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이야기
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박세욱.조경숙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편으론  "고작해야 돈황석굴에서 발견된 케케묵은 유물들을 놓고 벌이는 서구와 일본 탐험대의 이야기"(p289)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동서문물의 교류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보아야 할 서적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맨 먼저 이 책을 읽도록 권하고 싶다."(p289)고 말하는 옮긴이의 말부터 헷갈린다.

 

    이 책을 통해 본 영국의 스타인이나 프랑스의 펠리오나, 일본의 다치바나나 다 똑같이 문화 약탈자에 불과해 보이는데 "학창시절의 나는, '뭐야, 일본도 제국주의의 문화침략을 했던 것인가'하고 실망했지만(p282) (마땅히 자신들의 과거를 알고 반성해야 함에도 "실망했지만~"으로 이어지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 교수라는 오하시 가쓰아키의 추천사도 헷갈린다.

 

    더 헷갈리는 건 스타인과 펠리오는 마치 장사꾼 혹은 약탈자 마냥 돈과 돈황의 고문서를 교환했지만, 일본인 다치바나의 행위에 대해서는 마치 돈황의 유물을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낸 영웅적 행위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글쓴이 (일본인)마쓰오카 유즈루의 창작의도다.

 

   책을 다 읽고도 이렇게 "헷갈린다"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은 역시나 나의 얄팍한 배경지식 때문이려나..?   "돈황이야기". 라는 제목은 역사에 대한 지식에 늘 갈증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하다.  돈황이라는 지명과 그곳에서 방대한 양의 고문서들이 발견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귓등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나의 빈공간이 많은 그릇을 좀더 채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황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어떤 것들이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등등의 지식 같은 것들로.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자신이 서질 않지만, 집필 의도가 상당히 불순하며, 그 정체성이 분명치 않은 특이한 책이다. "- 전략- 이것이 과연 소설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이 되어 있는 것인지 어떤지에 관한 것은 독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단지 나 자신은 이것도 일종의 소설이고, 그러한 분류의 명칭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문화사적 소설'이라는 한 장르에 넣어 두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 (p272) 라는 글을 보고 있자면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틀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류의 책에 대해선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조차 헷갈리기에 내용을 정리해내려니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이러하다. " 마쓰오카 유즈루의 [돈황이야기]는 에필로그까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상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스타인의 탐험대(3장-6장), 펠리오 탐험대(7장-9장), 그리고 오타니 미션(10장-13장), 바로 다치바나의 탐험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p290)   돈황에서 발견된 고문서들을 중국인들 스스로는 "휴지조각" 취급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휴지조각"들을 백인삼장(?) 스타인과 펠리오는 돈황사찰을 지키고 있는 주지 왕도사에게 얼마간의 돈을 제공하고 해외로 반출시킨다는 내용. 그에 더해 일본인 다치바나는 "대동아 공영권"을 지키기 위해(?) 서양으로의 반출을 막고 일본으로 돈황의 유물들을 가져간다는..?  내가 파악한 이 책의 내용은 대략 그러하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까나? 백인들의 제국주의 침략보다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이 동아시아권에 더 좋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까나? 아니면 돈황의 고문서를 발견하고 연구한 학자로 칭송하던 "스타인"과 "펠리오"가 실은 나쁜 놈들이고 문화약탈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나..?  침략자의 주구가 되어 자국의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는데 일조하는 장효완과 같은 나쁜 놈이 되지 말자는 결심을 해야 할까? 혹은 무지문맹에 재물 앞에선 정신을 못차리는 왕도사 같은 인물이 되지 말자는 것? 나라안이 시끄러우면, 외세의 침탈에 대응할 수 없으니 나라 안부터 잘 다스려야 중국처럼 당하지 않는다는 것...?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기나 한 걸까...?  "실크로드와 돈황학 입문서의 고전"이라는 책을 읽고서도 나는 그저 숱한 의문과 헷갈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