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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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리사 리드센(Lisa Ridzén)’의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Tranorna flyger söderut)’은 치매 노인의 마지막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이 참 은유적이다. 작품 내에도 등장하는 새, 그러니까 두루미는 철새다. 한국에서는 겨울철새로, 가을철에 왔다가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북쪽으로 간다. 그런 두루미들이 남쪽으로 떠오는 때, 그러니까 겨울이 들 때를 소설 속 노인은 기한으로 삼고있다. 그들처럼 날아올라 가게 될 날의 기한으로 말이다. 그들이 그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처럼, 노인도 그러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갈수록 삶을 이어간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지를 새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관절은 뻣뻣해지고, 손아귀는 힘이 없어 병뚜껑도 쉽게 따지 못할 정도이며, 심지어 그놈의 치매가 닥쳐와 정신을 선명히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되었음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싫어도 알게된다.

스스로 기한을 정한 것은 일종의 고집이기도 하다. 단지 어쩔 수 없이 휩쓸리기만 하지는 않으려는, 여전히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있고 싶다. 단지 객관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는 다른 사람의 판단 때문에 자신을 형성했으며 또한 이루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당연히 바꾸고 싶은 것도 있다. 그 정도까지 나이를 먹거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개중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도 있지만, 의외로 쉽게 그럴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지 깨닫고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말이다.

소설은 치매 노인이 힘겹게 현재를 살아가는 한편, 연관된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금 곱씹으면서 인생의 회광반조를 보내는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그를 통해 죽음을 앞둔 노인의 개인으로서의 삶 뿐 아니라 주변인 및 가족과의 관계 등을 돌아보며 인생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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