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5 - 휴가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른 릴(Jørn Riel)’의 ‘북극 허풍담 5: 휴가(Skrøner #5: Rejsen til Nanga - en usædvanlig lang skrøne)’는 북극을 배경으로 한 작가의 자전 소설이다.



‘허풍담’이라는 제목에서 받는 첫 인상은 굉장히 과장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종의 우스개소리구나 하는 거다.

그건 때론 사냥 경험일 수도 있고, 추운 날씨를 얼마나 의연하게 또는 한정된 자원으로도 꿋꿋이 버텨냈는지에 관한 것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허풍이란 경계가 없는 넓은 범주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소설은 생각보다 훨씬 잔잔한 일상물에 가깝다. 그래서, 물론 일부 과장이나 만들어낸 이야기도 있긴 하겠지만, 보다 실제 경험담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 그러고 보니 애초에 자전 소설이었다고 했던가.

그래서 조금은 왜 제목을 ‘허풍담’이라고 했는지 좀 의아해지기도 한다만, 그것도 보다보면 자연히 이해하게 된다. 꽤나 사실성이 있어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지점에서 뜻밖의 이야기나 전개가 나오면서 보다보면 피식 하고 웃게되는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전체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각각이 별개의 이야기이면서도 또한 크게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구성도 그런 느낌을 더해준다. 그래서 어느 지점을 콕 집어서 ‘이건 거짓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전체적으로는 꽤나 허풍섞인 이야기라는 것에는 절로 동의하게 된다.

허품이라는 게 대게 그렇듯, 소설 속 이야기들도 꽤나 뜻밖이면서 모험적이고 또한 재미있다. 그 자체의 읽는 맛이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해볼 만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정말로 잘 그려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담 싸부’는 한 청요리집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인 청요리집의 이름 ‘건담(健啖)’은 잘 먹는다, 먹성이 좋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이다보니, 얼핏 들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로봇이 생각나는 이 이름은, 그곳 싸부인 ‘두위광’이 자신의 어렸을 적 불렸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충분히 먹지 못하는 시기를 거쳐왔던 그가 건담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으며 여러 사연이 있을 것임을 짐작케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무슨 똥고집도 그런 똥고집이 없다. 자신이 걸어온 길, 자신의 중식에 대한 철학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방에서의 그는 마치 폭군과도 같다.

그렇다고 그 밑에서 있는 것이 보람차느냐. 모든 요리를 도맡아 하면서 레시피나 팁을 공유한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얼마나 오래 있었든 계속해서 허드렛일꾼일 뿐이다. 오가는 건 거친 갈굼과 불만 뿐. 자연히 건담 사람들간에는 함께한 세월만큼의 갈등이 쌓인다.

위광의 마음도 현대의 사람들에겐 그저 쓸데없는 참견, 소위 꼰대질로 비칠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광은 맛과 냄새를 잃고, 치매로 보이는 증상까지 앓기 시작한다. 그렇게 건담은 과거의 역사와 영광을 모두 잃고 추락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 과정과 거기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과 이야기를 꽤나 잘 그려냈다. 어려운 와중에도 요리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것도 그렇다. 소설 곳곳에서 불연듯 나오는 중국어라던가, 화교로서 애매하고 차별받는 입장에서 고생하는 것, 패션 화교와 같은 내용 등 본인이 화교이거나 화교 지인을 알고있나 싶을정도로 인물과 관계 묘사 역시 좋다.

소설은 음식에 대한 철학이라던가, 무엇보다도 중국집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묘하게 영화 북경반점(北京飯店, 1999)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무난하게 볼만하고 이야기 구성과 만듬세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다소 아쉬운점도 많이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짧은 상영시간안에 내용을 담기위해 압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 느긋하면서도 너무 느리지는 않게 각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내며 진행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훨씬 꽉차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계 너머로, 지맥(GEMAC)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0
전윤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로운 상상력을 사실감있게 그려낸 하드 SF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계 너머로, 지맥(GEMAC)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0
전윤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계 너머로, 지맥(GEMAC)’은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소재로 한 하드 SF 소설이다.



BCI란 말 그대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장치를 말한다. 과거에 그저 상상력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BCI는 최근 여러 실험들과 연구성과들이 나오면서 어쩌면 빠른 시간안에 실현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소설은 멀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BCI가 상당한 수준으로 완성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기술적인 상상력이나 그것을 이야기로 그려낸 묘사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감이 있어서 과연 하드 SF라 할만하단 생각을 들게 한다.

재밌는 건, 이걸 별 다른 기술기반에 대한 설명 같은 것 없이 해냈다는 거다. 이런 것들을 짜맞추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허점이 여럿드러나게 되면서 사실성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차라리 그런 욕심을 버리고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를 상상력을 통해 채우게 한 게 오히려 소설이 그리는 기술과 미래가 더 사실감있게 느껴지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뇌에서 정보를 읽거나 뇌에 특정 신호를 주입해 간섭한다는 아이디어는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실제적인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그를 통해 갖은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낸 바 있었다. 그렇기에 소설은 꽤나 익숙한 느낌도 난다. 과거의 작품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설마 이런 전개로?’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요소의 조합이나 이야기 전개 등에서 새로운 면모도 있어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준다.

소설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줄 뿐 아니라, BCI의 활용과 그것이 야기하는 변화, 생명윤리 등 철학적인 문제들을 생각해보게도 한다.

과연 현실에서 BCI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