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프 그래픽 컬렉션
엘린 브로쉬 맥켄나 지음, 라몬 K. 페레즈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려한 일러스트에 시선을 뺏겨 책을 펼쳐 단숨에 끝까지 읽은 책 <제인>. 고전 <제인에어>과 같이 외롭지만 명랑하게 자란 제인이 은밀한 비밀을 가진 로체스터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정략결혼 한 사실을 숨긴 샬롯 브론테 원작 속 로체스터와 달리, <제인>에서의 로체스터는 아내 이사벨을 잊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쓸쓸한 사람으로 제인의 마음을 아프게 흔든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친적집에서 버려지다싶이 자랐지만, 고기잡이 배에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뉴욕에 와 사랑도 성공도 거머쥐게 되는 멋진 여성 제인. 제인이 의지했던 로체스터의 매부 제이슨만을 제외하고는, 제인이 세 들어 사는 쪽방의 주인 헥터, 제인과 아델을 돌보아주던 경호원 벤, 제인이 다니던 미대 클래스의 친구들까지도 모두 뉴욕에서 만난 좋은 인연이었다. 그녀가 아델을 아끼는 만큼 제인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주는 로체스터를 만나 가슴이 따듯해졌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엘린 브로쉬 맥켄나 각본이 라몬 K. 페레즈의 그림을 통해 현대적이고 감성적이며 아름답고 섹시하게 그려졌다. 폭 넓은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고전의 향을 느끼고 싶은 애서가들, 세련되고 감각적인 그림체를 즐기고 싶은 일러스트 팬들, 그리고 한번 쯤은 어렵고 지루한 독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독서스타일을 찾아보고픈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수업
성호승 지음 / 경향BP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는 것은 누구나 하루 세 끼 밥을 먹듯 거쳐 가는 겪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닥쳤을 때에는 이 순간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양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커다란 행복 그리고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내성이나 면역이 생기지 않는 아픔. 나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감정에 낯설고 헤어짐에는 서툴렀다.


연애감정에 대한 글은 언제나 핫하며 진부한 소재임에도 누구에게나 통한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로맨스를 즐겨 읽었고 이 책도 그 테마와 디테일한 목차에 끌려 책을 골랐다.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글보다 작가 소개를 먼저 읽지 않았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어린 작가의 연령대에 놀랐고 SNS에 글을 많이 쓴다더니 그래서 담백한 문체가 가볍게 잘 읽혔던 듯 하다. 단편소설 혹은 에세이라 칭해야 할까, 간혹 시와 비슷한 글도 중간에 섞여있는 이 책. 책을 읽으며 대단할 것 없는 남녀 간의 일들이지만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근래에 지친 마음에 자그마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요즈음 나는 정기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자세와 무게의 덤벨을 들고 20개씩 3세트에서 5세트를 하는데, 갯수가 많다 보니 후반부에 가서는 너무 힘들어 대충 하게 될 때가 있다. 올바른 자세로 근육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갯수를 채우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을. 언제나 나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적게 느껴왔다. <감정수업> 속 작가의 다짐과 같이 나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이 시간에 몰입하고 싶다. 더 이상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화나는 과거에 섭섭하고 싶지 않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내가 후회 없이 행복해지는 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헐적 단식을 통해 얻은 믿기지 않는 자유
라이언 스미스.킴 스미스지음, 황정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균 미만의 체중과 평균 이상의 근육량을 자랑하는 내가 한 때 폭식으로 죽고 싶을 만큼 고생했다는 것은 가족도 모르는 사실이다. 비만도 아니었던 나는 3개월만에 10키로에 가까운 무리한 감량을 한 후, 그 부작용을 이겨내려 몇 배의 시간을 허비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 산부인과와 정형외과에 다녔고, 더불어 억눌렀던 식욕이 치밀어 올라 폭식증을 앓았던 것 같다(이에 대해서는 정식 의사 소견을 받은 바 없지만 당시 수십 권의 섭식장애 및 관련 정신질환 책을 읽으며 확신했다). 감량 후 2년이 더 지난 때 까지도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디톡스, 당질 제한식 그리고 간헐적 단식까지 여러 다이어트를 해 보았으나 그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나는 절대 식이요법으로만 살을 뺀 적이 없으며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과 발목까지 자주 다쳤다. 태초에 뚱뚱하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감량을 시작했던 나의 지난 선택을 후회했다.

 

폭식을 극복한 것은 의외로 다이어트라는 놈에 질려감에 따라 일반식을 잘 먹게 되었을 때였다. 연애와 이별, 이직과 출국을 하며 정신 없이 지내면서 나는 시나브로 식욕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살이 찌지 않는 상태로 유지가 되었다. <간헐적 단식을 통해 얻은 믿기지 않는 자유>를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스미스 부부가 몸소 입증해 보인 간헐적 단식의 방식이 내가 지금 자유로워진 바로 그 방법이었다!

 

예전에 여러 책에서 보고 따랐던 간헐적 단식의 방법들은 대체로 폭식과 단식을 번갈아 가며 하는 것이었다. 가령 일주일 기준 주 5일은 정상식을 먹고 남은 2일은 엄격한 단식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맞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단식하는 기간의 스트레스가 너무 컸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상식 기간에는 식욕이 더 폭발하여 폭식을 일삼게 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불규칙적인 생활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늘 불편했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아침을 챙겨먹기 바쁘니(게으름을 인정한다) 건너뛰고, 약속이 없다면 1시경 가벼운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저녁을 7시~8시 사이에 먹고 운동을 하며, 이 후에는 물이나 커피 이외에는 먹지 않았다. “참지 말고 미뤄라!” 스미스 킴의 말처럼 그냥 다 포기하고 먹고픈 대로 먹는 것, 그 절제 해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식욕을 극복하는 첫 걸음이다.

 

나는 간식(주로 빵이나 과자)이 땡길 때 참지 않고 즉시 가서 구매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곳, 책상 옆 즈음에 둔다. 하던 일 마무리하고 먹어야지 조금 이따 먹어야지, 이렇게 잠시 둔다. 그러다보면 그 조금이 반나절이 되고 곧 까먹고 하루 이틀이 된다. 먹으면 안 된다고 못 먹는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식욕을 억제하려 들면 고통스럽지만, 원하는 것을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희망이 된다. 스미스 부부의 조언처럼 2시~7시 사이에만 팔레오 식으로 식사하면 편하게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다. 섭식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 스미스 부부의 진솔한 이야기 <간헐적 단식을 통해 얻은 믿기지 않는 자유>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책을 알게 된 건 사회 초년생일 때 였다. 일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치열했던 내가 매일을 아둥바둥 하는 것이 안타까웠던지, 잠시 머무는 지구별에서 좀 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존경하던 분이 권했었다. 임원이자 나의 상사였던 그가 열심히 일하는 부하 직원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 때에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 현재의 나에게도 커다란 새로운 감회를 주었다.

전 재산을 폭우에 쓸려 잃어버리고 나서도, 원래 가진 것이 없었으니 밑지지 않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작가를 위로하던 친구 가네샤. 급하게 서두르며 잔돈을 챙기다 되려 일을 그르쳤고, 느려터진 인도인 노인의 지혜와 함께 얻게 된 망고주스 이야기. 내가 세상사를 통제할 수 없듯, 원숭이가 골프공을 멋대로 옮겼다면 그 곳에서 다시 경기를 시작하라는 영국인 골프장 규칙에서 저자가 배운 교훈.


나도 외국에 있을 때 마지막 회사에서 인도 비즈니스를 하긴 했지만, 그 와 상관없이 사석에서 만나 사귄 친구들 중 이상하게 인도인이 많았다. 그 중 동갑내기 친구 하나가 공을 치기로 약속해놓고 15분이나 늦은 적이 있다. 빗 속에서 기다림 끝에 썽이 잔뜩 나 소리를 지르던 나에게 그는 빙긋 웃으며, 너희 나라에서는 다들 시간을 칼같이 지키나보구나 정말 미안해, 라고 하던 어이없는 놈. 타지에서 힘들어하던 예민한 외국인 노동자였던 나에게, 너를 둘러싼 모든 세상사는 네가 바꿀 수 없는데 너는 그걸로 계속 힘들어 할 것이냐고, 차분한 영어로 웃으며 말하던 어이없는 놈.

물론 인도도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한 끼에 40만원이 넘는 스테이크를 척척 사주던 뉴델리 출신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스테이크보다 이 동갑내기 친구가 따뜻한 우유를 손수데워 가루를 타 끓여주던 커피가 더 그리워진다. 류시화 작가가 매년 인도를 되찾았던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나는 비록 한국에 와 당일배송이 안된다고 울화통을 터뜨리는 보통의 한국인으로 이미 돌아왔지만, 류시화 시인의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시간으로 그 부끄러운 마음으로 종종 되돌아간다.

치안을 이유로 여자 친구들이 인도를 가겠다고 하면 언제나 말려왔던 나다. 인도로 직접 떠나는 대신, 오랜 사색 끝에 가슴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의 세계로, 이 책과 여행을 떠나보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벅스에서 철학 한 잔 - 신나는 직장 생활을 위한 42가지 철학 처방전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지음 / 달의뒤편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고루한 학문 쯤으로 여기지만사실은 우리 삶과 밀접하고 일상에서 철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인상 깊습니다특히 학자나 관련분야 종사자가 아닌 보통의 직장인들이 철학을 탐구하면서 깨우친 진리는 훨씬 공감되고 쉽게 전해졌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임마누엘 칸트의 정언명령입니다변수가 많은 생활 속에서 작은 규칙이 어그러진 것 또는 내 손으로 바꿀 수 없는 타인들의 그릇된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스스로를 학대하듯이 괴롭습니다원리원칙을 중시하다 못해 일상이 피곤할 지경인 나에게왜 어긋난 상황들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지에 대해 종종 스스로 자문하곤 합니다막말로 그들이 법을 어긴 것도 아니며 내가 남의 모든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위자도 아닌데 말입니다아주 작은 예외라도 그냥 지나치거나 용인하지 못하는 강력한 내 마음 속 양심의 소리는 절대적인 도덕법칙을 주창하던 칸트의 정언명령’ 수준이 아닐까 나는 감히 생각해봅니다고민이 될 때에는 마음 편하게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사실은 칸트의 지혜가 주는 답이 되겠네요.

두 번째는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입니다 10년동안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단연 직장의 선택이었습니다가능한 옵션 중에서 어느 곳이 나에게 맞을지 회사의 네임벨류담당업무연봉기타 복지 등 여러 요소를 따져야 하고 더욱이 다녀보기도 전에 먼저 선택부터 해야 한다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종교도 없는 내가 모범답안은 B회사라고 찍어주는 신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고이는 나의 여성친구들 중 상당수에게 점을 보러 가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이럴 때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모든 것을 질문해 보는 방식이 방법적 회의’ 입니다즉흥적인 기분이나 감정적인 요소보다는내가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이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지 등삶의 근간이 되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을 위하여 끊임없이 사유한다면 참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