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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ㅣ 자기탐구 인문학 3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나를 비난하는 이
감정은 무엇인가?
저자는 우리가 혼동할
수 있는 개념들을 비교하여 수치심을 정의하고 이들 단어와 구별한다. 당혹감, 글욕감, 죄책감이 그것인데, 그
중 누구나 의도치 않게 그러나 살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일시적인 사건이나 해프닝으로 인한 창피함이 ‘당혹감’이다. 당혹감을 느낄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있었다고 해도, 이는 순간적이며 일반적인 일이므로 나에게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다. 또한
어떤 사건에 대해 굴욕감을 느낀 사람은 그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고 개선하기 위해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에
반해 수치심을 느낀 사람은 이를 당연시하고 자신을 탓하여 괴로워하며, 그 원인을 타인에게 밝히기를 꺼리게
되는 점에서 굴욕감보다 유해하다.
내가 평소 수치심과
가장 헷갈렸던 개념은 죄책감이다. 자기평가에 기반하여 본인의 가치에 상반되는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흔히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죄책감은 앞으로 유사한 행동의 재발을 먹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하지만 자기평가에 근거하여 스스로를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폄하하는 것이 수치심이다. 수치심은 나 자신을 비난하게 만드는 자기파괴적이고 위험한 감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의 긍정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보이고 싶은 모습 vs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
3장부터가 이 책의 본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이 근본도 모르는 엄청난 부끄러움을 숨기려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를 고치기 위해 내가 수치심을 느낄 때 어떠한 상태가 되는지, 그리고
이렇게 내가 문제가 있다는 이 생각이 어디에서 오는 지 먼저 알 필요가 있다. 저자가 권유한 대로 10분 이상 잠자코 생각을 더듬어 본 결과, 나에게 수치심은 마치
온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느낌이었다. 수치심을 느낄 때에 나는 얼굴이 붉어지고 순간적으로
욱하는 불쾌함에 말이 빨라졌다. 나는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 없고 어떤 부분은 취약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할 용기가 필요했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없다
책을 읽다가 아차
싶었다. 우리가 매일 보면서도 잘못된 행동인줄 모르는 ‘2차
가해’에 대한 답을 얻었다. 흔히 사람들이 어떤 사건에서
피해자가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그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피해자와 ‘나’ 사이에 유사점이 없다며 ‘나’를 ‘그런 사람들’과 다르다고
분리하고, 그러므로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막상 비슷한 사건을 겪게 될 경우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런
일을 겪었을까’하며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더 큰 괴로움에 휩싸일 것이다.
내가 외국에서 계획에
없던 구직을 할 때에, 좁디 좁은 한인 사회에서 나는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내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빌딩에서 일 할 때에는 부담스럽게 나에게 친절했던 수 많은 새로운 친구들의 연락이 뜸해질
즈음, 나에게 일부러 연락을 주고 먹을 것들을 가져다 준 사람이 있었다. 그 언니는 내가 특별히 잘못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음을 먼저 깨달은 사람이었다. 큰 일을 극복하고 나서 더 큰 그릇으로 단단해진 언니가 참 고마웠고, 나
역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손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이 내용을 꼭꼭 씹어 완전히 소화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아래와
같이 책의 골자를 요약하니 이를 따라 스스로를 훈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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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훈련. 수치심 촉발제 파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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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훈련. 비판적 인식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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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훈련. 손 내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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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훈련. 수치심 말하기
우리는 특히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다. 또한 내면에 자라면서 배운 암시가 강하게 자리한다. 그 결과 나의 단점을 똑같이 가진 사람을 비난하게 된다.
수치심 촉발제를
파악하기 위해, 나를 울컥하게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왜 이 모습을 원하지 않는지. 그 모습이 나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고민해 본다.
비판적 인식을 실천하는
과정으로는, 큰 그림의 맥락을 보고 이해하려 애쓴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 남들도 이런 수치심을 겪는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그 후 내가 아는 것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의문제거의 과정을 거친다.
완벽함을 꿈꾸면
실패할 수 밖에. 오늘부터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