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월드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즈키 미치코(椰月 美智子)’의 ‘미러 월드(ミラーワールド)’는 여성우월 사회를 그린 페미니즘 소설이다.



첫 인상은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최근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변태적으로 변형해 자기들의 행위를 합리화를 하는데 사용하는 ‘미러링’ 같은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건 물론 한국어판을 만들면서 덧붙여놓은 걸거다. 그러나, 제목인 ‘미러 월드’는 원제 그대로이고, 그렇기에 혹시나 같은 부류의 편협한 주장을 담고있는 책은 아닐지 우려스러웠다.

그런데도 결국 집어든 것은, 보지도 않고 속단하지는 않으려 한 까닭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소위 ‘미러링’적이게만 쓰여진 것은 아니었다. 여러 이야기들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꽤 여러가지로 해석해볼 여지가 있으며, 그것이 이야기를 꽤 일본 풍자적인 무언가로 느끼게 한다.

대표적인 게 소설 속 남녀역전 세계가 현실세계의 연장에 있는 것으로 얘기된다는 거다. 남성우월주의적인 사회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한 국제법 이후로 역전이 되었다는데, 이 법이라는 것 자체도 한쪽 성별이 다른쪽 성별에 대해 행하는 것만을 다루는 성차별적인 것인데다, 그 후에 바뀐 사회라는게 고작 여성우월적인 남성차별사회라고 하는 것이라서 양쪽 모두에 대한 비꼼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소설 속 역전사회가 완전한 성반전사회가 아니라 기존에도 있던 여성 우대적인 부분은 유지한채 남성이 우위에 있던 부분만 가져간다든가, 반대로 여성우월적으로 바뀌면서 더 끔찍한 측면을 갖게되기도 했다는 점 같은것도 좀 그렇다.

설정부터 실로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을 답습하고 그 일본판을 내논 느낌이다. 현지화를 한만큼 보다 일본사회에 밀접한 문제들을 담고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한국 사회는 일본 사회와 비슷한 점이 많기에 이 책은 한국인에게도 어느정도는 와닿을 만하다.

물론, 잘 이해가 안가거나 납득이 되지 않는 점들도 여럿 있다. 애초에 소설의 목적이 분명하기에, IF 세계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지만 계속 현실의 일본 사회에 대입해서 보게 되고, 그게 때때로 ‘일본은 그래?’라고 생각하게도 만든다. (반대로 일본인이 한국인이 쓴 이야기를 본다면 ‘한국은 그래?’란 생각을 할 것이다.)

그 중에는 생각도 못할, 깜짝 놀랄만한 게 있기도 하다. ‘포 사이즈’가 대표적이다. ‘포 사이즈(Four size)’란 일본식 영어인 ‘쓰리 사이즈(Three size)’처럼 신체 사이즈를 한데 묶어 일컫는 신조어다. 남녀역전 사회에서는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 남성의 발기 전 성기 길이를 말하는데, 이걸 현실 일본의 이야기로 바꾸면 여성의 성기 크기를 공공연히 묻고 답하며 평가까지 한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성진국이라지만, 이게 맞나? 할만큼 가히 충격적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을 답습한 책이라서 그런지, 이 책도 전혀 남녀의 상황을 완전히 역전해서 그리지는 않는다. 얘기하고 싶은 부분만을 가져와 남녀 상황을 그때마다 적당히 바꿔 얘기하는 식이라 종종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인 특징 자체는 긍정하는 설정을 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신체적인 강점을 전제하고 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그것 없이 행하는 것이 꽤나 황당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차라리 남성성과 여성성 자체를 바꿔놓은 듯이 그렸던 ‘이갈리아의 딸들’이 더 나았다고 느끼게 한다.

특정 현상에 대해 마치 정답이라는 듯 ‘이래서 이렇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너무 개인적인 생각처럼 느껴져 썩 공감할 순 없었다.

몇몇 걸리는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단지 특정 부류의 편협한 사고를 퍼트리기 위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소설에는 단지 성차별적인 사람들과 그 피해자 뿐 아니라, 동조자, 거부자, 성차별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또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여러 부류가 등장하고, 그것이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에 좀 더 생각의 여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끝까지 의문스러운 것은 왜 굳이 남녀역전 사회를 그릴 필요가 있었냐는 거다. 일본의 성차별 문제들을 그저 남녀만 적당히 바꿔서 그렸을 뿐, 남성우월 성차별 사회가 아니라면, 또는 여성우월 성차별 사회라면 달랐을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런 성반전 자체가 생각의 틀의 깨주게 한다든가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써야 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현실에 남아있는 더러운 성차별의 이모저모를 알리고 개개인의 변화 필요성을 얘기하고 싶었다면, 그냥 그걸 그대로 그리는 걸로 충분했던 것 아닌가.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끼밭의 가이아 내일의 숲 2
최영희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끼밭의 가이아’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천사라는 존재는 이 소설을 일종의 크리쳐물이나 코즈믹 호러처럼 보이게도 하지만, 해당 장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포를 주요하게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사용한 아포칼립스물 정도로 보는게 맞다.

이야기의 전개와 주제 역시 그렇다.

‘천사님’은 겨우 한 개체로서 소위 ‘구인류’를 멸망시킬 정도로 엄청난 격차가 있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전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거나 절망적으로 가라앉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천사님의 치세에 의문을 갖고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며, 그들이 계속해서 그런 정신이나 진전, 목표같은 것을 공유하고 이어나가면서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희망적이라고 느끼게 한다.

이미 어디서 본 배경 설정을 꽤 높은 비율로 가져온 것이 좀 걸리고, 몇몇 설정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둔 것인지 좀 의문스럽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천사님이 이상한 행동을 이어가며 자멸하는 등 다소 주인공 편의적으로 전개된다는 점 등 SF라는 장르나 이야기의 완성도란 점에서는 좀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여러 난관들을 해쳐내며 희망을 이뤄내가는 이야기를 잘 담았고, 유적을 탐험하는 등의 모험 요소와 미스터리 요소를 더해서 중간 중간 조금씩 전환되는 식으로 짬으로써 나름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한건 괜찮다. 여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로는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DE 612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
미셸 뷔시 지음, 이선민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셸 뷔시(Michel Bussi)’의 ‘CODE 612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Code 612 Qui a tué le Petit Prince?)’는 어린왕자에 얽힌 의문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일종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 왕자의 해석에 대한 분분한 의견, 발견된 몇몇 다른 버전들이 내비치는 지금의 대중적인 인상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내용들, 그리고 어린 왕자를 쓴 작가 생텍쥐페리의 삶과 그의 실종을 둘러싼 의문 등을 한 비행사가 어린 왕자와 작가의 팬인 젊은 탐정과 함께 쫒으면서 그 진짜 의미를 파헤치는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그렇게 미스터리적인 소설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데, 어린 왕자와 작가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가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라기 보다는 좀 학문적인 가설을 제시하는 것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와 관련된 실제 지문을 많이 참고하고 인용했으며, 어린 왕자의 그것과 비슷한 여정을 하며, 어린 왕자의 주제라든가 남기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주요하게 얘기하기에 더 그렇다.

다른 측면으로는 그만큼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과 재미가 별로라서 그렇다.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긴장감이나, 비밀이 드러나면서 전해지는 충격같은 것이 별로 없어 전체적으로 평이하게 느껴지는데, 어쩌면 이는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둘의 큰 팬이 본다면 감상은 다를 수도 있다.

아쉽지만 주인공들의 이야기 역시 그렇게 이입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어린 왕자와 생택쥐페리의 생애 요소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 정도에 그치다 보니 그렇다.

그래서인지 캐릭터 형성이나 서사의 핍진성도 좀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후반부는 좀 심해서, 이게 뭐하자는 짓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중간 중간의 것들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든데다, 전혀 납득할만한 흐름도 아니어서 황당하기 때문이다.

문화 차이란 건가? 이런 게 프랑스식 로맨스고 드라마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만.

어쩌면, 비교적 소수를 위한 소재를 다룬 것이라서였을까. 과연 미스터리 분야에서 꽤 인기작가라는 저자의 다른 책은 어떤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치원 생생화보 공룡 백과 누리백과 시리즈 3
디엔에스공오 그림 / 글송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생화보 유치원 공룡백과’는 다양한 공룡들의 모습을 담은 일종의 도감이다.



풍부한 공룡 정보를 집약하기보다는 공룡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 이 책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복원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룡 모습을 담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발가락이나 이빨 하나, 비늘 하나까지 표현된 그림들은 그것만으로도 꽤 보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간략하게 살았던 시기나 장소, 먹이 종류, 크기나 무게, 그리고 간략한 생태에 대한 설명을 덧분여 가볍게 훑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은 크게 다섯 종류로 공륭을 나누어 비슷한 종류끼리 묶어 놓았기 때문에 가까운 종끼리 비교하면서 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비슷해도 세부적으로는 꽤나 다른 특징들이 있어서 비교해서 보면 더 신기하다.

책은 공룡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추가로 가상배틀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이벤트성 컨텐츠가 책이 너무 심심해지지 않고 흥미를 끌게 해주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전신을 볼 수 있는 사진 하나로만 공룡을 보여주기 때문에 특징적인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두개의 볏이 달렸다는 딜로포사우르스가 그렇다. 두개의 볏은 좌우로 나있기 때문에 좀 더 정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완전한 옆모습을 그려놓는 바람에 볏이 어떻게 두개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

설명이 짧은 것도 좀 아쉬울 수 있는데, 공룡의 모습에 대한 설명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습과 좀 다르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꽤나 눈에 띄게 그린 얼룩무늬나 긴 털에 대해서 얘기가 없는 것은 좀 아쉽다.

그러나, 이 책의 대상연령이 유치원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간략하게만 간추린 것도 이해가 간다. 여러가지를 애써 얘기하기보다 가장 특징적이라 할만한 점에 집중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려거란전쟁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려거란전쟁’은 고려와 거란간의 전쟁 역사를 담은 책이다.



약 30여년에 걸치 고려와 거란의 전쟁을 담은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역사서로 분류된다. 상상력을 발휘해 비어있는 공간들을 채우고 캐릭터를 형성해서 재미를 주기보다는 당시에 있었던 일을 가능한 정확하게 담아내려고 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내용도 소설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역사 교과서에 준하는 형식에 더 가깝게 쓰였다. 담백하게 사실을 나열하는 방식을 위주로 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엄격한 역사서인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중 하나는 고려사가 여러 이유로 유실되었기에 빈 부분은 미루어 짐작해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저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간략하게 기록되어있지만, 또는 기록으로는 남아있지 않지만,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거다. 그렇다고 단지 흥미를 위해 전혀 엉뚱한 얘기를 하지는 않으며, 기록 등으로 미루어 충분히 그럴만한 설을 제시하기 때문에 역사서로서의 범주를 벗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당시의 고려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꽤 유익할만하다.

이 책이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러면서도 잘 읽히고 재미있게 썼다는 거다. 그런데에는 고려와 거란간의 전쟁에 초점을 맞춰 그 큰 줄기 위주로만 본편을 끌어가고 관련 인물의 일화 등은 번외 느낌으로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한게 크다.

삽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형이나 전쟁 상황 등을 적절히 이해할 수 있게 한 것도 좋다. 덕분에 지명 등 지역적인 정보는 물론 군사의 이동같은 것도 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전체적으로 잘 읽힌다.

이런 점에 힘입어 이 책은 역사적 사건들을 담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게한다. 이야기 전개에 통일성이 있고 전달력 역시 좋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방영 예정으로 제작중인 동명의 KBS 드라마에 대한 예습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를 배경으로 한 저자의 소설 ‘고려거란전기’와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중인 드라마도 사뭇 기대된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