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L에 어서 오세요’는 FTL이라는 독점 식품 기업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SF 소설이다.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거기에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이 붙고, 과거에 프렌차이즈를 내는 독점 식품 기업 FTL이라던가 직원으로 부려먹기 위해서 과거에서 인간들을 납치해온다는 것 등이 붙으며 꽤 흥미로운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홀로사이트’라는 기술도 재미있다. 모든 것을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 홀로사이트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물건을 쉽게 소지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며 심지어 상처를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거의 만능에 가깝다. 이 막강함은 간단하게 31세기라는 먼 미래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다, 가게 시설이라던가 조리문제 등 여러가지 것들을 단순화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것을 선보이면서도 3D 프린터라는 실존하는 이미지를 가져온 덕분에 SF스러움을 유지한 것은 훌륭하다. FTL의 독전 기술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은근히 비밀스런 면을 남겨둔 것도 그렇고.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라던가 좀 걸리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지나치게 막강한 이 기술을 주인공들에게 쥐어주기위해 ‘돈’이라는 제한을 둔 것은 좀 큰 악수가 되었다. 이 자체는 나름 세계관과도 어울리고 적절할 수 있는 제한이었다만, 막상 가격이나 사용빈도가 이상하게 때문에 말도안된다고 느끼게 한다. 비싸다고 그렇게 여러번 이야기하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조차 모두 홀로사이트로 해결하려 한다던가, 좀 전까지 돈 없어서 못쓴다고 해놓고서 잠시 후엔 멀쩡히 잘만 심지어 여러번 쓰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지극히 경제적인 무기인 총 대신 칼을 써야하는 이유를 돈에서 찾으면서도 매번 (심지어 연습할 때도) 칼을 만들어 쓰는 등 앞뒤가 안맞고 상황과 묘사가 제 멋대로린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도 애초에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 ‘체린’을 대체 왜 데려왔는가 하는 점이나 시간여행을 주 소재로 했으면서도 패러독스를 그냥 던져놓다시피한 것, 일부 버려지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등은 완성도가 떨어져보이게 한다. 사디스트를 마조히스트라고 하는 것 같은 오류는 말할 것도 없고.
썩 설정이 꼼꼼하거나 이야기가 치밀하다고 하긴 어렵다. FTL 사가를 생각한다는데, 어쩌면 다음 소설에서 보완이 될까.
대신 액션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고, 등장인물들을 나름 뚜렷한 개성을 부여했으며, 주인공들의 활약도 확실하게 그리는 등 볼거리는 꽤 있는 편이다. 이것이 이 소설을 가벼운 모험물로는 나쁘지 않게 여기게 한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나 양심과 정의, 인권과 인간성 등을 디스토피아적 그린것도 나쁘지 않다. 과거 인물인 체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인간을 일종의 물건이나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기조를 꽤 일관되게 보여준다. 겨우 몇십년만에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된 건지, 세계관이 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