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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는 장미 - 루쉰의 산문 ㅣ 마리 아카데미 3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꽃이 없는 장미’는 ‘루쉰(魯迅)’의 여러 에세이 중에서 특히 그의 삶과 정신이 담겨있는 것을 조관희가 가려 뽑고 옮긴 책이다.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과 광인일기(狂人日記)로 유명한 루쉰은, 그러나 사실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남긴 작가다. 신문 등을 통해 무려 2000여 편이 넘는 칼럼을 쓴 그는 글을 통해 소소한 본인의 경험담이 얘기하기도 하고, 과학 등 학문 분야의 일을 정리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거나, 중국의 현재에 대한 개탄과 미래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여러 글을 보다 보면 박식함에 새삼 감탄도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사적이거나 후대에 남기는 충고 같은 걸 담은 글인데, 이를 보면 그가 얼마나 혁명적인 사고를 했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렇기에 당시의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보이는데, 또 한편으로는 중국인으로서의 우월감에 젖어있는 듯한 상반된 모습도 보여 그에 대한 시선이 미묘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것도 그가 싫어하는 부정적인 중국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서 더 그렇다.
그래도 그의 생각이나 의견에는 들을만한 점도 많아서 지금에 와서도 꽤 읽어볼 만하고 나름 유익하기도 했다. 내가 이럴 정도면 당시를 살던 사람들에겐 어떤 느낌이었을지 조금 상상이 간다. 그만큼 그가 살던 시대와 밀접한 글들이 많아서 지금의 한국 사람들에겐 중국인들에게처럼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책 편집은 조금 아쉽다. 여러 곳에서 발췌해 엮은 것이고 중국 사람이 아니면 모를만한 이름 등이 나와서 그런지 주석이 꽤 많은데, 그걸 왜 각 장의 끝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각주였다면 보기 좋았겠고, 최소한 미주로 모았더라면 찾기라도 비교적 쉬웠으련만 책 중간 중간에 흩어 놓으니 왔다 갔다 하면서 보기가 영 마뜩잖았다.
루쉰의 다양한 산문을 소개하는 역할은 꽤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또 어떤 글들이 있는지 궁금하게도 하는데, 이미 한국에도 ‘루쉰 전집’이 출간된 바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그걸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