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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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는 생활을 위해 음악을 포기했으나 사회생활마저 실패해버린 40대 중년 중고 음악가들이 모여 만드는 밴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처음 볼 때는 아직 꿈꾸는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취업에 실패하고 낙담하다 이럴 바엔 다시… 하며 꿈에 재도전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읽다 보면 그것보다 더 늙고 힘이 부치는 중년들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외형에 대해서 상세한 묘사가 있지는 않으나, 문득 배 나오고 머리 벗어진, 그럼에도 제대로 먹질 못해 마른, 묘한 체형의 아저씨들이 기타와 드럼을 휘두르는 모습도 그려진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청년을 지난 중년이기에 더 처절하다. 사회에서 실패하고 모인 그들이 굳이 다시 잡은 음악이건만 그마저 시원찮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을 놓아왔던 탓이다.

그러니, 그들의 실패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역시 안돼’라며 포기하지 않고 부족한 게 뭔지 직시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소름 돋는 한 성공을 이룬다. 비록 현실은 여전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겉으로는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의 분투기인 이 책은 꿈과 행복에 대해 말하고 그것을 좇을 수 없는, 심지어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이상한 현실에 대해서도 토로한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드는 경제 구조, 무관심과 자해,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회에 대한 불만.

그러나 작은 그들의 분노와 외침은 마치 작은 그들처럼 남몰래 허공에 흩어진다. 그것은 자신들에게 닥친 일도 마찬가지여서, 화나고 답답하지만 결국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모습이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들이 음악을 하는 게 꿈을 좇는 것이고, 또 그 음악이 다소 환상적으로 그려지는 것과 대비된다. 그래서 더 어둡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삶은 찌들려도 그들은 계속 수요일이면 낙원에 모여 음악을 할 것이다. 무지개를 좇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 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거나, 대중 소설처럼 엄청 흥미롭지는 않았으나 꿈과 일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나는 지금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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