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탈리 지나 월쇼츠(Natalie Zina Walschots)’의 ‘헨치(Hench)’는 슈퍼히어로물을 재미있게 비튼 소설이다.



따지고 든다면 딱히 신선한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슈퍼히어로가 딱히 절대 선이나 정의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라던가 그래서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의 관계가 묘하게 뒤섞여있고 선악이 꼬여있는 모습을 비치는 것은 물론,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 측의 이야기를 그린 것도 그렇고,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나 슈퍼빌런이 아니라 그들 주변에 있는 이들 즉 졸개들을 주역으로 삼은 것과 그들을 일종의 직장인으로써 그리는 것 등 소소한 설정이나 아이디어까지도 상당수가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 봤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그런 것들을 모두 모아 짜집기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것이 보는동안 꽤나 빈번한 데자뷰를 일으키는 이유다.

그렇다고 단순히 섞기찌개, 짬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런 기본 요소들은 말하자면 다양한 종류의 구슬, 갖은 채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것들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어떻게 꿰고 요리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은 그 긍정적인 결과물을 꽤나 잘 보여준다. 툭 튀어나온 독특함이었던 요소들을 일반적인 것이 사용한 것도 나름 익숙해진 것이란 걸 생각하면 적당하고, 각각이 자리잡으 위치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것들이 소설 속 세계관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처음 듣는 용어를 마치 원래 이런 세계관이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내뱉는 건 좀 묘한 기분이 들게 하지만, 그것도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이 그만큼 일상적인 세계관이라는 걸 느끼게 해 나쁘지는 않다.

강력한 슈퍼히어로에게 휩쓸려 큰 피해를 입고, 슈퍼히어로에게 의문을 갖는 것은 물론 대항의식을 쌓게 되는 식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거기에 주요 캐릭터들이나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들의 능력도 흥미롭고 매력적이라 전체적으로 이야기도 잘 읽히고 몰입도도 있는 편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페미니즘적으로도 읽을 수도 있는데, 그걸 이상하게 우겨넣어 강제로 들이밀려 하지않고 이야기에 녹여낸 편이라서 껄끄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다만, 이와 연관된 주요 이슈의 해소와 그 계단을 별로 꼼꼼하게 쌓지 않아서 억지스럽게 독자에 의한 합리화로 납득하고 넘어가게 만든 점은 불만스럽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와 닿아있으므로 좀 신경썼으면 주제도 더 부각되고 좋았으련만 아쉽다.

주인공에 대한 떡밥을 은근히 던지더니 막상 아무것도 없이 버려둔채 끝나버리는 것도 좀 마뜩잖다. 어쩌면 후속작을 위해 일부러 남겨둔 떡밥인 것일까. 그렇다면, 여기에 무슨 얘기를 더 풀어놓을 수 있을지 보고싶다.

어색한 문장이 눈에 띄는 번역도 좀 아쉬웠는데, 특히 높임말과 반말을 어색하게 오가는 것이 영 이상하다. 캐릭터 성격 등을 고려해 적당히 정리하는 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