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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이치호 미치(一穂 ミチ)’의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光のとこにいてね)’는 살짝 미묘한 지점에 있는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미묘하다거나 ‘일종의’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이 소설이 전형적인 로맨스의 공식을 전혀 따르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헤테로(이성애자)는 물론이고 호모(동성애자)를 다룬 것, 즉 BL물 또는 GL물이라고 하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양쪽 모두에서 살짝 거리를 둔, 중간 즈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두 주인공의 감정과 행동은 그들을 전형적인 동성애적인 그것처럼 보게 만들기는 한다. 아무리 친밀하다고 하더라도 이걸 그냥 우정이란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둘 사이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절로 알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 그러한 것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장면도 있기에 더 그렇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동성애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흔한 장르물들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까지 성애적인 것을 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 뿐이면 순수한 사랑을 부각하는 GL물의 특징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성관계도 함으로써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동성애 장르물의 요소를 가져왔으면서도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비껴감으로써 장르물의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좋게 말하면 그럼으로써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을 성애적인 일반 로맨스와는 좀 다른 유형이라고 느끼게 한다. 성애적인 것에만 쫌 집착하는 면이 있는 BL 장르에 주력하던 작가가 이런 걸 썼다는 게 살짝 놀랍다.
두 사람의 사연이 어렸을 때부터 쌓이는데다가 그것의 무게도 꽤나 있다보니, 소설은 불우함 혹은 결핍을 겪은 두 인간이 서로에게 의미가 되며 살아나가는 인간 드라마로 읽히기도 한다.
오랫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둘의 상황과 심정을 나를 잘 전개하기도 했으며, 제목이기도 한 둘의 관계와 감정을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도 마냥 유치하지 않게 잘 사용한 편이다.
이들의 선택에 얼마나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나 어쨌든 로맨스에 가까운 소설이란 점에서는 쫌 호불호가 갈릴만도 하다만 그래도 한번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