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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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シェニール織とか黄肉のメロンとか)’은 오랫만에 만나 세 대학 동창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세명의 대학 동창은 50대 후반의 중년 여성들이다. 대학 이후로 무려 30여년 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만큼, 이들은 일부러 그렇게 짰나 싶을 정도로 서로 다르다. 주부, 작가, 오랫동안 해외에서 금융회사일을 하다 돌아온 사람까지 말로만 얼핏 들으면 접점이라곤 없어보이는 기묘한 조합이라서다.

서로 다른만큼 캐릭터도 꽤나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해외에서 온 ‘리에’가 특히 그러해서, 자칫하면 무례하고 안하무인이라 생각할 정도로 거침없는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초반에 가장 눈에 띄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종종 튀어보이기도 하는 행동과 생각도 금세 다른 친구들에 의해 옅어지며, 이것은 셋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더욱 연해지게 된다. 그렇게 특별한 것 같으면서도 별 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참 어떤 이야기라고 하기 어렵다.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일상물이라고 할까.

그런 소소한 이야기가 여러 인물들을 오가면서도 분주함없이, 곤경에 처하거나 고민에 빠지는 등의 큰 굴곡같은 것도 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데, 보다보면 묘하게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그렇게 일반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불쾌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고 그걸 별 대수로운 것도 아닌 양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단순히 문화차이가 있어서 독특하게 느껴지는게 아니라, 이들의 관계가 특별해서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일상적인 이야기인 것만도 아니다. 어쩌면 그런 점이 흥미를 돋구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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