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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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는 쌍으로 만들어진 릴레이 소설의 한 짝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서로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담당해서 써내려간 릴레이 소설인 ‘냉정과 열정사이’의 한 측면인 Rosso는, 밀라노에서 지내는 ‘아오이’의 시점을 그린 소설이다.

로맨스는 대단히 민감한, 감성의 끝자락을 건드리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적절하다면 마치 본인의 일인 것처럼 깊은 공감을 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녀 주인공 각자의 약 10년여에 걸친 사랑을 각자의 입장과 삶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개별 소설로 써내겠다는 것은 꽤나 실험적이고 또한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잘하면 다른 편이 다른 편을 서로 이끌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건 조금만 어긋나도 서로를 끌어내리는 최악의 결과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오이의 이야기를 그린 Rosso는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소설이다.

캐릭터 설정부터가 좀 문제다. 주인공인 아오이는 성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좀 무감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양각색을 보이는 주변인들 때문에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게 로맨스적이어야 할 이야기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이게 로맨스 소설이 아니었다면 좀 다르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아오이는 현실에서는 꽤나 흔한, 나름 공감을 끌어낼만한 인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로맨스인데다가, 심지어 저자가 단일 작가로서 본인이 하고픈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작가의 것에 맞춰 나머지 반을 채우는 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그런 나름 특징적일 수 있는 캐릭터성은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하다 황당한 결론으로 나아가는 이상한 인물로 까지 보게 만든다. 결말부가 특히 그러해서, 마치 그 전까지와 이후는 마치 전혀 다른 두 소설을 잘라다 붙인 것처럼 뜬금없게 보일 정도다.

아무리 짝을 이루는 이야기의 반만을 담은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전개와 이야기, 캐릭터는 납득해주기 어렵다.

작가의 장점이라 할만한 문장은 좀 엿보이나,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좋은 소설이라고 봐줄 수 없다.

나머지 반쪽인 Blu까지 보면 좀 달라질까.

번역은, 오역으로 유명한 것과 달리 (중간 중간 덧붙인 영문과의 불일치감을 제외하면) 크게 걸리는 건 없었다. 여러차례 개정된만큼 대부분 수정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마호병’같은 국적 불명의 단어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불만감을 남긴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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