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이애림 외 그림 / 이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오스카와일드. 검색을 통해 살펴본 그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만만한 표정에 글쓰는 사람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차림새가 독특했다. 오.스.카.와.일.드.. 나만 몰랐던 이름일까? 무식하기에 할 수 있는 용감한 고백 하나를 해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오스카와일드란 이름을 처음으로 접했다. "오스카와일드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또 널리 사랑받는 영국 작가이다."(p267). 라는 설명을 보고있자면, 나 역시 예전에 한두번쯤은 주워들었을지도 모를 이름이지만 그저 귓등으로 들어넘기고 말았나 보다. 그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켜보기는, 그리고 키보드를 눌러 그 이름을 검색해보는 수고까지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행복한 왕자"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어려서 동화책을 통해서도 본 기억이 나고, 가끔은 tv인형극 등을 통해 본 적도 있는 듯하고 하다못해 잡문 따위에 인용된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라도 읽어본 듯 하다. 그렇게 여러번 접해본 행복한 왕자의 저자가 "오스카 와일드"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서양의 어느 나라에 구전되어 오는 동화이거나 안데르센의 작품 정도겠거니 했을뿐 한번도 저자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던 그 행복한 왕자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만났다.
"단 한편의 장편소설로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었고, 유미주의 운동의 대표주자로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p267)는 바로 그 오스카와일드가 쓴 동화 9편이 실린 책이다. "童話".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들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릇인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겨냥해서 만든 동화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행복한 왕자>나 <이기적인 거인>은 오스카와일드의 이름을 몰랐을 뿐 이전에도 들어봤던 이야기였다. <별아이>와 <젊은 왕> <왕녀의 생일>과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읽고서도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내게 잘 와닿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가 쓴 9편의 환상동화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그의 유미주의 사상이다"(p270)는 작품해설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권력으로 사용하는 별아이. 사랑의 완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붉은 장미꽃을 피워내고자 했던 나이팅게일. 자신의 추한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고나서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난쟁이.. 그 속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천박한' 탐미주의자들에 대한 조롱과 조소의 의도"(p271)였기 때문일까.. 동화치고는 결말이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 <헌신적인 친구>는 인간의 이기심과 뻔뻔함 그리고 오스카와일드의 냉소와 독설이 한껏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 방앗간 주인. 그리고 처음엔 그 선한 성품 때문에 호감의 인물이었다가, 사지死地로 뛰어들어 죽음을 자청하는 어리석은 선함을 가졌기 때문에 역시 비호감이 되어버린 인물 한스. 비단 오스카와일드가 살았던 시대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존재할테다. "'왜냐하면 한스에게 내 손수레를 내어줄 참이었거든. 이젠 손수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군. 우리 집에 그냥 두기엔 너무 거추장스러운데 말이야.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해서 팔더라도 돈 한푼 받지 못할 테고. 이제 다시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시 말아야겠어. 너무 마음이 후해도 이렇게 매일 고생이니 원.'"(p61) 뻔뻔함이 극에 달한 저 방앗간 주인의 말을 들으며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혼자 중얼거렸다. 야 이 사람아. 그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수레 하나로 당신은 한스를 죽였단 말야!! 그간 인간을 보며 느꼈던 혐오감 따위가 글을 통해 표현된 듯해 통쾌하기하기도 했지만, 가슴 한 켠에 남는 허전함과 씁쓸함은.. 와일드 씨 이 허전함과 씁쓸함은 어떻게 해결해 줄 거요?!
동화치고는 그 결말이 썩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오스카와일드를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비주얼의 시대, 비주얼의 책으로 다시 읽는 [오스카 와일드의 환상동화]"임을 자랑하고 있는 이 책. 오스카와일드만큼이나 당당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삽화며 구성이 참 독특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오스카와일드와의 첫 만남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