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아라비안 나이트
리처드 F. 버턴 지음, 김원중.이명 옮김, 마르크 샤갈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다.

 

    아라비안 나이트, 혹은 1001야화. 한동안은 천일야화라는 말을 1000일야화로 이해했던 적이 있다. 책을 보다 보면 1000일야화로 설명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1001야화인지 1000일야화인지를 조사하려고 여러 책을 뒤적거렸던 기억이 났다. 그에 대한 것부터 확실히 매듭을 짖자. 1001야화다. 옮긴이는 말한다. "목숨을 건 일천 번 바을 지나고서도 여전히 백척간두인 삶은 마침내 일천하루의 밤을 새고서야 그 지속을 보장받는다. 천 번이 아나라 천번과 하루의 이야기, 이 사족 같고 잉여 같은 하루가 있기에 우리의 삶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게속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하려는 것인가?"(p10)라고.. 하여간 그 유명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처음으로 "읽"었다. 어렸을 적에 tv인형극을 통해 아라비안나이트의 몇몇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긴 하다. 동화책을 통해서 알라딘의 요술램프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 등도 접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대됐다. 더군다나 이 책은 "샤갈"의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화가의 이름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유명한 화가의 이름을 들으면 괜실히 주눅이 든다. 그리고 알아둬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유명한 화가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의 결합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책 첫머리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아라비안 나이트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단일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천여 년에 걸쳐 여러 작가, 번역가, 학자들에 의해 수집된이야기 묶음집이다."(p7)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많은 국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의 성격이 담겨 있는 이야기 정도로 그 성격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래동화나 민담 속에서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기도 하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사람의 말을 해대며 사람을 위협하기도 한다. 어린 오누이를 속이기 위해 엄마 흉내를 내는 호랑이도 등장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나무꾼과 함께 살기도 한다. 상식적으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거나 "그랬다면 어땠을까?" 등의 바램이나 호기심 등이 그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으면서도 그 속에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아라비안나이트 역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아라비안나이트는 좀 황당한 면이 있다. 속된 말로 "뻥"이 좀 심한 이야기라 황당하긴 하지만 재미도 있다. 보통의 사고를 뛰어넘는 신기한 요소가 아주 강하다.

 

   이 책에는 네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각 주제에 맞게 그린 샤갈의 그림 몇몇 점이 함께 실려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하늘을 나는 목마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나르는 양탄자에 관한 이야기도 아라비안나이트의 일부였던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목마와 그를 이용해서 사랑을 쟁취하게 되는 왕자에 관한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이 이야기가 1000여년전 사람들의 공상과학 영화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바다속(보석을 돌덩이마냥 취급하는 풍요로운 곳)을 구경하는 등의 이야기는 동화로도 손색이 없다. 구전되어 온 각 민족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 속에서도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과 그들의 성관념, 도덕관념, 일상적인 상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부 압둘라와 인어 압둘라"에서는 우호적이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던 관계가 죽음에 대한 작은 생각의 차이로 파탄나고 만다. " 자네, 육지사람, 그대는 알라께서 맡기신 물건이 아닌가?' "맞네." " 그렇다면 알라께서 맡기신 물건을 되찾아 가는데 어찌하여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가? 그것을 보고 어떻게 내가 예언자를 위한 물건을 자네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p164).

 

    그리고 상인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 나라 이야기속 주인공들이 농부와 나무꾼 등 자연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비해 이들의 이야기에선 상인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은 살아온 환경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배경은 세에라자데가 죽음을 면하기 위해 날이 밝아올 때까지 왕에게 해 주는 신기한 이야기의 연속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지어낸 임기응변적인 성격이 강한 듯 하다. 그리고 죽음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이야기의 진행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나는 하룻밤의 이야기가 꽤 길 것이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짤막짤막하다. 샤갈의 그림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잘 모르겠다. 몽환적인 인상. 그리고 가끔은 낙서 같은 느낌이다.  샤갈의 그림과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비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아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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