그림, 이병진 옮김 / 세용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리지 않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책의 주인공 에밀리오가 느꼈을 감정들에 대해서 "공감"이란 걸 하긴 어려웠다. 에밀리오는 태어날 때부터 듣지를 못했다. 아빠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고, 어린 아들에게 상처 줄 말들만 했다. 그러다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린 아빠. 왜 사라졌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나와있지 않다. 생각해본다. 만약, 내 아이가 귀가 먼 아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하고. 그 역시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기에 덜컥 겁이 난다. 나라고 해서 에밀리오의 아빠보다 좋은 부모가 될 꺼란 확신이 없다. 그래서 그 아이의 아빠를 무작정 비난할 자격이 내겐 없는 것 같다.   "나는 내 귓속이 막혀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막대기를 구하러 해변을 둘아다니던 끝에 두 개를 주워 피가 날 때까지 십분가량이나 양쪽 귓속을 쑤셔댔다." (p28)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안타깝다. 답답한 마음에 그랬겠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못한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내게도 답답함이 밀려오는 것 같다.
   에밀리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옆집에 사는 하비에르 아저씨. 바다가 "쏴아쏴아거린다"(p23)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고, 에밀리오의 장애에 대해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던 하비에르 씨가 죽었을 때 어린 에밀리오의 마음 한 켠엔 큰 구멍이 나 버렸을 거다. 아빠보다도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던 그였으니까. 하비에르 아저씨도 엄마도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에밀리오를 채워주는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닐까..?

"세뇨라 안나?"

"에밀리오, 왜 그러니?"

"당신과 함께 춤춰도 될까요?"

"여기엔 음악도 없잖아."

"아뇨. 세뇨라, 있어요. 바다에 귀를 기울여봐요. 쏴아쏴아거리잖아요."(p78)

긴 글에 익숙해졌는지 이야기가 너무 짤막하게 끝나 당황했다. 동화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나는 이야기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짧은 글이었기 때문에 남는 허전함만은 아닐텐데 이유모를 허전함은 왜일까..? 내 마음에 남은 허전함보다 더 많은 허전함을 가졌을 것 같은 에밀리오와 같은 아이들의 삶이 행복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