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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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미나(宮島 未奈)’의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成瀬は天下を取りにいく)’는 개성있는 괴짜 나루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루세 아카리’는 새삼 괴짜라고 하기기에 적당한 인물이다. 소설 따위가 아니라면 결코 볼 수 없을 괴짜를, 심지어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요즈음의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 캐릭터를 이 소설은 미묘하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대단히 가벼운 현대 소설이면서도 꽤나 옛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심지어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면도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인 나루세의 고전적인 말투부터가 일부러 그러한 면을 의도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신구가 섞여있는 것은 단지 겉보기 뿐 아니라 이야기에서도 좀 느껴진다. 만약 완전히 옛스러운 소설이었다면 이야기는 큰 갈등이 있은 후 극적인 해소를 맞이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전개되었을거다. 거기에 소위 신파라고 하는 과잉 요소가 섞이면서 억지스러운 감정을 쥐어 짜내려고 하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이 소설은 굉장한 무덤덤한 현대 소설적인 면모를 보인다. 무리한 전개도 없고, 그렇기에 극적인 반전이나 카타르시스같은 걸 전해주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무리한 요소가 없는 마치 일기같은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심심할 수 있는 지점을 독특한 캐릭터로 채우고, 너무 뻑적지근하지는 않지만 씁쓸하지 않은 소소한 판타지를 보여줌으로써 은근히 미소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현실과 판타지의 미묘한 선이 꽤 나쁘지 않다.

소설은, 인기가 있어서인지, 후속작(成瀬は信じた道をいく)도 나오게 되었는데, 거기서는 또 무엇을 보여줄지 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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