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크 영웅전 통합논술 多지식 세계명작 42
플루타르크 지음, 정명숙 엮음, 김용달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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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역사를 모르고선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이야기되는 서양문화의 원천이라고 해야할까.. 고전을 읽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닐까. 곁가지로 흘러나온 물이 아니라 그 원천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뿌듯함 같은 것. 역사에 대한 관심이 아니더라도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대해선 그간 무척 궁금했다. 늘 읽어봐야지 생각은 했었는데 쉽게 기회가 닿질 않았다.

    대교베텔스만에서 나온 통합논술 多지식 세계명작 시리즈를 통해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쉽게 다가설 수 있어 좋았다. 본문 읽기에 앞서 먼저 책 뒤쪽에 간략히 실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먼저 살펴보자. 저자 플루타르크(46?~120?)는 "작가이자 철학자, 여행가"(p188)였으며, "평생동안 227편에 달하는 많을 글을 썼"(p189)으며, 그의 책은 "그리스, 로마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p189)다고 한다. 그의 영웅전에 대해서는 작품소개를 통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훌륭한 "역사서"로 알고 있었던 영웅전이 "결코 역사책이 아니"(p190)라는 사실. "플루타르크 역시 <영웅전>이 사실적인 일들만 기록한 역사서이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는 사람들에게 영웅들의 기쁨과 슬픔을 들려주고 싶어했지요. -중략- 그래서 그는 널리 알려진 소문이나 전설 등도 이야기로 엮었답니다."(p190) 으흠.. 그렇구나. 결코 사실만을 정확히 기록해낸 역사서는 아니구나. 내겐 이것조차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었다.

   이 책은 "테세우스, 로물루스, 리쿠르고스, 누마, 페리클레서, 알키비아데스, 코리올라누스, 티몰레온, 술라, 키몬,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그라쿠스, 안토니우스, 브루투스, 갈바, 오토"(p191)등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담긴 모든 인물을 담아낸 책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엮은이의 선별기준에 따라 "테세우스, 솔론, 리쿠르고스, 알렉산더, 코리올라누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7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역사서나 신화를 통해 종종 들어왔던 인물들의 열정적이고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영웅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설정인가 보다.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각종 괴물(그 중에선 자신의 침대에 맞춰 사람의 키를 늘리거나, 잘라버린 기괴한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도 있고, 전설적인 미궁의 미노타우루스도 있다.)들을 처치하고, 결국엔 아버지를 만나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 에게해의 명칭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솔론과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다던 철학자 탈레스가 친구였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파르타의 틀을 잡았다는 리쿠르고스에 관한 이야기와 감히 알렉산더 대왕에게 예의없이(?) 햇볕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 했다던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로마의 훌륭한 장군이었지만, 로마에 대한 배신감을 그 또한 배신으로 갚으려 했던 코리올라누스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때,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느껴지는 창피함이란...)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이야기까지...

   큼지막하게 들어간 삽화와 인물탐구/역사탐구/지리탐구/과학탐구 등을 통해 토막 상식을 알려주고 있는 점과 어린이들을 위한 쉬운 단어풀이까지 참 읽기 편한 책이었고 괜찮은 책이었다. 이 책을 발판으로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을 읽는 재미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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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이애림 외 그림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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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스카와일드. 검색을 통해 살펴본 그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만만한 표정에 글쓰는 사람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차림새가 독특했다. 오.스.카.와.일.드.. 나만 몰랐던 이름일까?  무식하기에 할 수 있는 용감한 고백 하나를 해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오스카와일드란 이름을 처음으로 접했다. "오스카와일드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또 널리 사랑받는 영국 작가이다."(p267). 라는 설명을 보고있자면, 나 역시 예전에 한두번쯤은 주워들었을지도 모를 이름이지만 그저 귓등으로 들어넘기고 말았나 보다. 그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켜보기는, 그리고 키보드를 눌러 그 이름을 검색해보는 수고까지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행복한 왕자"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어려서 동화책을 통해서도 본 기억이 나고, 가끔은 tv인형극 등을 통해 본 적도 있는 듯하고 하다못해 잡문 따위에 인용된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라도 읽어본 듯 하다. 그렇게 여러번 접해본 행복한 왕자의 저자가 "오스카 와일드"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서양의 어느 나라에 구전되어 오는 동화이거나 안데르센의 작품 정도겠거니 했을뿐  한번도 저자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던 그 행복한 왕자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만났다.

  

     "단 한편의 장편소설로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었고, 유미주의 운동의 대표주자로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p267)는 바로 그 오스카와일드가 쓴 동화 9편이 실린 책이다. "童話".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들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릇인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겨냥해서 만든 동화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행복한 왕자>나 <이기적인 거인>은 오스카와일드의 이름을 몰랐을 뿐 이전에도 들어봤던 이야기였다. <별아이>와 <젊은 왕> <왕녀의 생일>과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읽고서도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내게 잘 와닿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가 쓴 9편의 환상동화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그의 유미주의 사상이다"(p270)는 작품해설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권력으로 사용하는 별아이. 사랑의 완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붉은 장미꽃을 피워내고자 했던 나이팅게일. 자신의 추한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고나서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난쟁이.. 그 속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천박한' 탐미주의자들에 대한 조롱과 조소의 의도"(p271)였기 때문일까.. 동화치고는 결말이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 <헌신적인 친구>는 인간의 이기심과 뻔뻔함 그리고 오스카와일드의 냉소와 독설이 한껏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 방앗간 주인. 그리고 처음엔 그 선한 성품 때문에 호감의 인물이었다가, 사지死地로 뛰어들어 죽음을 자청하는 어리석은 선함을 가졌기 때문에 역시 비호감이 되어버린 인물 한스. 비단 오스카와일드가 살았던 시대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존재할테다. "'왜냐하면 한스에게 내 손수레를 내어줄 참이었거든. 이젠 손수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군. 우리 집에 그냥 두기엔 너무 거추장스러운데 말이야.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해서 팔더라도 돈 한푼 받지 못할 테고. 이제 다시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시 말아야겠어. 너무 마음이 후해도 이렇게 매일 고생이니 원.'"(p61) 뻔뻔함이 극에 달한 저 방앗간 주인의 말을 들으며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혼자 중얼거렸다. 야 이 사람아. 그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수레 하나로 당신은 한스를 죽였단 말야!! 그간 인간을 보며 느꼈던 혐오감 따위가 글을 통해 표현된 듯해 통쾌하기하기도 했지만, 가슴 한 켠에 남는 허전함과 씁쓸함은.. 와일드 씨 이 허전함과 씁쓸함은 어떻게 해결해 줄 거요?!

 
 

    동화치고는 그 결말이 썩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오스카와일드를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비주얼의 시대, 비주얼의 책으로 다시 읽는 [오스카 와일드의 환상동화]"임을 자랑하고 있는 이 책. 오스카와일드만큼이나 당당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삽화며 구성이 참 독특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오스카와일드와의 첫 만남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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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 아비투어 교양 시리즈 2
크리스타 푀펠만 지음, 권소영 옮김 / 비씨스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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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많은 지식이 자리잡길 바라는만큼,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거나 읽거나 했던가를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생각컨대 "그렇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서 입맛이 쓰다. "교양", "신화". 이런 단어를 대할 때면, 스스로의 교양이 많이 모자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읽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식욕이 강하다고 해서, 내 빈그릇을 얼른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양시리즈" "세계의 신화"라는 단어보다는 "한 권으로 읽는"이라는 문구에 더 혹해서 이 책을 들고 말았다. 이 책을 펼쳐든 동기가 적은 노력으로 많은 걸 채워보겠다는 욕심의 발동이었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닥 두껍지 않은 책이다. 230쪽 남짓의 분량에 간간이 삽화와 사진까지 실려있다. 神話가 궁금했다. 역사책을 읽을때나, 특히 서양의 문화를 접할 때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신화와 관련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해, 내가 읽고 있는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막혔다. 책을 읽으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을 뿐더러 턱턱 숨이 막히는 이유를 처음엔 책의 산만한 구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수없이 등장하는 신화속의 인물들의 이름이 깔끔하게 정리해주지도 않을뿐더러, 세계의 각종 신화를 잡다하게 그냥 섞어뒀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다시 살펴보니, 글쓴이는 나름의 일정한 체계대로 세계의 신화를 묶고 나누어두었다. "창조신화 / 근원신화 / 신들의 이야기 / 신화의 영웅들 이야기" 라는 네 개의 큰 틀로 말이다.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책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나의 책읽기에 대한 성의 부족 때문이었던 듯 하다.  글쓴이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세계의 신화에 대해 "아는 척 하기"라는 코너를 만들어 나 같이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토막상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신화와 각종문화 현상에 대해서도 과히 어렵지 않은 단어로 차분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긴 했지만, 아직 다 이해하진 못했다. "한권으로 읽"고 정리하기엔 아직 나의 배경상식이 많이 모자란 모양이다. 책을 펼쳐들 땐, 세계의 신화에 대한 입문서를 기대했지만, 이 책의 성격은 입문서라기보다는 "정리집"인 듯 하다. 다독도 필요하지만, 숙독도 필요하다. 신화에 대해 궁금할 때, 펼쳐볼 수 있도록 가까이 두고 여러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일단은 덮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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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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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돌베개에서 펴낸 우리고전100선 시리즈의 정약용 시 선집 [다산의 풍경]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다산 정약용의 한시를 짤막한 해설과 함께 쉬운 한글로 옮긴 깔끔한 책이었다.  다산의 글을 읽으면서 그와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  좀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중기, 수원화성,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다산초당, 긴 유배생활, 실학의 집대성자. 몇 개의 짤막한 단어로 표현되는 그런 다산에 대한 앎이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면모며, 삶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내겐 [다산의 풍경]과 소설 [다산]이 한 묶음으로 기억될 것 같다. 소설[다산]을 읽은 사람에겐 시선집[다산의 풍경]을, [다산의 풍경]을 읽은 사람에겐 [다산]을 읽어보라고 권하게 될 것 같다.

 

   소설 [다산]은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권 다 꽤 두툼하다. 두꺼운 책을 읽기 시작할 땐 늘 겁을 먹곤 한다. 저걸 언제 다 읽어? 싶어서.. 하지만 읽다보면 의외로 술술 읽힌다. 더러는 두권 세권도 짧다 싶어서 아예 10권쯤의 대하소설로 펴놓지 않은 작가들을 원망하며 책을 덮을 때도 있었다.  두꺼운 분량의 책은 그 안의 소제목 아래 이야기들도 무척 긴 편이라, 가끔 질리곤 했었는데, 이 책의 구성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제목으로 나눠진 이야기들이 매우 짤막짤막해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문체 역시 간결해 읽기가 더 편했다. 정말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책표지). 이 책을 통해 만난 다산은 정말 큰 산이었다.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했고, 홀로 높고 푸르다보니 뭇사람들의 시샘을 너무 많이 받았으며, 그리고 너무나 외로웠던 큰 산.

    가끔 역사를 들여다보며 사람을 두 부류로 구분해보곤 한다. 그 개인에게는 불행이었을지 모르나 일찍 생을 마감한 것이 그나마 역사에 남긴 최대의 공헌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고, 너무 일찍 가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 사람이 있다. 조선 후기 최고의 성군, 개혁군주라 일컬어지는 정조임금은 후자에 속한다. 정조의 재위시 물 만난 고기마냥, 그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정약용이라는 대학자를 생각하면 말이다. "사나이는 자신을 알아 주는 자를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라고 했던가.. 개혁군주 정조가 그렇게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은 후대의 역사를 통해 보자면 큰 손실이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조선 후기의 역사가 그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일까..? 정약용의 삶이 그렇게 신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 또한....?

 

    정약용과 형제들의 삶은 안타까움 투성이였다. 어려서 천연두에 걸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내침을 당했던 정약종의 외곬으로 흐르는 성격과 천주교로의 심취 또 그로인한 죽음은 가슴 한켠을 짠하게 했다.  "살기 위해" 그런 형과는 거리를 두어야했고, 형을 부정해야만 했던 정약용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둘째형 약전과의 애틋한 형제애. 황사영(정약용의 조카사위) 백서사건 연루자가 되어 각기 다른 곳으로 유배를 떠나는 약전과 약용, 죽을 때까지 서로를 만나지 못했으면서도 그리움만 절절했던 두 사람의 형제애는 또 얼마나 눈물겹던지..

   예전엔 "유배"라는 형벌이 뭐 그리 힘든 것이랴 싶었다.

"나는 서울에서 귀양을 온 사람인데, 내 그대에게 통사정을 좀 해야겠네. 그대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없겠는가?"하고 말했다. 그 중년 남자는 정약용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옆으로 피해 도망을 쳤다. 정약용은 그를 뒤따라가며 "그대 집에서 안 되겠으면, 혹시 빈 방이나 헛간이 있고, 밥을 지어줄 수 있는 집을 좀 안내해주려무나. 나 그대에게 서운하게 하지는 않을 터이니..." 하고 말했다. 중년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둥지둥 내달렸다... -중략- 뒤따라간 정약용은 사립문을 열려고 하는 그 남자를 향해 "나는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네, 나를 좀 받아들여주게나" -중략- 그 남자는 쓰러진 울타리를 밟고 마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바지게를 벗어 내던지고 방으로 들어가 덜그럭 문고리를 잠가버렸다.(2권 p44). 정적들이 미리 손을 써 유배지에서 거처할 곳을 정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던 정약용의 모습을 보니 유배란 것이 얼마나 큰 형벌인가 느껴진다. 그렇게 힘든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자포자기하거나 타락해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하며, 백성이 잘 살 길을 연구하고, 수많은 저서를 써낸 다산의 면모는 아무나 어설프게 흉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39년생 노작가의 글을 통해 만난 정약용은 아픔을 가졌지만, 깊고, 높고, 푸른 산이었다. 정약용과 나를 이어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소설적인 재미가 있으면서도, 사실에 기반한 이런 역사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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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역사 -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
조셉 커민스 지음, 김수진.송설희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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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들은 "만들어진 역사"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사실 나는 그랬다. 일반적인 역사서의 평범함보다는 "깊이"가 있는 역사서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그런 기대를 더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내 소감은 솔직히 제목을 보며 했던 기대가 너무 컸었나 하는 생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책의 원제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어판의 제목을 너무 크게 잡은 것은 아닌가 싶다. 제목만 보았을 때,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정설로 굳어진 역사 이면에 대한 파헤침을 담고 있어서, 그간 미쳐 눈여겨 보지 않았던 역사의 또다른 측면을 만날 수 있을꺼라는 기대를 했었다. 역사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담고 있는 책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루고 있는 시대와 범위만 광범위했지 일반적인 역사개설서에도 못 미치는 내용을 담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역사적 사건들은 글쓴이가 머리말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의미 있는 사건들"이라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격한 사건, 로마제국의 멸망, 잔다르크의 죽음,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발견일까?), 워털루전투, 게티스버그 연설, 히트러의 영국 폭격, 진주만 공습, 히로시마 원폭 투하, 케네디 암살, 911테러까지. 그가 선택한 주제들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역사는 동쪽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인이라는 글쓴이의 국적이 한계로 작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제목은 "서양사의 흥미로운 사건들"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게, 서양에 치중되었으며, 단지 흥미만을 위한 저술로 보인다. 책을 지나치게 삐딱하게 읽은 것일까..

   

    글쓴이는 책 머리말에서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인류의 역사에서 한번쯤 되새겨보아야 할 사건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재연을 한 뒤 그 사건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재조명했다"(p4)는 등, 이 책에 대해 여러 부분에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글쎄.. "또한 풍부한 삽화와 사진은 여러분을 그 시대로 인내한다."(p7)는 그의 말에는 동의해야겠다. 역사서에 관심이 있어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 역사책을 조금 더 많이 읽어왔지만, 이 책처럼 대형삽화와 풍부한 사진자료가 담겨져 있는 책은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다지 깊이도 없고, 전문적이지도 않는 글쓰기 방식은 조금, 아니 많이 못마땅했다. 제목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내겐 너무 멋진 제목 때문에 실망스러웠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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