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천하의 경영자 - 상 - 진시황을 지배한 재상
차오성 지음, 강경이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출판사에 묻고 싶다. 글쓴이 나이가 서른 하나가 맞냐고..?!

    539쪽/ 581쪽. 1000쪽이 훨씬 넘는 두 권의 책을 덮고 나니, 숨이 찬다. 책 말미에 실린 글쓴이 차오성曺昇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있자니 더욱 숨이 찬다. 글쓴이에 대한  소개글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인터넷이 탄생시킨 중국 신세대 역사 스토리 텔러....略..... 2006년부터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티엔야왕에서 이 책을 연재하였고, 출간 즉시 중국 역사서 부문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였으며 평단으로부터 '노신의 예리함과 밀란 쿤데라의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서른한 살이 된 차오성은 이 작품을 통해 하루아침에 중국 역사학계를 이끌어갈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뭐야....? 겨우 서른 하나라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나이다. 겨우 서른하나라고....?!

 

    이 책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이룩한 진시황의 측근 이사斯의 생애를 담고 있는 "역사서"이다. 역사서라고 하지만, 차라리 한편의 소설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책이다. 물론 "소설"이라는 말은 글쓴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관한 것일뿐, 그 내용이 소설적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엄청난 배경지식을 가진 그의 글은 무척 매력적이다. 중국인이니깐, 중국사전반에 대한 깊은 지식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문학, 예술, 역사에 대한 글쓴이의 해박한 지식은, 앞서도 던졌던 의문처럼 글쓴이의 나이가 과연 서른 하나 밖에 안 된 게 맞느냐고 몇번이나 묻게 만든다.

 

 

      제목을 잘못 붙인 건 아닌가?  이사斯를 넘어선 "진제국 역사의 재구성"

   이 책은 [이사, 천하의 경영자]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이사라는 인물의 일대기만을 그려낸 책은 아니다. 초나라 상채군에서 곡물창고를 지키는 말단 관리로 있던 이사가, "측간에 사는 쥐와 곳간에 사는 쥐의 '빈부격차'를"(上/p19) 지켜보다가 "이 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어질고 어리석음도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구나!"(上/p19)라는 깨달음을 얻는 장면으로부터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제목과 같이 이 책의 주인공은 "이사"다. 하지만 이사의 인생행로를 따라가며 그가 만났던 다양한 인물에 대해서도 이사만큼이나 상세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이나, 그 밖의 중국사 관련 서적을 통해 단편적으로 보아왔던 춘추전국 말기 즈음부터 漢 초기까지의 역사상의 다양한 사건들, 전쟁과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실로 꿰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시황은 정말 여불위의 아들이었을까? 여불위. 특이한 내력으로 진나라 초기 정계에 관여했던 인물 노애. 한나라 공자였지만 눌변이었다는 한비자와 이사의 잘못된(?) 만남. 진시황에 복수하려고 자신의 목 베기를 자청했다는 이야기로만 알아왔었는데, 그 이야기의 배경에 엄청난 미모를 가진 부인 밀신과 영정의 동생 성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 줄은 지금껏 몰랐던 번오기. 한나라의 첩자로 파견되어 진의 국력을 소모하기 위해, 훗날 정국거로 불릴 운하를 만들었다는 정국과 이사의 관계. 그리고 이사의 "간축객서"라는 명문의 상소가 나오게 된 배경.  6국 병합 과정에서의 다양한 사건들. 연나라 태자 단과 형가` 진무양의 진시황 암살 사건, 진시황의 불로장생을 향한 염원, 진시황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구 정변. 진시황의 장남 부소의 자결. 환관 조고의 음모에 발을 담근 댓가로 끝내는 요참형에 처해지는 이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깨지고 새살이 붙다....

    진시황과 이사에 대해 교과서적이고 단편적인 역사지식만을 갖고 있었다는 옮긴이의 "하지만 번역을 하는 동안 그러한 나의 고정관념은 숱하게 흔들리고, 깨지고, 새살이 붙어갔다."(下,p572)는 말을 나는 이렇게 바꿔본다. 이 책을 통해 진시황과 이사와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역시도 숱하게 흔들리고, 깨지고, 새살이 붙었다고.... 글쓴이는 "사람 냄새 나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그들의 심리를 되짚어 보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취지이다."(上/p11)라고 말하는데, 글쓴이에게 그 취지가 한국에 사는 내게는 무척 잘 전달되었다고 전하며 이 책은 덮어둬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식소매상임을 스스로 자처하는 그를,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국회의원이었던 것 같고(?), 젊은 나이에 장관을 역임했던 사람이라는 것 정도가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떠올려보니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가 이 책 244쪽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라운드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청색 캐주얼 재킷을 걸친 차림으로 의원 선서를 하러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갔다가 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소동을 불러일으킨 '전과'"(p244)로 한동안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는 것 정도를 덧붙일 수 있겠다.

 

   그의 전력을 잘 모르는 나로선 정치면 뉴스에서 가장 자주 접해 그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이니, 좋은 말로 하자면 정치인, 평소하던대로 말하자면 정치꾼 정도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었다. 정치인의 책이라....?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의 책이라면 아주 오래전에, 현재는 대통령이 되신 분께서 쓰신 자서전을 어린 마음에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 정도가 전부이다. 물론 그 책을 읽을 당시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대통령의 이력을 살펴보다 어렸을 적 내가 읽었던 그 책의 주인공이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알게 된 정도. 물론 그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 터이다.

 

   이 책은 유시민이라는 지식소매상이, 아니 前 국회의원이었고, 前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보는 현재 우리 사회, 정치에 관한 생각을 짤막하게 써낸 글모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를 읽을 때 가슴이 설렌다"(p31)는 그는, 우리의 현대사가 헌법에 적힌 대로만 진행되었더라면, 지금 우리 사회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여러 곳에서 피력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이 '아직은' 민주 공화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할부금을 다 치르지 않은 채 타고 다니는 승용차와 비슷하다."(p59)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헌법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또한 이 책에는 참여정부시절의 치적도 있고, 그가 국회의원 혹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써 수행했던 업무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의 각종 사회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논조는 매우 비판적이다. 그의 이야기는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최근의 사회변화에 대해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독자들을 만나려고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p18)는데 나는 그런 독자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서고 사회와 역사가 올바른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분들"(p18)중의 하나도 아니다. 우선 이 독서의 결론은 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의 각성 쯤으로 맺어둬야 겠다. 다만 내겐 무조건적인 냉소와 무관심과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정치인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책이기도 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다. 간신들의 이야기라...? "간신"이란 단어를 듣고 먼저 떠오른 건 tv 사극에서 등장하는, 길게 찢어진 눈을 치켜뜨거나 혹은 내리깔고, 난 아첨꾼이요 하고 얼굴에 새기기라도 하려는 듯한 간사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 또한 간사함이 줄줄 배어나오는 내시의 모습이었다. 위인(?)에 관한 책은 많이 본 것 같은데, 이렇게 간신들의 이야기만 묶은 책이 있었던가....?  얕은 독서력에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주제의 책이고, 더군다나 얼마 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난세에 답하다]를 쓴 글쓴이의 책이라 내용과 재미 면에서도 보장된 책일꺼라 미리 짐작했었고,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제 오래 전에 죽은 간신들을 다시 살려내서 공소시효 없는 역사의 법정에 세우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의 간행을 통해 지금 우리 주위 곳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살아 있는 간신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나아가 간신이란 역사적`사회적 현상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방법을 독자와 더불어 모색하고자 한다."(p8)고 말하고 있다. 역사책이 주는 재미는 다양하다.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된다는 단순한 지식욕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역사 또한 사람의 이야기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인간관계를 둘러보는 계기도 되고, 역사 속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 삼아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역사책에서 얻을 수 있는 그런 장점들을 다 만족시켜주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1장 간신의 탄생, 2장 간신의 진화, 3장 간신의 태생, 4장 간신의 제도화. 크게 네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중국사의 19명의 간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은 사실 중국사에 관심이 있다면, 그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한 간신들이다. 혹은 이름을 몰라도 그들의 간사스러운 행동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인물들이다. 역아. 비무극, 백비, 조고, 석현, 양기, 동탁, 우문호, 양소, 이의부, 이임보, 양국충, 노기, 채경, 황잠선, 진회, 엄숭, 위충현, 온체인...  이 책을 통해 열아홉명의 간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떻게 이런 인간말종 같은 인간들(이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아까운)이 다 있을까 싶어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권력자에게 아첨하기 위해서, 사람 고기를 맛보고 싶다는 제 환공에게 자신의 세 살난 아들을 요리해받쳤다는 역아의 이야기는 이미 들었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시 읽어도 끔찍하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담?!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로 유명한 조고 또한 간신 순위를 놓고 2등하라면 서러워할만한 인간!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 동탁.."누군가 동탁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돼지처럼 살찐 동탁의 배에 심지를 꽂고 불을 붙였더니 이틀 동안 탔다는 이야기"(p126)가 전해진다는 그 탐욕스런 동탁 등 간신 순위 매기기 프로그램이 있다면 누구 1등을 할 지 예측불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되는 것도 좋았지만, 글쓴이의 역사보기, 인간사보기의 통찰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간신은 "타고 난다"고 생각했다. 타고난 성품이 탐욕스럽기 짝이 없어서 나라야 어찌되든 백성이야 어찌되든 사리사욕만을 채웠던 인간들이 간신이라 생각했었는데, 글쓴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 듯 간신도 시대의 산물이다. 타고난 간신은 없다."(p177)고.. 수 양제를 망국의 군주로 이끈 양소는 천하의 명장이었고, 무측천대의 간신이었던 이의부 역시 한때는 "행동과 몸을 바르게 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할 정도로 상당히 깨어있는 지식인이었"(p165)다는 것.

 

    그래도 참 다행이다 싶은 것은 이 책에 등장한 간신들의 최후가 하나같이 불행했다는 점이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란 바로 이런 것! 글쓴이의 말대로 "그렇다! 역사의 평가와 심판은 다소 더딜 수는 있어도 결코 건너뛰는 법은 없다."(p7) 그렇기에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간신들은 더러운 이름으로 기억되며 후대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악비의 무덤 앞에서 무릎꿇고 사죄하는 모습의 동상으로 화한 진회처럼 말이다. 상종 못할 천하의 인간말종들이라고 실컷 흉보며 책을 읽다가 책 말미에 실린 "간신 지수 측정"이라는 설문문항에 답해가다 사실 뜨끔했다. 정치인들이여! 공무에 바쁘신 당신들이기에 책 읽을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멱살 잡기 전에 이 책에 실린 "간신 지수 측정" 설문이라도 해 보시기를... 혹 그대의 이름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런 류의 책에다 싣고 싶지 않다면.... 흥미로운 주제를 맛깔나게 풀어낸 역사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 남의 눈에 비친, 나만 몰랐던 내 모습 바로보기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까 참 궁금하다. 거울이 비춰주는 내 모습은, 내 눈을 통해 보는 거니까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남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오래된 유행가 가사마냥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너는 내게 묻지만 대답하기는 힘"든, 뭐 그런거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떤지는, 아직까지는 솔직히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이 책[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를 통해서 살펴보면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우리는 외국 교과서 하면 우선 '왜곡'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p15) 맞다. 중국 역사교과서,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뉴스에 오르내리면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저 녀석들 또 뭔 헛소리를 지껄인 거야?!"하는 반발심부터  장착해두고 고까운 시선으로 쳐다보게 되는 건 그간의 학습효과 때문일테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교과서를 연구한 글쓴이는 "그러나 교과서에서 우리의 역사나 현재 모습을 왜곡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나라는 일본뿐일 것이다. 대개의 경우 '오류'라고 해야 한다."(p15)라며, 감정적인 차원으로 덤벼들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살펴보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글쓴이는 "최근 몇년간 세계 20여 개국을 방문하여 해외 한국학을 지원하고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을 개선하는 활동을"(책 앞날개)을 해 오신 교수님. 이 책에서는 다른 나라 교과서에 우리 나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실려있는지 살펴보고, 잘못된 서술에 대해서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그간 어떤 노력을 해왔으며, 그 성과 등에 대해 "수필 같은 필치"(p11)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일본의 교과서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그간 관심 밖에 있었던 여러 나라의 교과서에 등장하는 우리 나라의 모습을 분석하고 있다. 글쓴이의 말대로 우리의 역사나 현재 모습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먼 기록들도 많았다. 강!대!국! 일본의 오래된 식민사관에 영향을 받아 이미 폐기처분된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모습이 기재된 교과서들도 의외르 많았다. 사실과 너무 달라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서술도 여럿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광고판들에는 레이더 설비가 감춰져 있으며, 서울에는 포탄 공격에 대비해~"(p130) / 캐나다 교과서

   "돈 보스코 출판사에서 2007년에 펴낸 중학교 3학년용 [역사와 지리]에는 한국이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지역으로 표시"(p305) / 파라과이 교과서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태국의 중고등학교용 지리부도에 제주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된 일이었다."(p401)

   "일본에 합병된 한국은 2차 대전 동안 일본과 기타 추축국들의 편에 서서 연합국에 대항했다."(p128) / 캐나다교과서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교류의 부족으로 이런 엄청난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글쓴이는 한국학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과의 역사 교과서 문제에서 우리 국민이나 언론은 지나치게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p156) 그런 국민 중의 하나인 나 역시 그래야 되는 줄 알았고, 그 방법 밖엔 해결의 방법이 없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바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의 모습이 어떤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재미있었노라고 말하고 덮어버리기보다는, 여러 나라의 교과서에 실린 수많은 오류들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우리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음을 생각케 한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중권"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접했다. 그가 나온 tv토론프로그램을 본 적도, 이전에 그가 써온 글들을 한번도 접하지 못했음을 밝히는 것은 스스로가 정치,사회, 문화적인 문제와는 꽤나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무식함의 고백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略 .... 그 인연으로 <씨네21>에 1년간 기고한 글을 여기에 모았다."(p5)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영화잡지 <씨네21>에 기고했던 그의 글을 모아 묶은 것이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영화 이상의 그 무엇으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게 그의 글들은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독자들은 '쓸 데 없이 어렵다."고 했"(p6)다는데, 그 독자들은 나와 같은 독자들이었던 모양이다. 영화이야기를 하자고 벌여놓은 판에 포스트모턴, 부조리, 쿨미디어, 스티그마타 등의 용어는 물론이고, 베냐민, 마리네티, 폴 비릴리오, 메를로퐁티 등 철학자들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섞어놓은 그의 글은 영화에 대한 관심만으론 이해하기엔 벅찬 글이었다.  

  그간 두어권 보아왔던 "영화보기" 책과도 성격을 달리하는 책이다. 내가 이전에 보아왔던 영화에 대한 책들이 영화를 통한 역사보기나 눈에 보이는 영화 이면의 이야기 혹은 영화제작, 영화사적 의의에 대해 다룬 책들이었다면 이 책을 글쎄, 뭐랄까...?  "영화 닮론에 새로운 시각을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p5)라는 그의 말만큼이나 새로운 시각이긴 했으나, 그 새로운 시각이라는 게 일반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성격의 시각인지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글쎄..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이라는 그의 "담론 놀이"를 이해할 때가 오려나...? 기존에 내가 읽었던 [제국의 습격] (김용성/mbc프로덕션)이나 [상식으로 꼭 알아두어야 할 세계의 명화 50](노비 친/삼양사)의 책과 함께 읽으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살피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밖에도 영화에 대한 책들이야 많겠지만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감히 추천하진 못하겠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우연히  주어진 소재들을 가지고 담론의 놀이를 펼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p6) 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