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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ㅣ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도나 바르바 이게라(Donna Barba Higuera)’의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The Last Cuentista)’는 먼 미래 가상의 인류 사회를 그린 SF 소설이다.
먼저, 한국어판 제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얘기하고 넘어가고 싶다. ‘이야기 전달자’라는 건, 전혀 실감도 할 수 없는데다 소설 내용적으로도 이해하거나 와닿지 않는 용어다. 왜냐하면 소설에는 전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직책이나 책임을 맡은 ‘전달자’라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맥상으로도 안어울려서, 대체 이게 뭐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도 이런 이상한 용어가 제목에도 박히고 본문 내용에까지 쓰이게 된 것은, 오로지 수작 SF 중 하나로 꼽히는 ‘기억 전달자(The Giver)’의 존재 때문이다. 이 소설은 상당부분이 기억 전달자의 여러 면들을 이어 받았는데, 그래서 그것을 용어에서까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굳이 ‘전달자’라는 용어를 박은거다.
그러나, 이 책의 ‘Cuentista’는 전혀 기억 전달자의 그것과는 같지 않다. 굳이 의미를 따져 본다면 전혀 말이 안되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제목 뿐 아니라 본문에까지 억지로 그런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내용을 수월히 이해하고 집중하는 데 방해하기에 ‘이야기 전달자’는 분명 나쁜 번역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이상한 용어, 제목을 붙였는지는 이해가 아니가는 건 아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갈수록 절로 기억 전달자를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기억 전달자를 계승한 작품이라는 것은 전혀 과장된 판촉문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후에 나온 작품인만큼 더 나은면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어떻게 그런 세상이 만들어졌나를 보여준다는 점이 그렇다. 기억 전달자는 이미 그렇게 완성된 세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기에 조금은 판타지같은 느낌도 들었다면, 이 소설은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엇나가 무슨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현실가능성이 있는 근미래 SF로 느끼게 한다.
주인공인 ‘페트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편, 그녀가 과거의 경험이나 할머니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들을 되새김하면서,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전개도 잘 했다. 덕분에 이야기에 꽤나 몰입해서 공감하며 볼 수 있다.
반복된 이야기를 통해 주제도 선명하게 전달한다. 극명하게 갈린다고 할 수 있는 사상을 통해 과연 무엇이 나은지, 또 올바른지를 생각하게 하며 여운을 남긴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