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주디스 오어 지음, 이장원 옮김 / 책갈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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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 자체는 (한심하게 만연된 무지의 red complex 때문에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가장 정통한 분석에 입각해 최근의 국제 상황들까지 페미니즘 역사와 최신 이론 정세들을 거의 모두 꿰뚫고 있는 현재까지 나온 가히 최고의 입문서 중 하나라 해도 흠잡을 데가 없는 저작이다.
번역도 매끄럽고 가독성도 좋으나 다만 한 가지, Radical feminism을 굳이 ’급진주의’ 페미니즘으로 오역하고 있어 그 의도와 태도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다른 부분들까지 절대적 신뢰도를 의심받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다.
원래 학술적으로는 거의 예외없이 ’~적’과 ’~주의적’이라는 용어 사이에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큰 차이가 있고 심지어 종종 대립되기까지 한다.
대표적으로 이 분들이 신성시해 마지않는 ’Marx적’과 ’Marx주의적’이란 용어의 관계사가 그 비근한 일례를 구성하는데, 특히 ’Marx주의(적)’이란 말이 공식화된 교조로서의 Stalin주의 Soviet Ideology만을 유일하게 지시할 때 이에 ’대립’하며 이를 내재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다시 그 뿌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다양한 ’비정통적’ 사유와 방법론을 시도하는 사상체계들이 자신을 지칭할 때 사용했던 것이 바로 ’Marx적’이란 용어였듯이 이 경우도 ’Radical’과 ’Radicalism/Radicalist(ic)’은 큰 차이가 있고 엄밀하게 구분하여 사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당대에 ’Radical’은 차라리 ’과격한’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었던 어법인 반면 ’급진주의’나 ’Radicalism’은 사용하고 싶다면 동일한 text 안에 반드시 엄밀한 학술적 정의를 적시하여 대동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 기초과정을 빼먹으면 최근의 제1어법으로 (후기) Judith Butler의 3세대 feminism을 포함하는 급진민주주의 소수자정치학, 좀더 전통적인 제2어법으로 사회자유주의/사회민주주의 내 좌파(나 때로 반자본주의 급진좌파), 미국색 짙은 제3어법으로는 Saul David Alinsky로 대표되는 Progressiv(e Liberal)ism 내 좌파를 지시하게 되어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Marx주의 내에서는 전통적으로 급진주의라고 하면 거의 제2어법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로 그 Marx주의 저작에서 원문의 훨씬 넓은 외연과 단순어법을 가진 ’radical’을 민감하고 risky한 학술 용어인 ’급진주의’로 번역한 것은 가장 아쉬운 오역적 개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태도가 운동의 다른 단위들로부터 이 정파에 필요 이상의 반감과 비난을 불러오고 있는 일원인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





[이 후기는 사랑하는 동지들의 노고를 존중하여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까지 상당 시간을 기다려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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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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