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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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지식소매상임을 스스로 자처하는 그를,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국회의원이었던 것 같고(?), 젊은 나이에 장관을 역임했던 사람이라는 것 정도가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떠올려보니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가 이 책 244쪽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라운드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청색 캐주얼 재킷을 걸친 차림으로 의원 선서를 하러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갔다가 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소동을 불러일으킨 '전과'"(p244)로 한동안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는 것 정도를 덧붙일 수 있겠다.
그의 전력을 잘 모르는 나로선 정치면 뉴스에서 가장 자주 접해 그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이니, 좋은 말로 하자면 정치인, 평소하던대로 말하자면 정치꾼 정도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었다. 정치인의 책이라....?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의 책이라면 아주 오래전에, 현재는 대통령이 되신 분께서 쓰신 자서전을 어린 마음에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 정도가 전부이다. 물론 그 책을 읽을 당시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대통령의 이력을 살펴보다 어렸을 적 내가 읽었던 그 책의 주인공이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알게 된 정도. 물론 그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 터이다.
이 책은 유시민이라는 지식소매상이, 아니 前 국회의원이었고, 前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보는 현재 우리 사회, 정치에 관한 생각을 짤막하게 써낸 글모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를 읽을 때 가슴이 설렌다"(p31)는 그는, 우리의 현대사가 헌법에 적힌 대로만 진행되었더라면, 지금 우리 사회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여러 곳에서 피력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이 '아직은' 민주 공화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할부금을 다 치르지 않은 채 타고 다니는 승용차와 비슷하다."(p59)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헌법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또한 이 책에는 참여정부시절의 치적도 있고, 그가 국회의원 혹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써 수행했던 업무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의 각종 사회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논조는 매우 비판적이다. 그의 이야기는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최근의 사회변화에 대해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독자들을 만나려고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p18)는데 나는 그런 독자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서고 사회와 역사가 올바른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분들"(p18)중의 하나도 아니다. 우선 이 독서의 결론은 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의 각성 쯤으로 맺어둬야 겠다. 다만 내겐 무조건적인 냉소와 무관심과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정치인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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