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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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는 중세 수녀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만화다.



중세 수녀들의 실상을 꼼꼼한 고증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냈길 기대한다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작가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별로 그런 쪽에 많은 신경을 쓴 만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가벼운 코미디물로 그리면서 사실적이기까지 한 것은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현대에나 통할법한 드립이라던가 개성적인 캐릭터 등은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신 보면서 좀 더 즐거울만한 만화로 만들었다.

수녀원이라고 하면 막연히 철저한 규울과 절제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떨어진 공간에 종교적인, 그것도 평생 홀몸으로 신을 섬긴다는 특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그린 만화 속 수녀들은 마치 소녀학교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해나가듯이 가볍고 일탈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뻑적지근한 뭔가를 저지르거나 하는 건 아니나 소소한 일상의 비행이라 할만한 것들을 다름아닌 수녀들이 저지른다는 게 묘하게 더 재밌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묘사도 그에 맞게 잘해서 보다보면 절로 작은 웃음을 띄게 한다. 큰 한방 같은 것 없이 전체적으로 소소한 느낌이나 그런 일상물적인 느낌도 생각보다 좋다.

딱히 고증에 신경쓴 작품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단지 중세 수녀원이라는 식의 배경만 만들어놓고 아무 얘기나 하는 건 아니다. 만화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은 모두 실제 당시의 상황이나 기록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유쾌하게 그련진 작품 속의 그것과는 다소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당시 수녀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컬럼을 추가해 만화에서 다룬 것들에 대한 설명을 더하거나, 어떤 점이 고증에서 어긋난 것인지 다루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단지 코미디 만화로만 그치지 않고 나름 역사의 일면을 담아낸 책으로서의 정체성도 더 확실해지지 않았나 싶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다.

후속권을 내거나 다른 주제를 다뤄봐도 좋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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