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의 즐거움을 읽다.

   철학이라는 단어는 왠지 무겁다. 그리고 추상적이고 어렵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한데, 철학자라 불리우는 역사상의 인물을 살펴보면 너무나 다재다능한 완벽한 인간의 표본이 되거나 혹은 괴팍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떠올라, 그들이 "철학"에서 말하는 "삶"은 평범한 그것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꽤나 두툼한 분량의, 게다가 "철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읽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철학"보다는  "즐거움"이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해결코자 했다. 그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의 부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앤솔러지"란 단어를 몰랐다. 찾아봤다. "어원은 그리스어()의 앤톨로기아(anthologia)로 ‘꽃을 따서 모은 것’이라는 뜻이다. 짧고 우수한 시의 선집(), 특히 여러 작가들의 시를 모은 것을 가리킨다."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시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앤솔러지’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며"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참과 진리] [생명의 존귀함] [고귀한 덕] [인간의 본성] [우정] [사랑] [삶의 즐거움]이라는 일곱가지 주제로 나뉘어진 삶에 대한 짧은 글모음이다. 이 책을 굳이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에 실린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 때문이기도 하다. 헤르만헤세, 루쉰, 투르게네프, 에리히프롬, 에밀졸라, 싼마오, 톨스토이, 타고르, 라이너마리아릴케, 칸트, 베이컨, 볼테르, 루소, 칼릴지브란, 몽테뉴 뭐 등등.. 내 속에 든 지적 허영심 같은 것의 발동이었을까. 이 책 한권으로 그 유명한 인물들을 알게 되는거야..? 하는...

    책에는 일기 같은 글들도 있고, 아주 짧은 분량의 이야기들도 있고, 실린 글의 성격들이 다양하다.  성격이 급한터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읽어버렸지만,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 책의 부제처럼 "삶에 지"칠 때마다 찾아서 한편한편 읽어볼 때 더욱 와 닿는 글이 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글이 몇 편 있다. 투르게네프가 소개하고 있는 "소인배"에 관한 글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p24)된 그 소인배는 그 짜증나는 소문을 막기 위해, 다른 유명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다닌다. 그 유명화가가 한물 갔는데 넌 아직도 몰랐냐, 그 책 재미없다고 소문난 지 한참인데 너는 아직 몰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를 악랄하고 못된 녀석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말 천재인 것 같다고, "권위에 저항하는 사람으로 평가"(p25)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권위자가 되어 간 것이다. 맞는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나 헛된 명성과 잘못된 권위가 종종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선뜻 반박할 용기는 없다. 다른 사람이 좋지 않다고 하는 걸 나 혼자 좋은 것이라고 우길 용기도 없고,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을 나 혼자 비난할 용기도 없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묻어갈 뿐..

   오그 만디노의 "만약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글도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매일이 내 생의 마지막날이라면 결코 "때우거나" "죽이면서" 보낼 시간은 없을텐데, 나는 그간 그저 보내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반성해봤다. 그 밖에도 관심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곁에 두고 생각날때마다(짧으니까.) 한편씩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철학을 형이상학의 최상위 범주에 둠으로써 우리를 "ㅇㅇ주의"니 아니면 "관념""이념""궤변" 따위의 노예로 전락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죠르쥬 깡길렘에 의하면 우리고 철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반성(깨달음)>에 있다고 합니다."(p398)라는 편저자의 말을 철학에 대한 나의 잘못 굳어진 생각을 수정하는 기반으로 삼아야겠다. 묵직하지 않은 철학책이었다. 선각자들의 삶에 대한 여러 생각을 살펴볼 수 있었던 괜찮은 시간을 제공해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각각의 글쓴이들에 대한 생몰연대나 간단한 이력이 함께 기재 되어 있었더라면 글을 쓴 배경이나 그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텐데 하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역사에 몇 되지 않는 이름을 남긴 여성이다. 얼마전에 허난설헌의 삶을 다룬 소설 한권을 읽었었다. 많은 재주를 가졌지만, 조선이라는 사회의 굴레, 그리고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난설헌 허초희의 삶이 안타까웠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할 정도로 아팠다. 길지 않은 그녀의 삶이 짧아서 오히려 다행이라 싶을 정도로 아팠다. 또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이름을 남기고 있는 여성 신사임당에 대한 소설을 읽었다. 책을 읽기 전 기대도 됐지만 약간의 우려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현모양처"의 전형으로서의 여성의 삶을 "대한민국 여성 No1"이라는 제목으로 잡은 책이라면 크게 매력적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사임당에 대해 알고 싶지만, 그녀의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그녀와 같은 삶을 살라고 강요하는 성격의 책이라면 비호감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역사문학은 역사를 기록하는 근원에 교훈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까닭으로 치治와 란亂의 의미는 사람에게도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는 극작가 신봉승의 추천의 글은 좋았다. 하지만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이라는 김천주의 추천의 글은 조금 실망이었다. 현재 친일파로 거론되고 있는 김활란이나 모윤숙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주부클럽에 대한 이야기나 이 책이 특정종교의 월간지에 연재됐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는 설명 등에서 거부감 같은 것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건 내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작가가 쓴 머리말 "화폐 인물로 선정되심을 기뻐하며"라는 글은 노골적으로 이 책이 시류에 영합한 상업적인 출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했다. 

 

   그 모두가 신사임당을 지나치게 추앙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나의 삐딱성을 타는 성격에서 기인하는 반발심 같은 것일까..? 사실 문인, 화가로써 그리고 훌륭한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로서의 그녀는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을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본받고 추앙해야 할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들은 율곡 선생이 없었다면 신사임당의 존재가 있었겠느냐고 말하지만, 율곡 선생이야말로 신사임당의 영향이 없었다면 당대의 대학자로서 길이 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p9추천의글, 김천주) 나 또한 그가 말하는 "어떤 이들"에 속하는 한 사람인 모양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보자면 말이다. 하지만 과연 율곡이 그토록 추앙받는 위인으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신사임당을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신사임당이 있어 그 아들인 율곡이 훌륭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모든 자녀가 다 총명하고 뛰어났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글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일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사임당 신씨의 모습은 자상하고 단아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했으며, 효심이 깊었고 영특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그림과 글에 뛰어났으며, 자식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훌륭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칭찬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삶의 모습은 훌륭했다. 칭송할만하다. 글쓴이가 그린 훌륭한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것저것 따지고, "하느님~"하고 주로 나오는 사임당의 기도에서 특정종교색이 너무 짙은 것은 아닌가 하고 따져보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이런 책의 빛이 바래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
빅토리아 모란 지음, 윤정숙 옮김 / 아고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면서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이 아닌 다른 때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들. 이 책 [냉장고~]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자아개발서적으로 분류되는 책에 대해 크게 호감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인지, "우와~"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 한 썩 괜찮은 책이었다는 평가를 하지 못한다. 내가 만약 최근에 읽은 몇몇권의 자기개발서를 읽지 않았더라면, [꿈꾸는 다락방]이나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나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등의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우와~"까지는 못 되더라도 "오호~"하는 정도의 감탄사를 자아낼 수는 있었을텐데.. 사실 제목을 보고서 약간은 뻔한 여성을 위한 자기개발서적이겠거니 했었다. 그랬는데 책에 대한 소개를 보니 뭔가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이라는 소개문구에 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얘기해보자면 처음에 제목만 보고 느꼈던 정도에 그치는 책이다.

 

  약간은 뻔한 내용들이 실린 책이다라고 평가해버리는 것은 저자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는 발언이겠지.. 하지만 내겐 그랬다. 감사하라, 저축하라, 과식하지 말아라, 기부할 줄 알아라,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을 써라, 더 큰 세상을 꿈꾸어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가치있는 것에 돈을 지출하라, 양보다는 질을 따져라, 친구를 만들어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계획하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알아라.....

 

   자기개발서로 분류되는 책에 일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그런 방법들에 대해 나열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 듯 해 새롭다거나 신기하다거나 하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 중에서 chapter27 "기대하고 확신하고 계획하라"는 부분과 chapter46 "지금 당장 당신이 꿈꾸는 삶을 살라"에서는 스스로가 꿈꾸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R=VD란 공식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성공한 스스로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림그리는 연습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펼쳐들며 내가 기대했던 "엄청난 비법" 같은 것은 사실 절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그런 엄청난 비법을 찾으려 한 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필요를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트렌디물의 서적인 것 같다. 하지만 개개인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같은 말, 같은 글도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겐 그닥 큰 영향력을 주지 못한 책이지만, 충분히 괜찮았다, 좋았다는 평가를 해 줄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갈의 아라비안 나이트
리처드 F. 버턴 지음, 김원중.이명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다.

 

    아라비안 나이트, 혹은 1001야화. 한동안은 천일야화라는 말을 1000일야화로 이해했던 적이 있다. 책을 보다 보면 1000일야화로 설명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1001야화인지 1000일야화인지를 조사하려고 여러 책을 뒤적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에 대한 것부터 확실히 매듭을 짖자. 1001야화다. 옮긴이는 말한다. "목숨을 건 일천 번 바을 지나고서도 여전히 백척간두인 삶은 마침내 일천하루의 밤을 새고서야 그 지속을 보장받는다. 천 번이 아나라 천번과 하루의 이야기, 이 사족 같고 잉여 같은 하루가 있기에 우리의 삶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게속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하려는 것인가?"(p10)라고.. 하여간 그 유명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처음으로 "읽"었다. 어렸을 적에 tv인형극을 통해 아라비안나이트의 몇몇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긴 하다. 동화책을 통해서 알라딘의 요술램프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 등도 접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대됐다. 더군다나 이 책은 "샤갈"의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화가의 이름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유명한 화가의 이름을 들으면 괜실히 주눅이 든다. 그리고 알아둬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유명한 화가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의 결합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책 첫머리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아라비안 나이트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단일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천여 년에 걸쳐 여러 작가, 번역가, 학자들에 의해 수집된이야기 묶음집이다."(p7)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많은 국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의 성격이 담겨 있는 이야기 정도로 그 성격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래동화나 민담 속에서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기도 하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사람의 말을 해대며 사람을 위협하기도 한다. 어린 오누이를 속이기 위해 엄마 흉내를 내는 호랑이도 등장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나무꾼과 함께 살기도 한다. 상식적으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거나 "그랬다면 어땠을까?" 등의 바램이나 호기심 등이 그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으면서도 그 속에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아라비안나이트 역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아라비안나이트는 좀 황당한 면이 있다. 속된 말로 "뻥"이 좀 심한 이야기라 황당하긴 하지만 재미도 있다. 보통의 사고를 뛰어넘는 신기한 요소가 아주 강하다.

 

   이 책에는 네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각 주제에 맞게 그린 샤갈의 그림 몇몇 점이 함께 실려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하늘을 나는 목마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나르는 양탄자에 관한 이야기도 아라비안나이트의 일부였던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목마와 그를 이용해서 사랑을 쟁취하게 되는 왕자에 관한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이 이야기가 1000여년전 사람들의 공상과학 영화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바다속(보석을 돌덩이마냥 취급하는 풍요로운 곳)을 구경하는 등의 이야기는 동화로도 손색이 없다. 구전되어 온 각 민족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 속에서도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과 그들의 성관념, 도덕관념, 일상적인 상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부 압둘라와 인어 압둘라"에서는 우호적이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던 관계가 죽음에 대한 작은 생각의 차이로 파탄나고 만다. " 자네, 육지사람, 그대는 알라께서 맡기신 물건이 아닌가?' "맞네." " 그렇다면 알라께서 맡기신 물건을 되찾아 가는데 어찌하여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가? 그것을 보고 어떻게 내가 예언자를 위한 물건을 자네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p164).

 

    그리고 상인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 나라 이야기속 주인공들이 농부와 나무꾼 등 자연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비해 이들의 이야기에선 상인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은 살아온 환경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배경은 세에라자데가 죽음을 면하기 위해 날이 밝아올 때까지 왕에게 해 주는 신기한 이야기의 연속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지어낸 임기응변적인 성격이 강한 듯 하다. 그리고 죽음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이야기의 진행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나는 하룻밤의 이야기가 꽤 길 것이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짤막짤막하다. 샤갈의 그림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잘 모르겠다. 몽환적인 인상. 그리고 가끔은 낙서 같은 느낌이다.  샤갈의 그림과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비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아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미국의 역사
아루카 나츠키.유이 다이자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삼양미디어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 이번엔 "미국역사"다. 미국. 그리고 그들의 역사.

글쓴이는 머리말에서 미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은 동경과 반발심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갖게 하는 신기한 나라이다."라고.  아메리칸드림, 내겐 미국이 아직은 동경의 대상이다. 부와 자유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지 못한 넓은 영토, 그리고 국제 관계에서 그들이 가진 힘의 우위까지. 솔직히 부럽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많은 것에서 기인하는 반발심 또한 어쩔 수 없다. 언젠가 "fucking usa"라는 노래를 처음으로 접했을 때, 내가 봐온 멋진 미국 뒤엔 얼마나 추악한 진실이 있었던가를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던가. FTA며,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최근 국내 문제 때문에라도 미국에 대해서는 부러움만큼이나 반발심을 키워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의 역사를 통해서도 미국이란 나라가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학창시절 배웠던 미국의 역사는 멋졌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대륙에 정착했고, 독립을 쟁취하고 이루어낸 신세계. 독립선언을 통해서는 인간의 천부인권을 주장했으며, 이후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을 치렀던 나라. 세계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경찰국가 미국. 대충 그 정도였던 듯 하다. 하지만 미국의 역사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모순과 부도덕함이 숨겨져 있는지를 알게 된다.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서문 "미국역사 훑어보기"와 맺음글 "미국의 세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를 통해 미국역사의 개괄적인 틀을 설명하고 있고, 책의 본론이라 할 수 있을 1부에서 3부까지는 "공간, 환경, 경제발전으로 본 미국역사" "각양각색의 미국인" "국민통합제도와 문화"의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2부와 3부에서 다루는 "미국인"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미국인"이라면 "백인남성"부터 떠올렸다. 이 책에서는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미국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간 봐온 "백인""남성"중심의 미국역사에서 빠져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 흑인 노예들, 여성, 아시아계 이주민, 그리고 히스패닉, 라니노로 불리우는 남미지역 출신자들에 관해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미국 내의 인종대립이라면 늘 흑인VS백인의 대결구도만 알았는데, 백인 중에서도 영국계나 북부유럽계가 우월시 되고 이탈리아계 백인이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 게 된 사실이다. "인종문제를 다룬 영화에서 흑인과 대치하는 백인으로 이탈리아계가 등장한 경우가 적지않다."(p140)는데, [정글피버]나 [올바르게 살아라]등이 그런 작품이란다.  예전에 읽었던 미국소설 [스카페이스]의 주인공 생각이 났다. 한 여자로 인해 마피아 보스가 된 한 남자의 어둠침침한 인생사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주인공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었던 것 같다.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미국인 이외에도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미국인과 그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간 통시대적으로 서술된 개론서류의 미국역사책만 접해 왔기 때문인지 이 책의 구성을 보면서 약간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해력 부족 탓일까..? 그리고 또 하나, 이 시리즈 중에서 지난번에 읽었던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성서이야기]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잘못된 글자가 많다. 잘못된 글자 뿐만 아니라 번역상의 문제(저자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아루가 나차ㅡ키, 유이 다이자부로"라는 이름을 통해 일본인이겠거니 짐작할 따름,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점도 아쉽다)인지 원문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맥상 말이 통하지 않는 문장이 자주 눈에 띄어 책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점 또한 아쉬웠다. 미국역사라는 큰 숲을 살피는데 자꾸 걸리적거리는 잘못 심어진 나무(글자)들. 출판 전에 꼼꼼히 교정 좀 하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