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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나쓰카와 소스케(夏川 草介)’의 ‘스피노자의 진찰실(スピノザの診察室)’은 잔잔한 일상 의료 드라마다.
의료 드라마는 비교적 화려한 장르다.
하나는 의료 경험이 있는 사람도 적고 관련 지식도 대중적이지 않은 꽤나 특수한 부류의 전문직인 의사를 다루는 것인데다, 완전히 정립된 지식이 있어 그걸 행하기만 한다기보다 계속 새로운 기술이나 연구가 나오기도 최신의 학문을 이용하는 분야라서 그러한 것들을 적당히 선보이기만해도 꽤나 멋진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만인을 평등하게, 조건없이,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권력이 만들어지고 그게 쌓이기도 쉽다보니 정치의 대상이 되기도 쉽고 그러다보니 음모와 부패, 그로인한 부작용도 쉽게 나올 수 있다. 이건 다양한 인간군상과 깊고 묵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의료물은 일종의 히어물에 가깝거나 느와르같은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걸 예상하고 또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이들이 보기에 이 소설은 좀 심심한 편에 가깝다. 꽤나 능력있는 전문 의사가 등장하고 활약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소하거나 하는 쇼적인 면이 없고, 갈등을 일으키는 큰 사건 같은 게 일어나지도 않아서다.
그보다는 비교적 일상물에 더 가깝다. 이는 주인공 ‘마치’의 캐릭터성 때문에 더 그렇다. 그는 엄청난 열정이나 사명감 같은 것을 불태우지도 않고, 돈이나 지위같은 것에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반복된 생활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명한 소신을 갖고 그러는 것에 가깝다. 단지 자기가 있는 곳, 있을 수 있는 곳, 있어야 하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담담하게 이어가며 환자를 대하는 잔잔한 그의 이야기는 진짜 의사와 그렇기에 줄 수 있는 신뢰와 위로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