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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선희’는 법 영상 분석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현대는 일종의 감시사회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지켜보는 소위 ‘빅 브라더’가 있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개인이 휴대폰 등을 통해 손쉽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 뿐 아니라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이 널리 보급되어 많은 곳에서 영상 기록을 남기고 있다보니 이런 것들을 모두 피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면서 그를 방지하고 하는 목적으로 일부러라도 CCTV를 더 철저히 설치하기도 해서 더 그러하다.
그러므로, 적절한 절차를 통해 그것들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어쩌면 누군가가 언제 무엇을하거나 또는 겪었는지를 그리 어렵지 않게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상 기록이라는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을 남기는 제3의 목격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법 영상 분석’은 그런 녹화 영상에서 법적 증거를 찾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넓게 보면 영상의 확보에서부터 등장인물을 판별하고, 영상속 각 인물은 어떤 행동을 하며,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영상 자체는 악의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한 단지 있었던 일의 한 측면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결국 그걸 보는 사람에 달렸다. 때문에 법영상분석가는 개인의 감정이나 위치, 상황에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결론을 내릴 것이 요구되며, 이것이 법 영상 분석 결과에 의문을 갖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런 법 영상 분석가와 법 영상 분석을 꽤 흥미롭게 다뤘다. CSI의 기술 부서처럼 단지 수사를 도와주는 역할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연관이 있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물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독자가 더 쉽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최초에 제공받은, 또 추가로 얻게된 자료를 분석하는 것 등을 통해 법 영상 분석이 어떤식으로 이뤄지며 거기에 무슨 기술이 사용되는지도 간접적으로 소개해 이에 대한 흥미를 해소해주기도 한다.
다만, 이야기 자체는 좀 단순하다. ‘혹시 이런 거 아니야?’하는 게 딱히 흔들리지도 않고 많은 부분 들어맞는다. 그래서 나름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 수도 있지만, 너무 그런 재미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전체 구성도 엄청 대중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딱히 막 늘어지거나 하지는 않아서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