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 아픔을 마주하고 헤쳐가는 태도에 관하여
김정원 지음 / 시공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적당히 얇아서 가볍게 읽기 쉬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가벼이 넘길 책은 아니었다실은절대 남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내 마음의 병에 대하여 남 일인 양 무심하다나 역시 처음에는 무심코 책을 훌훌 넘기다가 [생각을 생각하다파트에서부터는 하던 일을 제쳐두고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생각의 주체는 나인데 왜 내 생각을 이리 컨트롤하기가 어려운지나의 생각이 나의 마음을 좌우하고 그 마음이 어찌나 강력한지 때로는 몸까지 아프게 한다이러한 나의 생각이 언제나 사실과 같은 것은 아니다때로는 사실이 아닌 허상으로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자아내고 이는 나에 스트레스로 연결된다같은 상황속에서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만 다른 사람은 별 일이 아닐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상황에 대한 해석 및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이는 너무 찰나에 일어나는 복합적인 일이라 우리는 이것에 나의 생각에서 기인한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여기서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이 생각이라는 놈에 대해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백문이 불여일견나는 김정원작가님이 소개한 방법을 바로 따라해 보기로 했다저자는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현실 세계의 나로 호출해야 한다 했다나는 어제 밤에도 남자친구와 한 판 했다어제의 나는 감정 소모가 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상처를 받고 지쳐있었다.



늦었지만 지금 이렇게 카페에 앉아 어제의 내가 했던 생각이라는 놈을 바라보자나는 어제 남자친구와 특정 행사에 대해 메신저로 논의하고 있었다그리고 남자친구가 질문혹은 추측성 반응,을 했다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를 분노케 했다왜냐하면 남자친구가 한 질문은 이미 내가 말로 한 차례 설명했던 사실이었다게다가 내가 프로세스를 완료한 후 캡쳐해서 보낸 사진만 제대로 훑었더라도 그 사진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따라서 나의 해석은 이러했다그는 내가 열심히 했던 설명들을 읽지 않고감히 내 말을 귓등으로 듣고(씩씩), 더불어 내가 보낸 사진까지도 대충 보고 넘겼다이는 나의 성의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해석이 만약 사실과 동 떨어져 있다면 어떤가남자친구는 우연히도 그 타이밍에 다른 일을 같이 하느라이를테면 빨래라든지 무엇이든나의 메신저 설명을 읽었음에도 잘못 이해했다아니면 나를 무시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순간적으로 헷갈려 질문을 했다또는 나의 메시지들을 꼼꼼히 읽었는데 하필 그 부분만 미스했다뭐가 되었든 어떤가이렇게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 자체로 나의 거대했던 분노는 잠시 주춤했고 이는 큰 의미가 있다그는 나를 화나게 할 의도가 없었다더욱이 나를 무시했다는 느낌을 주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기에 지금 그는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조차 감을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초반의 나의 부정적인 해석이 진짜 남자친구의 상황이나 생각과는 괴리가 있었을지언정 거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중요한 것은 그 근거는 어제의 현실이 아닌 그보다 과거에 있었다 -나의 타인과의 경험이나 남자친구와의 일전에 있었던 다툼 등이 될 수 있겠지그것은 어제의 상황과는 다르다지은이는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객관화 혹은 재평가하는 생각교정의 과정을 통해나의 불안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 우을증 치료의 목적이라 한다다시 말해 나쁜 생각을 완전하게 없애는 것이 우을증 치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왜곡된 해석이나 걱정을 없앨 수도 더욱이 완벽해 질 수도 없다타인은 나와 마찬가지로 완벽해 질 수 없는 존재이고 동시에 나는 타인과 마찬가지로 나혹은 그 누군가에게언제나 상처 줄 수 있는 존재이다이를 받아들이고 과거의 감정에서 벗어나 현재를 사는 것이 김정원기자가 알려주는 이 책의 강한 목소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자기 중심 찾기
말레네 뤼달 지음, 배형은 옮김 / 마일스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해야 한다이걸 잘해내면 꿈을 이룰 수 있다꿈을 이루면 성공할 것이다.

 

내 분야에서 성공하면 곧 난 행복해질 것이라 여겨 늘 가혹하게 나를 채찍질하고 닦달했다그런데 그토록 소원하던 목표에 거의 임박한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삶에서 가장 불행한 시간을 맞게 되었다아쉽고 또 아쉬웠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결국 살고 싶어서 벗어던진 나의 꿈의 그 날카로운 한 조각을 이제껏 나는 미련인지 후회인지 모를 마음에 품고 있다나는 잘 한 선택을 한 것일까분명 주객이 전도된 상황해서 신중했던 선택이었음에도 나는 왜 이리 찝찝한 것일까.



그것은 바뀐 사고회로가 확립되지 않은 탓이다새로운 목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그간의 견고한 믿음이 하루아침에 쉽게 무너질 리 없다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다만 나의 마음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그래서 끌렸던 이 책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파트는 제 5장 <섹스>인데 성생활이 행복에 주는 영향에 대해 논했다외설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풀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저자의 어투는 건조하고 담백하여 읽는데 불편하지가 않았다합리적인 성교육의 부재로 온갖 낭설과 편견이 난무한 가운데잘 알려진 속설(?)들을 설문조사나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반박했다그리고 감정을 동반하는 성관계는 일시적 쾌락이 아닌 지속적인 행복에 연관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말레네 뤼달은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 그네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권력명성섹스가 행복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이야기한다아름다워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고 행복해야 아름답다고나의 자리가 그 권력이 곧 나의 존재는 아니라고그렇게 작가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고의 우물에 의문이라는 이름의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