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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从你的全世界路过)’는 장자자(张嘉佳)가 웨이보 블로그에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이야기’란 이름으로 올린 시리즈물을 엮어 책으로 낸 것이다.
총 47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일종의 단편집으로, 각각은 온전히 별개의 것들이라 생각해도 된다. 그러니 꼭 순서대로 읽거나 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이야기의 상황과 진행을 묘사하거나 표현하지 않고 중요한 대사와 큰 흐름만을 대략적으로 전달하고 거기에 자기 생각을 덧붙였는데, 그래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나 회고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친구가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글을 썼기에 더욱 그러하다. 덕분에 막힘이나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으며, 작가가 비워놓은 것들에 대해서도 ‘이러진 않았을까?’ 혹은 ‘이러면 어땠을까?’하며 상상해보게 된다.
이야기는 대부분 사랑에 대한 것들인데, 사랑 이야기는 그저 거들뿐인 것도 있고, 모두 해피엔딩인것도 아니며, 심지어 이상하게 끝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묘하게 찝찝한 뒷맛도 남긴다. 그래도 소설이니까 어떤 해결법을 보여주거나 깔끔한 결말을 맺거나 할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일부러 의도한 것으로, “그저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할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책이 더욱 회고록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아쉬운 건, 블로그 글을 책으로 엮어서 그런지 형식이 너무 자유롭다는 거다. 정리되지 않은 채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갔다가 다시 처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기도 하고, 앞서 했던 대사나 이야기를 뒤에 그대로 붙여넣기도 했다. 처음부터 영화의 회상신을 생각하며 쓴 것 같은 모양새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모두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강조의 의미야 분명 있겠다마는, 역시 정리 좀 하지 그랬냐 싶다.
책에 실린 단편은 말하자면 모두 일종의 시놉시스이기 때문에 제대로 쓴 이야기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들도 있는데, 실제로 단편 중 10여 편은 영화화됐거나 영화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나중에 기회를 내서 이 시놉이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됐을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