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소녀의 여행
멜라니 크라우더 지음, 최지원 옮김 / 숲의전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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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크라우더(Melanie Crowder)’의 ‘투명 소녀의 여행(Three Pennies)’은 한 소녀의 엄마찾기와 입양을 그린 소설이다.

무려 71개의 작은 이야기로 쪼갠 이 이야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일명 ‘투명 소녀’ 마린부터, 그녀의 입양을 희망하는 루시, 그들을 연결해주는 아동보호국의 길다 블랙본에,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는 부엉이까지 나온다. 저자는 이들을 왔다갔다 하면서 큰 한 줄기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다.

시점을 오가며 자잘하게 쪼개서 이야리를 하는 것은 얼핏 산만하게 보이게도 하는데, 대신 그게 각자의 입장이나 생각, 그리고 시점 등을 보여주기도 해서 의외로 나쁘지는 않다.

더불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 할 수 있기도 하다. 해당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때는 마치 1인칭 시점같은 느낌이 있어서다. 자연히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린이나, 그런 마린과 함께 살고 싶어하면서도 또한 조심스러워하게되는 루시의 심정도 쉽게 공감이 간다.

이야기도 나름 잘 썼다. 엄마를 그리는 마음이나 어떻게 찾아내는지도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되는 과정도 꽤 잘 그렸다. 그 과정에는 물론 소설에서나 볼법한 극적인 장치도 쓰이기는 했다만, 그것도 그렇게 어색하거나 하지 않게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입양에 대해서 좀 더 알게 하는 한편,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점도 좋았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동양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는 거다. 마린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사용하는 ‘주역’도 그렇고, 루시를 중국계(성이 ‘챙’이다)로 설정한 것도 그렇고 말이다. 아마 작가가 그와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 그랬나 본데, 이야기적으로도 가족이란 혈육 뿐 아니라 인종과도 무관한 관계라는 것을 넌지시 담아낸 것 같아 의미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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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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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 리쓰코(井波 律子)’의 ‘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中国の五大小説 〈下〉 水滸伝・金瓶梅・紅楼夢)’는 가장 유명한 중국 5대 소설 중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얼핏보면 중국 5대 소설 중에서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에 대해서 다룬 독립된 책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5대 소설’이라는 2권짜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물론 삼국지연의와 서유기를 다룬 전권과는 다른 소설에대해 이야기하는만큼 따로 보아도 나름 볼만하기는 하다. 그러나, 책 내에서 이전 권에서 얘기했던 것을 말하고 앞서 얘기했던 소설과의 연관성을 따지거나 비교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책만 따로 보거나 흥미로운 소설에 대한 것부터 먼저 보기보다는, 두권을 하나로 보고 수록 순서대로 죽 이어서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크게 두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하나는 각 소설의 개략적인 줄거리를 요약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 속 장면에 설명을 덧붙이거나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주로 후자에 더 힘이 실려있다.

때문에, 이야기를 요약해서 얘기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소개의 목적으로 이 책을 권하기엔 그리 적합하지 않다.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라 그걸 짧게 줄인다는 것 자체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 ‘큰 흐름’을 알려주는 정도밖에는 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책은 이미 중국 5대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 그것들의 관계나 차이점, 그 안에 담긴 시대상과 각 장면에 담긴 의미와 장점, 또 소설로서의 의의는 무엇인가 등을 더 깊게 아는데에 더 적합하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중국 5대 소설의 스포일러 리뷰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뒤떨어지는 점이나 아쉬운 것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소설 그 자체로서는 설화에 기반한 장회소설(章回小說)의 한계를 뼈저리게 드러내는데도, 그러한 소설 형식상의 특징 때문인 것이지 결코 구멍이나 허술함이 있는 건 아닌 것처럼 감싸주기도 한다. 이건 때론 합리화처럼 보이기도 하나, 소설이란 시대적 배경과 시대상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마땅해 보이기도 한다.

소설에 대한 해설은 조금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면모를 보이는 점도 있기는 하나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때론 그냥 지나칠만한 면들을 집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소설을 즐기는 데도 나름 유익하다.

오타가 조금 있는데, 중국 소설을 다루는 것이라 워낙에 생소한 명사가 많아서 오타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것들에는 한국에서(또는 한국인으로서)는 어떠하다는 주석을 덧붙였다면 좋았으려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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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
조금산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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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은 다음웹툰에서 연재했던 작품 1~11화를 단행본으로 엮어 낸 것이다.

시동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일종의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주요한 내용들이 대부분 후반에 몰려있는데, 그 덕에 초반부를 담은 1권은 조금 재미가 없는 편이다.

작가가 일부러라 할만큼 캐릭터나 배경 설명을 아낀데다, 심지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상황에 대한 공감대도 딱히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더욱 그렇다. 느닷없이 싸다구를 때린다던가 하는 게 그렇다. 그래서, 언뜻 보았을 때는 좀 불편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참고 보다보면 나중에 가서는 단지 싸다구를 후리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코미디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단 계속 봐보길 권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의 답없고 설명없는 이야기에는 모종의 답답함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작가의 불친절함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으나, 뒤에 이어질 것들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보면 볼수록 볼만해지고, 끝에 가서는 작은 울림을 남기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흔해빠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만, 지극히 만화적이면서도 또 반대로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한 이야기와 표현들이 그걸 잘 살려낸 게 아닌가 싶다.

만화는 연재할 때 스크롤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컷 분할 등이 출판 만화와는 많이 다른데, 그걸 단행본으로 만들면서 배치를 조금 손봐 너무 어색하지 않게 만지기는 했다. 그러나, 애초에 출판까지 생각하고 그린 게 아니고, 단행본 작업을 하면서 편집에 힘을 준 것도 아니라서 여전히 웹툰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쉬운 것은, 그 덕에 그림의 질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거다. 낮은 해상도로 그린 그림을 늘려서 찍다보니 때론 뭉개져 버린 컷들도 꽤 눈에 띈다. 그래도 기왕 단행본인데, 보정 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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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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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Luis Alberto Urrea)’의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The House of Broken Angels)’은 한 맥시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름도 엔젤(천사), 그것도 ‘빅 엔젤’이니 마냥 따뜻한 가족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이 망가진 천사(Broken Angels)의 가족들은 속된말로 좀 막장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계도 그렇고, 그들이 하는 행동도 그렇다.

하지만, 솔직히 문화 차이를 좀 이해하고 봐야할 것 같다. 당장 이들이 내뱉은 저속한 욕설들도 우리가 흔히 보는 ‘한국어 욕설’같은 그런 느낌이나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퇴폐적이어 보이는 이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선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금 쎄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야기는 암 선고를 받은 빅 엔젤의 생일과 어머니의 장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를 위해 가족이 모이면서 데 라 크루스 집장을 하나씩 소개하고, 서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때로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힘겹게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아버지라고도 할 수 없었던 빅 엔젤과 가족들의 마지막도 시끌벅적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이 소설은 암 선고를 받은 가장과 가족의 이야기이고,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고 해서 딱히 감동적으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결코 즐겁지만 않았던 과거를 얘기하기도 한다고 해서 묵직하게만 이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그런것들마저도 마치 농담을 던지는 것처럼 가볍게 쓰였으며, 실제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장면들도 꽤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편하게 볼 수 있다.

맥시코 대가족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적기는 하나,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간의 모습이나 감정의 오감 등은 문화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가슴에 와닿는 게 있다. 어쩌면 저자 자신이 멕시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를 둔 멕시코 출신으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기에 그것들이 녹아들어 더 생생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국인이라 더욱) 딱히 접점이 없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읽고 나서는 나 자신의 가족을 다시금 떠올려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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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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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는 고전적인 호랑이 설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는 희현과 모현 자매다. 이들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호환(虎患)이 닥치게 되고, 이를 수습하려 나섰던 고을 수령이 행방불명되면서 기세를 탄 무당 천이의 주도아래 ‘인신공양’이라는 집단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안그래도 힘겹게 살던 이들은 ‘범의 신부’라는 허울좋은 말의 희생양으로 지목받게 된다.

보통의 옛날 이야기라면 이 쯤에서 영웅이 등장해 사악한 호랑이를 처치한다던가, 또는 덕을 쌓아오던 호랑이가 결국 사람들 사이의 오해를 해소하면서 오해의 혼란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던 이들에게 일종의 벌을 내리다던가 하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옛날 이야기와 그 궤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대의 소설가가 현대 소설의 기법을 가미하여 다시 쓴 고전 설화라는 느낌도 있다.


당연히 현대의 소설인만큼 현대적인 이슈들도 꽤 넣었다. 비판없는 대중들이 손쉽게 휩쓸려 왔다갔다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가도 보여주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약점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자들의 욕망이나 여자라서 격어야 하는 치욕같은 것들도 담았다. 그런 것들은 은근히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그것들을 보이는 인물들이 너무 단순하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는다.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할법하다기 보다는 단지 그러한 역할을 위해 등장한 것으로만 비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름의 복잡성을 가진 인물들의 행동도 그렇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당장 주인공들부터가 그렇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나름 이야기를 하기는 하나 좀 변명이나 자기합리화처럼 보인다.

나름 모현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성장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쉽게 보기 어려운 한국의 민담을 소재로 한 것은 꽤 좋았으며, 판타지 소설로서도 나름 볼만하다. 한가지 장르에 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의 특징을 섞은 것도 어느 하나가 어색하게 튀지 않아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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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12-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