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싼마오"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얼마전에 읽은 중국문인 쟈핑와의 [친구]라는 수필집을 통해서였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출판사 측에서 덧붙인 간단한 소개(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중국작가 100인 중 6위의 인물이라는 것과 사하라사막에서 원주민과 같이 생활했다는 등)와 쟈핑와라는 문인이 편지글 형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그녀의 죽음과 같은 내 천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뒤섞여 내 머리 속에 각인됐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녀도 그녀에 대한 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싼마오"라고 검색하면 그저 "싼마오유랑기"인가 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만 가득 떴다.(이 애니메이션에서 필명을 땄다고 하는 것은 오늘자 신문검색을 통해 처음 알았다) "늘씬한 키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책과 펜을 들고 세계를 자유롭게 유람하는 이미지가 강렬하"(쟈핑와 [친구] 중)다는 그녀의 사진이라도 한장 보고 싶은데 없었다. 생몰연대도 그녀의 행적에 대한 정보도 거의 전무했다. [친구]에 나와있는 그녀의 간단한 이력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궁금했다. 대체 싼마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궁금해했으면서도 왜 그녀의 "책"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그녀의 책 [사하라이야기]를 만났다니 이건 행운이다. 그녀가 어떤 글을 썼길래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100인 중의 6위로 꼽혔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해 볼 기회가 온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말괄량이 대만 처녀, 단순무식 스페인 총각과 사막에서 결혼하다!"라는 소개문구가 정말 딱 어울리는 그런 수필집이다. 정말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은 책. 수필이라면 삶에 대한 무거운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편견을 쌓아온 것 역시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 때문인가 보다. 수필집을 이렇게 유쾌하게 웃으며 읽어보긴 또 처음이다. 가벼워서 나는 웃음이 아니라 싼마오와 호세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인간적 매력에 매료된 유쾌한 웃음이라고 해야할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사하라사막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사막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그녀는 사막에 가서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그녀의 결정을 무모하다 생각하지 않고, 그녀보다 먼저 사하라사막에 가서 정착을 하고 싼마오를 기다리는 듬직한 남자친구 호세. 싼마오도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호세 역시 참 호감가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사하라사막의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구에 정착한 두 이방인의 삶을 경쾌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수돗물과 전기는 밥 먹듯 끊기고, 산보라도 할라치면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불어대는 모래바람을 맞아야"(p138)하는 그곳에서의 삶을 지레 포기해버리지 않고, 적응해내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이 두 이방인을 대하는 "알부자에 순 얌체인" 원주민들의 모습이 뒤섞인 광경은 그야말로 코미디 수준.
"하루는 이웃집 꼬맹이 라푸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집채만 한 낙타 시체가 문 앞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시뻘건 피로 흥건했다. 나는 기겁을 했다. "엄마가 이 낙타를 아줌마네 냉장고에 좀 넣어 두래요." 나는 고개를 돌려 조그만 냉장고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라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라푸, 엄마한테 너희 집 큰 방을 나한테 반짇고리로 쓰라고 주면 이 낙타를 우리 냉장고에 넣어 준다고 해라." 라푸는 곧바로 물었다. "아줌마 바늘이 어디 있는데요?" 당연히 낙타는 우리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라푸 엄마는 거의 한 달 동안 굳은 표정이었다."(p122)
중국인들이 반한 그녀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그녀의 사하라에서의 생활을 담은 사진 같은 볼꺼리가 더 많이 실렸더라면 하는 것.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터라, 그녀가 자살로 17여년 전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싼마오가 글에서 자주 "이 인간"이라는 애칭으로 부른 "호세"의 뜻하지 않은 사고사(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 가슴 아프다.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그녀의 다른 책들을 통해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하라이야기]외엔 그녀의 다른 책이 출판되지는 않은 듯 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이라는 그녀의 [흐느끼는 낙타]가 기다려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