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변호사 - 사랑과 돈의 맞대결
서린 지음, 서숙향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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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영중인 드라마를 책으로 읽어보긴 처음이다.  tv 드라마를 챙겨본 지가 몇 해는 된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대~한민국 변호사]라는 드라마가 방영중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안 사실이다. 표지를 보니 낯이 익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한번도 보지 못한 드라마이지만, 표지 덕분에 책 읽기가 정말 수월했다. 한민국 역할의 배우 이성재는 이 부분에서 이런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이 부분 즈음에서 이런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혹은 몇 부작인지 모르겠지만, 1부의 끝은 이 장면이 아닐까 등등의 상상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랄까...?

 

   솔직히 말해, 내게 tv는 내가 저걸 왜 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시사프로그램이나 다큐프로그램을 빼곤 그저 전파낭비라고 치부해버리기도... 반면 책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지나치게 극단적이다!) 지식의 보고라고 극찬하는 극단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땐, 하다못해 소설이나 잡문을 읽을 때에도 그 매체가 책이라면 내가 "뭔가"를 건네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런 류의 책 역시 내게 그닥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더위에 그리고 한동안 읽은 어렵고 무거운 책에 짓눌리고 짜증이 났던 참인지 의외로(?) 참 재미있게 읽었다. 분량이 그닥 많지 않기도 해서 몇 시간만에 후딱 읽어낼 수 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 한민국(이야기의 제목은 이중적이다. 왠 철지난 "대~한민국" 타령인가 했었지만 말이다.)은 재벌가의 전형적인 까칠남이다. 넘쳐나는 돈이지만, 그 돈으로 인해 행복한 줄은 모른다. 매일매일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고, 당대 최고의 여배우라는 이애리와 결혼을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그저그렇다. 그리고 그들은 6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1000억(드라마에서도 실제로 1000억이라는 금액이 거론된다면, 혹 이미 거론되었다면, 시청자 게시판엔 "위화감"조장이네 아니네 덧글 다툼이 벌어질지도 혹은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의 재산분할청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인다. 재산분할청구를 둘러싼 공방에서 두 당사자와 양측의 변호사들은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꼬이고 꼬인 관계를 조금 더 꼬아간다. 한민국 측 변호사 우이경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특이한 인물이고, 드라마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애리측 변호사 변혁 역시 마찬가지.. 그 과정이 가볍고, 재미있고, 단순하다.

     

   그래. 이 책은 가볍다. 뭐 별로 심각하고 복잡미묘한 등장인물도 없다.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 어찌보면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인 재벌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벌과 여배우의 결혼과 이혼이라..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도 그닥 심각할 것 없다. 특별히 교훈을 준다거나 하는 내용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실. 책의 또다른 용도, 책이 가볍고, 유쾌한 웃음을 주기도 하는구나 하는 점을 발견케 한 것이 이 책이 내게 기여한 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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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 이야기
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박세욱.조경숙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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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으론  "고작해야 돈황석굴에서 발견된 케케묵은 유물들을 놓고 벌이는 서구와 일본 탐험대의 이야기"(p289)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동서문물의 교류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보아야 할 서적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맨 먼저 이 책을 읽도록 권하고 싶다."(p289)고 말하는 옮긴이의 말부터 헷갈린다.

 

    이 책을 통해 본 영국의 스타인이나 프랑스의 펠리오나, 일본의 다치바나나 다 똑같이 문화 약탈자에 불과해 보이는데 "학창시절의 나는, '뭐야, 일본도 제국주의의 문화침략을 했던 것인가'하고 실망했지만(p282) (마땅히 자신들의 과거를 알고 반성해야 함에도 "실망했지만~"으로 이어지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 교수라는 오하시 가쓰아키의 추천사도 헷갈린다.

 

    더 헷갈리는 건 스타인과 펠리오는 마치 장사꾼 혹은 약탈자 마냥 돈과 돈황의 고문서를 교환했지만, 일본인 다치바나의 행위에 대해서는 마치 돈황의 유물을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낸 영웅적 행위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글쓴이 (일본인)마쓰오카 유즈루의 창작의도다.

 

   책을 다 읽고도 이렇게 "헷갈린다"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은 역시나 나의 얄팍한 배경지식 때문이려나..?   "돈황이야기". 라는 제목은 역사에 대한 지식에 늘 갈증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하다.  돈황이라는 지명과 그곳에서 방대한 양의 고문서들이 발견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귓등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나의 빈공간이 많은 그릇을 좀더 채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황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어떤 것들이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등등의 지식 같은 것들로.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자신이 서질 않지만, 집필 의도가 상당히 불순하며, 그 정체성이 분명치 않은 특이한 책이다. "- 전략- 이것이 과연 소설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이 되어 있는 것인지 어떤지에 관한 것은 독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단지 나 자신은 이것도 일종의 소설이고, 그러한 분류의 명칭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문화사적 소설'이라는 한 장르에 넣어 두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 (p272) 라는 글을 보고 있자면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틀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류의 책에 대해선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조차 헷갈리기에 내용을 정리해내려니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이러하다. " 마쓰오카 유즈루의 [돈황이야기]는 에필로그까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상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스타인의 탐험대(3장-6장), 펠리오 탐험대(7장-9장), 그리고 오타니 미션(10장-13장), 바로 다치바나의 탐험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p290)   돈황에서 발견된 고문서들을 중국인들 스스로는 "휴지조각" 취급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휴지조각"들을 백인삼장(?) 스타인과 펠리오는 돈황사찰을 지키고 있는 주지 왕도사에게 얼마간의 돈을 제공하고 해외로 반출시킨다는 내용. 그에 더해 일본인 다치바나는 "대동아 공영권"을 지키기 위해(?) 서양으로의 반출을 막고 일본으로 돈황의 유물들을 가져간다는..?  내가 파악한 이 책의 내용은 대략 그러하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까나? 백인들의 제국주의 침략보다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이 동아시아권에 더 좋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까나? 아니면 돈황의 고문서를 발견하고 연구한 학자로 칭송하던 "스타인"과 "펠리오"가 실은 나쁜 놈들이고 문화약탈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나..?  침략자의 주구가 되어 자국의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는데 일조하는 장효완과 같은 나쁜 놈이 되지 말자는 결심을 해야 할까? 혹은 무지문맹에 재물 앞에선 정신을 못차리는 왕도사 같은 인물이 되지 말자는 것? 나라안이 시끄러우면, 외세의 침탈에 대응할 수 없으니 나라 안부터 잘 다스려야 중국처럼 당하지 않는다는 것...?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기나 한 걸까...?  "실크로드와 돈황학 입문서의 고전"이라는 책을 읽고서도 나는 그저 숱한 의문과 헷갈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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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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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다. 덥다. 햇볕 아래 세워둔 차에 올라타면 찜질방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다.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겨울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불쑥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뜨거운 태양열을 이용해 차를 달리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상상을 해 보았겠지...?) 마침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여름엔 태양열을 이용해 달리고 겨울엔 한파를 이용해 달리는 자동차. 더위에 지치다못해 툭 튀어나온 내 상상력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이 책 [있다면? 없다면!]을 잡았다.

 

   샛노란 표지가 유쾌발랄하다. 수학공식만큼이나 다양한 공식과 나랑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지레 겁을 먹었던 과학.  사실 과학책이래서 어렵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읽어보니 기우였다. 정말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읽히는 과학책이었다. 뭐 초등학생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과학의 대중적 글쓰기에 뜻이 있는 대학생을 모집한다."는 정재승 선생님의 글을 보고 찾아온"(p278) 이공계학생들로 구성된 "꿈꾸는 과학"이라는 모임에서 토론된 여러 아이디어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 모음집이라고 해야할까나..?  다소 엉뚱하다싶은 주제들에 대해 여러가지 상상을 하고 그에 대해 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바를 정리해주고 있다. "만약 하늘에서 주스 비가 내린다면? "  "만약 캥거루를 집에서 키울 수 있다면? " "만약 사람의 혀가 두 배로 길어진다면?" "만약 배낭 로켓을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등의 주제에 대해 마음껏 상상해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경우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아울러 살펴보고 있다.  책에서 살펴본 주제들을 머리속으로 그려보고 있자니 너무 재미있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들을 했을까?! 하는 감탄과 함께 말이다.

 

   책에서 다룬 주제들을 내마음대로 나누어보니 크게 두 부류가 된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혹은 "상상만으로 족하다".  배낭로켓을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다거나 꿈을 찍는 캠코더, 입에서 불을 뿜는 개 등은 물론 단점이 크기도 했지만 전자였다.  단점만 잘 보완한다면 너무나 재미있는 세상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건 내가 아직 철이 없어서일까? ^^ 사람에게 사슴 같은 뿔이 있다거나 입이 배꼽 옆으로 이사를 간다거나 손가락이 사라진다는 둥의 주제는 후자였다. 상상의 결론이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아, 현재 우리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살펴본 대부분의 주제는 "상상으로 그쳐서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늘 툴툴거리며 불만투성이였던 현재의 내 모습과 현재 우리의 생활 모습에 대해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어떻게 이런 재미난 상상을 했나 싶기도 하고, 문체 또한 유쾌발랄해 혼자 웃어대기도 했다. 이 책 분명 과학서적으로 분류될 법한데, 억지 웃음을 유발시키는 유머모음집보다 훨씬 유쾌하게 웃으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의 (공동?)저자 정재승 교수가 프롤로그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훌륭한 과학자의 조건은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상상력'"이라는 말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수학'이나 '암기'"(p6)를 잘 못해서 과학자가 될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해버리는 청소년들이 없도록 이런 재미난 과학책들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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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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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뇌용량의 한계일까나..? 책 앞부분의 구구절절이 슬픈 사연들을 다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책 뒷부분에 실린 사회주의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깊이 사무친다. 앞부분의 이야기들도 인간사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했지만, 특히 우리 역사의 흐름과 깊은 관련을 맺으며 희비가 교차된 혁명가들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땐, 붉은색의 강렬한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라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을지 기대도 됐지만, 한편으론 그저그런 시시껄렁한 연애이야기면 어떡하나 하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뒤흔든"시리즈 중의 몇권을 재미있게 보았지만, 가장 최근에 읽은 한권의 "뒤흔든" 시리즈에 적잖이 실망한 터였기에.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사 속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에 비춰보자면 말이다.

 

      일제강점하의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그닥 많은 책을 접하지 못했다. 대충만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모습은 그저 암울하고, 짓눌려서 멍든 것 같은 우울한 느낌이었다. "나쁜 놈"들에게 수탈당하면서도 끽 소리 한번 못 내는 약한 민중들의 모습이거나, 혹은 달걀로 바위치기 식으로(이런 평가를 하고 있는 나를 그들은 기회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반동으로 볼지 모르겠다.) 그 "나쁜 놈"들에 대항하다 철저히 탄압받은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연상되기 때문일까.. 하지만 얼마전에 본 영화 [라디오데이즈]는 그 시절의 경성을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음을 생각케 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두 부류의 고난으로 얼룩진 삶을 외면해버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것처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말이다. 조국의 독립을 생각하며 뛰어다니던 사람들조차도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야했다. 그 모습이 내 머리속에 그려진 것처럼 그저 암울한 것만은 아니었을테다.

   

     그리고 이 책에선,  한발짝 더 나아가 나의 얕은 사고력으론 상상하기 힘들었던 그 시대의 청춘남녀들의 "연애사건"을 담고 있다. 연애사건이라. 그 시대 사람들도 연애를 했던가? 시대는 이제 막 전근대적 봉건 국가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된 험난한 시기이다. 그로부터 길게는 1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부장적, 남성우월적 유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널려있는데, 그 시대에 연애라...?  남들에게 들킬까  숨어서 조용히 한 연애도 아니고 경성을 "뒤흔들" 정도로 떠들썩한 연애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라니 일단 구미가 당긴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연애사건들은 현재의 관점에서도 가히 파격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그 시대의 모던보이 모던 걸.  기존의 인간상과는 다른 개성을 가진 인간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그들은 요즘의 연예인과 비슷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그렇잖아도 눈에 띄는 그들이 사랑의 도피행각이나 동반자살 사건을 일으켰으니 얼마나 관심의 대상이 되었겠는가.  [사의 찬미]를 불렀다는 성악가 윤심덕에 대해선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연인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보다 이 책을 통해 살펴본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기구하다는 말밖에 뭐 더 할말이 있으랴.

     "발가락이 닮았다"와 관련한 염상섭과 김동인 간의 잡음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그 즈음에 "모델소설"을 둘러싼 논쟁이 한 여자(소설가 김명순)의 삶을 그렇게 파탄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를 비웃지 말고 나의 운명을 비웃어 다오"라는 그녀의 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녀를 둘러싼 괴소문 때문에 끝내는 미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삶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있을까. 화가 나혜석과  소설가 김명순의 이야기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연예인을 둘러싼 근거없는 뜬 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연상케 했다.

     요즘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연인들의 동반자살 소식. 하지만 100여년전의 사회에 대한 내 고정관념 같은 것 때문인지, 홍옥임(홍난파의 조카라는 사실이 내겐 놀라웠다.)과 김용주 두 동성애자의 자살사건이며, 카페 여급 김봉자와 의사 노병운의 한강 투신 자살, 기생 강명화와 모던 보이 장병천의 동반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박헌영과 주세죽, 김단야와 고명자, 박진홍과 이재유, 김태준까지.. 최린과 나혜석.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하고 알만한 그 당시의 유명인사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의 실타래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지... 지금과 같은 인터넷시대라면 연일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도 남을 떠들썩한 그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내겐 놀랍고도 기이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책을 읽다, 책앞날개에 실린 저자에 대한 간단한 이력만으론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저자 인터뷰까지 챙겨보았다. 저자의 첫 책이라고 하니, 앞으로 그의 책이 기다려질만큼 내겐 흥미로운 책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발하고, 흥미로웠던 경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들,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나만큼이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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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단숨에 읽는 시리즈
한잉신.뤼팡 지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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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유행에 한박자도 아니고 두박자쯤 느린 나는 사람들이 오래전에 보고 괜찮았다고 말하는 영화나 책들을 나중에서야 발견해내고는 혼자서 흥분하곤 한다. [캐러비안의 해적] 역시 그랬다.  캐러비안의 해적이란 영화를 몰랐음은 물론이고 그 유명하다는 조니뎁조차 몰랐던 나. 얼마전에야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접하고, 모험 영화에 그리고 조니뎁의 연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책으로 만나는 해적 이야기다. 이번엔 결코 남들보다 느리지 않게 만난 책이다. 6월 20일에 초판 발행된 책이니 아직 한달이 채 안된 따끈따끈한 신간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다. 해적도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내겐 "역사"가 항상 궁금하다.

 

 

   이 책은 주로 서양의 대항해시대로부터 1900년대 이전의 해적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의 해적, 그리고 고대와 최근의 해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지만 주가 되는 것은 서양 근대의 해적들. 풍부한 그림 자료 덕분에 책 제목처럼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긴 했지만 부족한 집중력 탓인지 책을 읽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 책읽기가 지체된 것은 "역사"와 떼놓고 말할 수 없는 "지리"에 약한 탓도 있을 테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이 낯설어 초반엔 지도책과 아울러 책을 봐야했는데, 게으름의 발동으로 대충 읽고만 탓에 오히려 책읽기에 시간이 많이 걸려버렸다. 나 같이 게으르고 배경지식 없는 독자를 위해, 책에서 언급되는 지명(해안, 섬, 만 등)과 관련된 지도도 중간중간에 실려있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그림자료에 비해 지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듯하다. 그 점 많이 아쉽다.

 

 

   책에 등장하는 해적들은 일괄적으로 설명해내기 힘든 독특한 개성들이 있다. 정규교육이라곤 접해보지 못한 무식꾼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해적행위를 책으로 써낸 해적들도 있었고, 한번도 상상해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여자해적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것처럼, 실수를 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낭만적인 해적은 현실세계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거의다가 잔인무도하고, 방탕하며, 타락한 범죄자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또하나. 드레이크경의 예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해적행위가 가끔은 해군력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해군의 일부가 해적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는 모습은 서양 해적의 특수한 모습일까나..

 

 

  영화나 문학작품을 통해 낭만적이고, 모험이 넘치며,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모습으로 미화된 해적이 아니라, 해적의 실상을 살피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오탈자*

p85 아래에서 4줄 그들의 대오가 -> 그들의 대오"에"

p178 아래에서 3줄 훨씬 큼 -> 훨씬 "큰"

p186 6줄 자금을 지워했고 -> 자금을 지"원"했고

등 몇몇 오탈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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