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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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은 방화범과 그를 쫒는 한 알코올중독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간단하게 프롤로그, 스토리, 에필로그로 이뤄진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 꽤 눈길을 끈다. 각각을 조금씩 나누어 누구(또는 어디)에 대한 이야기인지를 그 앞에 표기했는데, 이게 누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볼지를 얘기해주는 한편 마치 영화에서 장면이 전환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때로는 연속된 이야기인데도 묘하게 달라진 시점을 느끼게도 했는데, 이게 이 소설을 읽는 일종의 가이드처럼 느껴지게도 했다.

서술만이 그런게 아니라, 이야기도 한편의 영화 같았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빠른 전개를 통해 풀어내서 더 그렇다. 방화범에게 당해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얼굴과 사회적인 위치까지 모든것을 잃어버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매력적이었고, 미스터리한 방화범이나, 주인공과 함께 그에게 맞서는 사람들의 사연도 흥미로웠다. 분량이나 세세한 묘사는 좀 부족했지만 화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나 불과의 싸움을 그린 장면도 좋았다.

처음엔 그저 방화범과의 싸움 같았던 이야기에 점점 살을 붙여 스케일을 키우는 것 역시 잘 했다. 단순히 사람을 늘리고 그에 따라 이야기 수만 늘린게 아니라 서로 연결시켜가면서 이야기 자체가 커지게 하는 것도 꽤 잘했기 때문에 더 끝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말부와 그 끝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화범의 미스터리함을 판타지적인 요소로 풀어낸 것이나, 권력과 폭력에 맞서는 것을 비현실적으로 풀어낸 것도 그렇다. 왜 동참하는지 전혀 남득이 가지 않는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 전까지는 마치 범죄소설이나 사회소설 같아 보였다면, 여기에 달해서는 갑자기 히어로물이나 판타지물로 장르가 바뀐 것 같은 느낌도 들 정도였다.

사실, 애초에 그런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열혈 만화의 주인공을 연상케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그렇고, 방화범 역시 프롤로그에서부터 그런 낌세를 뿌리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적 재미를 위한 요소일 뿐 적절한 해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그냥 그렇게 풀어버릴 줄은 몰랐다. 꼭 그런 요소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어서 더 쫌 그랬다.

사회 전체의 문제로까지 커졌던 뒷세계의 이야기도 힘이 빠져 좀 허탈하고 급작스럽게 마무리 지은 감이 있다. 그게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어찌보면 판을 너무 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에서 시작해 사회문제까지 꽤나 여러가지를 다뤘는데, 한가지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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