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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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Matt Haig)’의 ‘시간을 멈추는 법(How to Stop Time)’은 느린 성장속도로 무려 천년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욕심쟁이같은 인간은 하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생이나 장수는 소설이나 만화 등 여러 이야기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축복받은 자들이다. 13배 ~ 15배에 가까운 긴 시간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대를 지난 어느 때가 오면 갑자기 성장이 멈춘 듯 보이고, 십수년에 걸쳐 조금씩 성장하고 마찬가지로 서서히 노화해간다. 심지어 젊었을 때는 병에도 걸리지 않으니 딱히 별다른 사건사고만 없다면 천년 넘게 살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이들의 긴 수명은 정말로 축복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를 살아가고 있을 4~500세의 사람들에겐 더 그렇다. 마녀사냥처럼 역사적으로 그들에게 가혹했을만한 시기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과 배척이,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하는 슬픔이 이들이 때론 생을 포기하고 싶게까지 만든다.

소설은 그런 그들의 삶을 꽤 잘 써냈다. 단지 수명이 길 뿐 특별한 육체 능력 따위를 가진게 아니라 한없이 약하고 그래서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그들만의 사정도 공감가게 잘 그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 이야기를 펼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때론 지나친 회상신으로 흐름을 어그러뜨리는 것들도 있는데, 걸핏하면 과거를 떠올렸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곤 하면서도 이게 어색하거나 하지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도록 한게 꽤 좋았다.

유럽을 배경으로 역사의 한 복판에 끼어드는 과거 이야기들도 나름 괜찮았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도 하고, 소설 등을 통해 접했던 유명인물들과 만나 예상치 못했던 일면을 보는 것도 나름 신선했다. 심지어 다른 문화권이 나도 그런데, 유럽 특히 영국 사람들이 볼 때는 더 미묘한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아쉬운 것은 결말이 좀 마뜩잖다는 거다. 이제까지 보여줬던 모습으론 썩 기대치 않았던 행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불연듯 마법처럼 깨달음을 얻는 것도 (비록 복선이 있다고는 하나)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들의 장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과학적인 이유가 있으리라는 점을 여러번 내비쳤기에 더 그렇다. 이건 사실 소설을 보는 내내 좀 걱정스러운 점이었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일상을 그린 소소한 이야기가 지속됐던지라 과연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그러모아 해소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용두사미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나, 좀 실망스러웠다. 결국 끝까지 설명하지않아 이해할 수 없던 것도 있었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메시지도 조금은 작위적이다.

장수하며 여러 역사의 순간에 함께 한다는 점이나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슬퍼하고 들키지 않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다른 인생을 산다는 점 등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장르나 이야기 등 다른점이 많지만 유사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 결말이 아쉽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줬던 재미와 반전은 꽤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드 커버나 제책방식, 각 섹션을 분리한 것 등은 맘에 든다. 하지만, 본문중엔 이런게 정식 출간물에도 남아있을 수도 있나 싶은, 오타라고 해야할까, 편집 실수가 몇개 눈에 띄었다. 특히 중간에 자음 몇개가 삽입되어 있는 것은 워낙 눈에도 띄고 전에 보지도 못했던 것이라 조금 웃음도 났다. 극히 일부에만 영문병행표기를 한 것은 좀 아쉬웠다. 기왕이면 처음 나오는 명사, 대명사는 다 병행표기를 해줬으면 좋았겠다. 번역은 원문의 맛을 살리기 힘든 경우 일부 병행표기를 하거나 역주를 달기도 했는데, 이게 막 나쁘다고 할 것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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