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유쾌한 심리학 1 - 너와 나,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심리 이야기 만화 유쾌한 심리학 1
배영헌 지음, 박지영 원작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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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이란 학문, 매력적이다. 한번쯤 어떤 학문일까 궁금증을 가질법한 그런 학문이고, 나 역시 심리학이 대체 뭔가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아직도 가득하다. 나의 그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채워보기 위해 "심리학"이란 제목이 붙은 몇몇 책을 접해보았지만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기존에 내가 읽은 심리학 책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겁도 없이 "심리학"이란 단어에 도전해보고자 용기를 냈을 때 찾았던 책은 [프로이드 심리학 입문] 이나 [꿈의 해석] 같은 대체로 어렵고 무거운 책들. 기초운동없이 마라톤에 덤벼든 격이었을까..? "심리학"의 호기심에 찬물을 붓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너무 어려웠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책들이 아닌 것 같아서 한동안 심리학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렇게 잠시 거리를 두다가 눈에 띄이는 가벼워 보이는 심리학 책들. 다시 한번 욕심이 나서 읽어본 몇몇 "가벼운" 심리학 책들은 "너무" 가벼웠다.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호기심을 떨어뜨렸다. 모두다 핑계일지 모르겠다. 너무 어려워도 탈, 너무 가벼워도 탈. 이래저래 책 트집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심리학에 대한 생각을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방어기제인 "투사"정도로 정리하면 되려나..?

    오랜만에 심리학 책 한권을 읽었다. 만화로 된 심리학 책이다. 이 책을 다 훑어보고 나서 한마디로 평하자면 이 책은 "가벼운" 심리학 책이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심리학 책은 아닌 정도로 분류해도 될까나..? 이건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판단임을 미리 말해둔다.  가볍지만,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재미"와 "지식욕"이 함께 충족되는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학습"만화"의 장점이 잘 드러난 책이기도 하다. 복잡하지 않게 그린 그림과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 설정이 내용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야말로 만화 보듯이 훑어보다 보면, 심리학이 결코 어려운 용어만 나열하는 그런 학문이 아님을 생각케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 끝에 간단히 정리된 "요점정리" 도 좋았다. 만화는 볼 때는 재미있지만 줄글과는 달리 그림을 보고 휙하니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보고도 모르는 "감각기억"(p59)과 같을 수 있는데, "요점정리"로 인해 "감각기억"이 "단기기억"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장기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게끔 하고 있으니, 이 책의 구성 자체가 심리학 이론을 잘 적용한 책인듯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잘 몰랐던 심리학 용어를 몇 개 얻을 수도 있었다. 123쪽에 실린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증후군"이라는 말. "상황에 직접 대처하지 않고 '액땜했다고 치치 뭐'라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감소하려는"(p135) 정서중심적 대처방법이란다. 예전에 지강헌사건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도 범인들과 인질들이 이상한 친밀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나타내는 걸 보고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저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기도 했었는데, 흠.. 그럴 수도 있군.

  그리고 어렸을 때 자주 보았던 눈의 착시나 귀의 착각(?) 등에 대한 설명도 언급되어 있다. 자주 보았지만 그 이름은 몰랐던 "루빈의 컵"(술잔으로 보이기도 하고 마주한 두 사람의 얼굴로도 보이는 그림p171)이란 용어도 알게 됐고, "뮐러-라이어 착시"라는 용어도 머리속에 챙겨넣었다.

   박지영 "원작"이라고 씌인 걸 보니, 만화로 만들어지기 전의 원작이 있나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원작이 따로 있는 책이다. 재미있게 그려진 만화를 보고 나니, 그 원작 역시도 궁금해진다.  만화를 통해 형성된 "근접성"과 "초두효과"가 아직 접해보지도 못한 원작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또한 이 책의 의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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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화 -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뜻밖의 조선사 이야기
배상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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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야의 책보다 역사책을 좋아해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꼭 한번 읽어봐야지 별렀는데, 이렇게 읽게 됐다. "비화"라는 단어 때문에 재미있는 역사책일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글쓴이의 <글을 시작하며>를 통해서 그 기대감이 충족되는 느낌이었다. 글쓴이가 <글을 시작하며>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야기는 최근(뿐만 아니라)의 tv 사극 속에 보이는 여러 오류에 대한 지적이었다. "대부분의 사극이 정통을 표방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시트콤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p20)는 작가의 눈에 비친 오류 중에서도 내가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촛불"에 관한 것이었다. tv사극에서 흔히 등장하는 조명수단 양초. 글쓴이의 말마따나 "서양에서 만든 초"(p10)라는 의미의 그 양초는 19세기 중반에야 서양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데, 조선은 물론 고려시대에 양초가 등장하는 사극이란... 글쓴이를 통해 발견한 사극 속의 오류가 흥미로웠다.  마치 "tv 속 옥의 티"를 찾는 프로그램마냥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숨겨진 역사적 오류를 조목조목 언급하는 글쓴이의 글쓰기 방식이 마음에 들어, 글쓴이가 본격적으로 풀어낼 조선 이야기가 자못 궁금했다. 

    글쓴이가 본문에서 풀어낸 조선의 숨겨진 이야기는 <사건비화> <인물비화> <세태비화>의 세 가지 분야로 나뉘어진다. 글쓴이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이야기들이란 주제로 일반인들의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조선이란 나라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일반에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쓴 것 같다. 하지만 역사책을 좋아하는 터라 그런지 글쓴이가 소개하는 몇몇 이야기는 기존에 내가 어디서 주워들은 것들도 있었고(물론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이 더 많은 편이었지만 말이다.), 제목과 서문격이라 할 수 있는 <글을 시작하며>를 통해 내가 기대했던 톡톡 튀는 이야기들은 아니라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건비화의 두 번째 이야기 "살해당한 왕"에서는 경종 살해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선시대 몇몇 왕과 세자가 제명에 죽지 못하고 암살 혹은 독살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상식이 되어버렸다. 글쓴이는 일반에 알려진 경종의 죽음과 관련한 영조(당시 세제 연잉군)의 혐의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부정하고, 경종의 죽음은 누적된 스트레스와 병약한 그의 체질에 의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에 읽은터라 기억이 선명하진 못하나 역사학자 이덕일의 <누가 왕을 죽였는가>에서는 경종의 죽음과 연잉군(영조)의 관련성에 무게를 두고 서술했던 것 같은데, 그 책을 먼저 읽고 설득당해 버렸기 때문인지 글쓴이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글쓴이의 말대로라면 "특정한 혐의에 불순한 의도가 배합되면 억울한 사람을 우습게 진범으로 만들 수 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허나 이런 것이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아니겠는가..? 같은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배워야겠다. 

    그리고 사건비화의 세번째 이야기 "살인의 추억"에서는 김은애 사건과 신여척 사건을 다루고 있다. 현재의 관점에서도 쉽게 용서되지 않는 죄, 살인에 대하여 두 "범인(?)"을 방면조치함은 물론 이덕무에게 <은애전>을 서술하라 일러 오히려 칭찬을 하고 있는 정조. 글쓴이는 이에 대해 아버지 사도세자를 모함한 노론에 대한 증오와 관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전에 김은애 사건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 억울함을 참작해 준 조치겠구나" 생각했을 따름인데,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신선했다. "정조의 눈에는 무고한 은애를 모함한 안조이가 임금을 기만하고 나라를 좀 먹는 간신배의 무리로 비쳤을 것이다."(p89).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인물비화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 중에서 내 관심을 끈 것은 이징옥과 사화동이었다. "이징옥은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p184) 그렇다.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 이징옥.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내가 모르던 것이었다. 세종 대에 "명나라 사신을 대놓고 모욕한 사람"(p174)으로 소개되고 있는 그의 면모는 처음 알았다. 글쓴이가 이징옥이란 인물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이징옥이란 인물은 계유정난에 반대하여 난을 일으킨 무사였다는 정도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글쓴이는 이징옥에 대해 따로이 한 장을 할애하고 있고 세조와 박호문을 각각 다룬 장에서도 이징옥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을 통해 내게 이징옥은 "이징옥의 난"을 일으켜 정국불안을 초래한 인물이란 이미지 대신, 명나라에 굽히지 않는 꿋꿋한 자주성을 지녔던 인물로 기억될 것 같다. 사화동이란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터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고..

   세태비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조선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이다. 동방예의지국, 유교를 신봉하는 꼬장꼬장한 선비들이 살았던 나라가 아니라, 간음을 일삼고, 현재와 같이 조폭(무뢰배)들이 거들먹거리고 나다니며, 병역비리는 물론 학력위조까지 있었던 나라. 그 중에서도 관심을 끌었던 것은 "과거급제의 대가 면신례"에 관한 것. 지금으로 치자면 학년초마다 말썽이 되는  "신입생 환영회" 정도의 의미랄까...? 현재보다도 오히려 더 심한 면신례의 모습은 입안에 쓴맛이 나게 했다. 

    그러고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한 것일까? 돈이 있는 곳에 각종 비리가 난무하고, 남녀 문제가 일어나는, 현재의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조선의 모습.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조선의 숨겨진 이야기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모습들이 많아, 다소 씁쓸했지만, 어쩌랴. 그렇게 살았다는데... 나중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후손들이 바라보며 씁쓸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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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2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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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다 읽었다.. 다 읽고난 이 느낌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1권을 읽을 땐, 내가 잘 몰랐던(지금도 잘 모르는) 불교에 대한 이야기와 승려로서의 삶에 끌려 읽었고, 2권은 소위 말하는 "큰스님"이란 어떤 분들이고, 어떻게 사셨는지에 치중해서 읽었다. 2권에서는 일타스님의 본격적인 수행기. 일타스님의 수행기 뿐만 아니라 책에 일타스님과 관계된 여러 큰 스님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분이지 싶다, 성철스님을 비롯, 만공스님, 구산스님 등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극히 종교적인 삶을 살다 가신 분들을 지극히 세속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내가, 그 분들의 삶은 어떠했다고 말하기가 참 뭣하다. 참 뭣하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파악한 스님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먼저 성철스님. 불교도가 아니라도 성철스님에 관해서는 조금씩들 알고 있을테다. 나 역시 아주 조금. 사진 혹은 tv를 통해서 본 그 분의 강한 인상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 한마디. 그리고 돈오점수냐 돈오돈수냐의 논쟁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성철스님의 면모는 그 인상만큼이나 강하다. 손가락을 연비한 젊은 승려를 두고서는

    " "그놈 오기만 해봐라. 그런 무식한 새끼가 어디 있느냐. 장경각 앞에서 태우다가 정신을 잃었으면 장경각 국보를 다 태웠을 거 아닌가!"하면서 막 욕을 해댔다는"(p35) 이야기 등을 통해서 성철스님의 면모를 대강이나마 짐작해보자면(이렇게 속세적인 관점으로, 내 마음대로 짐작해도 되는지 조심스러워진다.) 말수 적은 경상도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에 비해 일타스님은 자상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편안하게 해 주는 어머니 같은 모습이랄까...?

일타스님의 삶은 끊임없는 자기연마와 수행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노장님, 소신공양은 왜 하는 겁니까."

  "부처님 법대로 살겠다는 맹세이지."

  "자신을 학대하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학대가 아니라 중으로서 자신과의 약속 같은 것이지. 저 수좌의 얼굴을 보았는가."(p192)

일타스님의 손가락 연비를 본 노스님과 젊은 스님의 대화다. 나 역시 젊은 스님처럼, 일타스님의 손가락 연비나, 추금스님(일타스님 속가의 외할아버지)의 자화장을 스스로에 대한 "학대"라고 생각했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육신에 대한 애착은 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p200)라는 말이 아직 이해되지 않는 어리석은 중생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깨끗한 부분의 종이는 가위로 오려 화장실에 두고, 글이 써졌거나 더러운 부분은 아궁이에 놓고 태우시더라고예. 그뿐만 아닙니다. 우편물이 올 때마다 봉투를 조심스럽게 개봉한 다음 봉투를 뒤집어 풀로 붙여 다시 사용하셨십니더."(p311)와 같은 일타스님의 작은 모습에 오히려 더 감동을 받는 나. 이 부분을 읽다가 내 방을 훑어보니, "너무 많이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서, 책을 읽다말고 방청소부터 했다. 구석구석 켜켜이 쌓아둔 많은 욕심들을 발견하고선 조금씩 나누고 줄여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처음으로 접한 큰스님의 삶을 다룬 이야기라 읽기에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이야기 속에 간간이 나오는 "방부 들이다"는 말이나 "조실스님", "원주스님" , "상좌", "수좌" , "연비" 같은 불교와 관련된 낱말들도 내겐 낯설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껏 내가 읽어온 책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이야기라, 이 이야기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혹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조차 잘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스스로를 끊임없이 연마하고, 주변을 감화시킨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보며, 내 삶을 한번더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참, 1권을 읽으며 일타스님의 행적을 쫓아가는 고명인 아저씨, 승려가 될 것 같다고 내 마음대로 짐작했는데, 내 짐작이 틀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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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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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가 정찬주님의 작품은 이번으로 두번째 접해본다. 지난번엔 조광조와 사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하늘의 도]를 통해 처음으로 만났고, 이번엔 뜻하지 않게 종교색이 짙다면 짙은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인연"을 통해서다.

     인연이란 두 글자는 얼마나 많은 의미를 던져주는가? 특히 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인연"이란 단어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목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한번에 스친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인지 출처도 정확하지 않고, 그래서 그 내용도 정확하지 않다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수년에 한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입은 하늘하늘한 천으로 된 옷깃으로 큰 바위를 한번씩 스치곤 지나가는데, 그 바위가 다 닳을 정도의 시간이 "겁(kalpa)"이라 한다던가. 몇 "겁"의 인연이 쌓여야만, 현생에서 옷깃 한번 스치는 인연이 된다고 했다던가.. 뭐 하여간 그런 이야기였던 듯 하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인연"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인연"이란 두 글자를 만나니, 하고 많은 책들 중에 소설가 정찬주의 글을 우연히 두 번씩이나 접하게 된 것도 인연인가, 여러 종교 중에서도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게 된 것도 인연이 있었기에 그런건가, 그 중에서도 왜 일타스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인연일까...제목 하나에 너무 감상적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이야기는 어머니를 여의고, 그 허전함을 생전에 어머니가 뜻을 두셨던 불교에서 채우려는 재미사업가 고명인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인사에 들른 그가 혜각 스님을 통해 일타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일타스님의 행적을 찾아가는 소위 "액자식 구성"이 되겠다. 이 소설을 통해 본 일타스님의 삶은 내겐 "놀랍다." 아직 1권밖에 읽지 못해, 그 삶을 다 살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친가와 외가 쪽을 합해 마흔명이 넘는 친지들이 승려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놀라움 그 자체다.

     "중여관집"이라 불릴만큼 승려들이 많이 드나드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의(일타스님의 속명이라고 한다.)는 "중 아저씨"한테서 주워들은 천수경을 글을 알기도 전에 외웠을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불교에 많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약간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출가해버린 어머니. 그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에 "외삼촌스님"과 함께 집을 나서 1942년 출가하게 된 이야기는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승려로서의 삶이 정해진 길이었던 걸까..? 그의 형, 누나, 누이동생, 어머니, 외삼촌들,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그들을 승려로서 살아가게 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도 그 깊은 속내까지 파악하지 못한 내게는 그저 "놀라움"이었다.

    종종 절에 가곤 하지만, 스님들이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승려로서의 삶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다가선 것 같다. 이야기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불교용어가 약간은 낯설고 어렵기도 해서, 읽어내기가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어려워서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탁발 공양을 받은 승려의 "오관게五觀偈"를 한번 들어보자.

   "이 음식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시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는다네" (p166)

    다른 좋은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 오관게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차려주시는 밥상, 당연한 듯 받아먹으면서도 반찬투정까지 늘어놓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겠지.....? 아직 이야기의 반토막 밖에 읽지 못해 일타스님의 진면모를 접하진 못했다. 일타스님의 승려로서의 삶과 함께 이 소설의 주인공 고명인이란 이 남자, 결국 불교에 귀의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드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2권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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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곤충이야기 풀과바람 지식나무 9
김남길 지음, 최달수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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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읽을 책이 참 많구나. 새삼스런 생각이다. 이 책은 아직 글은 잘 못 읽지만 책 보기를 좋아하는 조카랑 함께 보고 싶어서 펴든 책이다. 하지만 내가 더 재미있게 봤다.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곤충이야기인데, 어른인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실려 있어서 책을 통해 알게 된 게 적지 않다. 최근들어서야 어린이용 서적을 종종 읽곤 하지만, 어린이책이라고 쉽겠거니, 뻔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달려들었다간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오히려 더 많이 느끼곤 한다. 

    곤충이라..? 예전에 배운 게 기억이 나긴 한다. 곤충의 몸은 머리가슴배의 세 부분으로 구분이 된다는 것. 다리는 세쌍. 두 쌍의 날개. 내가 아는 곤충은 나비, 파리, 모기, 잠자리, 개미, 메뚜기. 이 정도가 전부. 그리고 대충은 "벌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녀석들. 뭐 그 정도의 배경지식(? ^^;)을 갖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왠걸.. 첫 장부터 내가 모르는 단어가 등장했다. 곤충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을 녀석의 이름이 "모뉴라"라는 것.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난생 처음 보는 단어였다는 무식하고 용감한 고백을 해 본다. 모뉴라가 서서히 진화하여 "날개가 달린 잠자리, 하루살이, 바퀴벌레 등으로 모습을 바꾸었"(p8)다는군. 그렇구나. 그리고 별로 반갑지 않은 녀석 바퀴벌레는 "살아있는 화석"(p9)이라 불릴 만큼 오랜동안 그 생김새와 유전자를 간직해왔다고..?

     이 책은 곤충의 탄생으로부터 수명, 자손, 곤충채집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곤충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귀뚜라미와 매미의 귀는 사람처럼 머리에 있지 않고, 뒷다리와 가슴 쪽에 붙어 있"(p44)다는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분명 예전에 배웠던 것도 같은데, 기억에 가물가물한 개미와 진딧물이가 공생관계. 서로서로 돕는 관계라는 것만 기계적으로 외워서 알았기에 기억이 가물거렸지만, "개미는 이 단물(진딧물이 꽁지로 내보내는 단물 - 서평자 붙임)을 공짜로 얻어먹기 위해 진딧물을 지켜줍니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다가오면 우르르 달려가서 쫓아 버리지요."(p85)라고, 진딧물과 개미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받는 줄 알게 됐으니 앞으로 잊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린이용 책이라 그런지 큼지막하게 들어간 삽화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삽화에다 작은 글씨로 곤충의 이름을 같이 표시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것. 곤충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어서겠지만, 몇몇 유명한(?) 녀석들 빼곤 이름을 잘 모르겠다. 그 점이 약간 아쉽다.

   우연한 기회에 최근에 초등학교 6학년 월간 문제집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보니, 내용정리편으로 동물의 분류에 대해 나오던데 "환형동물, 절지동물, 연체동물, 극피동물, 강장동물, 편형동물"등 어려운 용어가 잔뜩 나열되고 있더라. 한자어라 그 내용이 짐작조차 안 되는 단어들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이었고, 내게도 어렵게 느껴졌다. 이런 책을 통해 재미있고, 쉽게 다가선다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의 아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었다. 다섯살배기 조카 역시, 내용을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책에 실린 삽화가 흥미로운지 그림책 넘기듯이 이것저것 살펴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활자만 나열된 참고서를 싫어하는 초등학생들 혹은 어린이들이 재미있는 그림책 읽듯이 읽으면 재미와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어서 더 좋은 학습서가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어린이용 책 관심있게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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