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음모 - 베나로자 왕국의 시간 여행자
한정영 지음 / 올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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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음모: 베나로자 왕국의 시간 여행자’는 완성도가 아쉬운 시간여행 판타지다.

다소 의문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설정이나 배경, 인물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 짧막한 프롤로그를 던져주고는 대략 중간쯤으로 보이는 이야기에서부터 진행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게 2권이었나?’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저자가 이 소설을 약간의 미스터리성을 가진 이야기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예언같은 문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을 일단 들이밀어 두고는 그걸 하나씩 풀어내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 것인데, 이걸 그렇게 잘 해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난해했던 앞뒤 이야기가 짜맞춰지는 재미라든가 비밀이 파해쳐지고 이야기의 빈 자리가 매꿔지며 생기는 해소감, 만족감 같은 것은 얻기 어렵다. 그보다는 다소 불친절하게 기우듯 만들어졌다는 인상이 더 크다.

이건 이야기 전개과 연결, 복선처리 뿐 아니라 시대 배경과 인물 설정, 문제와 그 해소방법 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더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도 갑자기 중세 과거로 회귀한듯 시대감이 엇나간 모습을 보인다든가, 중요 장면을 작가 편의적인 갑작스런 추가 설정으로 넘기는가 하면, 인물 서사도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심지어 어째서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인지도 의문스러워 등장인물에 이입하거나 이야기에 빠져들기 어렵다.

이런 것들이 서로 부정적인 시너지를 내다보니, 소설 속 세계를 마치 대체 역사가 진행된 일종의 ‘이세계’처럼 그렸는데도 불구하고 현실감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얼버무리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법이라는 요소 역시 그러해서, 뭔가 특별하고 큰 일이 행해진다기보다는 좀 뜬금없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풍긴다.

초반의 미스터리성을 포기하더라도 배경과 세계관이라는 벽돌부터 착실히 쌓아 올리고, 인물서사와 소재에 맞는 시대상을 잘 그려냈다면 그래도 좀 나았을까.

SF가 아니라 판타지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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