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리언트 - The Brilliant Thinking 브릴리언트 시리즈 1
조병학.이소영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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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치 어릴적에 읽었던 지혜로운 이솝우화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다.

큰 독수리(헤라)와 작은 독수리(베라)의 대화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일깨우도록 가르쳐주는 이야기가 마치 이솝우화 같다고 생각했다.

이책은 9가지의 빛나는 생각들을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솝우화와 비슷한 방식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각자 생각해볼 시간을 주려는듯, 생각노트를 꺼내든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9개의 빛나는 생각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연관되어 배웠던 지식들도 짬짬이 포함되어 있고, 

배웠으나 인지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린 지식들도 함께 들어있다.

예를 들면, 오감에 대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이야기 할때,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를 맡고 감촉을 느끼는 다섯가지 감각을 활용하지만, 

일차원적인 감각으로만 느끼고 멈추기 때문에 그 이면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참 쉽게 알고 있다고 생각되어 왔던 사실들이지만 동시에 여기서 머물러버렸기 때문에 늘 보통의 존재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현명해지는 것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말 또한 깊이 공감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도 배우기를 멈추지 않아야 지혜롭고 현명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성은 주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성장하며, 새로운 상황과 문제 부딪혀 판단하고 분석해야 할 때 

오래전 들었던 지식을 현재의 상황들과 대입해서 논리적인 해석을 내리고 대응할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또한 큰 독수리는 작은 독수리에게 니사나무의 위기대응능력을 한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감성은 끝없는 생각에서 나오는 특별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가능케 한다는 것과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언어와 이미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찾는 방법, 이밖에 색깔과, 직관, 학습등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변에 인지하고 널려있는 이러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쪼개어 정말 조각처럼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사물을 보는 것도 단순함에서 머물지 않고, 끊임 없는 생각과 감성으로의 연결을 짓도록 이끌고, 편견에 가리워진 창조성에 눈을 뜨게끔 이끌어준다.

평범한 일상이 마치 놀랍고 새로워서 낯설기까지한 세상으로 보일 지경이다.

내가 만약 청소년기에 이 책을 알았더라면... 나의 이십대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발상의 전환.. 기존에 틀어박혀 있던 사고의 낡은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싶은 성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고, 

그보다 아직 생각의 도화지에 이제 갓 점을 찍으려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브릴리언트2권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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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같은 목소리
이자벨라 트루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여운(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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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같은 목소리]는 알쯔하이머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둔 딸이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보며 가족의 입장에서 쓴 글이 아니라, 병을 앓던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그 심정을 헤아려보는 하나의 과정을 쓴 책이다.
작가는 병의 진행과정에서 아버지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이해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어가 기억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대부분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그걸 감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이 책은 이 병을 앓는 아버지 당사자가 되어 그 심정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내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치매의 종류중 가장 흔한 알쯔하이머성 치매는 인지적능력, 정서적인 능력, 사회적인 능력을 점차적으로 잃어가면서 결국에는 역할 수행이나, 인지, 사고, 일상생활, 습득능력 모두가 상실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울고, 먹고, 자는 것만 할줄 알뿐, 엄마가 모든 것을 다 돌봐주어야 하듯이 치매도 다시 아기로 모든 습득능력이나 인지능력, 사고능력등이 생애초기로 되돌아가는 걸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참 서글픈 '어른아기'로의 퇴행이다.
무엇보다 슬픈 건, 함께 했던 기억모두를 깨끗하게 지우개로 지우듯 가져간다는 것, 나를 낳아준 아버지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하여, 이 병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고통으로 함께 끌고 가고야 만다.
여기서 저자는 가족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당사자인 아버지의 내면과 심리상태를 최대한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가족이 받는 고통 이면에 당사자의 고통은 아마도 말로 다 할수 없을 정도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어제 신문기사에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천연물질로 추출한 치매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보았다. 인류의 마지막 고통이라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 간절하게 바라본다. 
이책은 두께가 얇고 시간적 구성으로 되어 있어, 병의 진척상황에 따라 아버지의 생각의 퇴행을 읽을 수 있고, 치매환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에게는 당사자를 좀 더 깊이 이해해볼 수 있는 안내서가 되어줄 수 있을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알쯔하이머에 관한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거나, 이와 관련된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본 이들이라면, 새롭게 당사자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가족의 입장에서 너무도 고통스럽고 힘겹지만, 당사자의 심정은 어떠할까... 정말 아이처럼 퇴행한다고, 진행과정속 그의 아픔과 고통도 깨끗하게 지워질까?
내아버지와 내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픈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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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즈음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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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라는 이름을 본 순간, 어릴적 뉴스에서 본 '즐거운 사라'의 외설논란으로 구속이니 어쩌니... 하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뒤로 20년이 지나서야 그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의 책에 관심이 없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의 책 제목을 보게 되었고,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번재는, 앞서 말했던 그때의 기억속에 마광수는 정말... 쓰지 말아야 할 외설을 쓴 것인가에 대한 새삼 뒤늦게 떠오르는 궁금증에 과연 그의 다른 책들은 어떨지.. 읽어보고 싶어졌다. 

두번째는 그가 궁금해졌다.  그보다 마광수의 스물 즈음이 궁금했다. 

내가 그리워하는 20대를 그는 어떤 관점에서 회상하고 추억할까.. 알고 싶어졌다.

  [스물 즈음]은 마광수의 이십대를 추억하며 쓴 자전적 에세이이다.

스무살 첫사랑부터, 대학입학, 연애, 학부수업, 이십대의 생각나는 추억들을 담고 있다. 

작가가 소설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소설마저 딱딱하고 교훈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한 말에 어느정도 수긍을 한다. 소설은 재밌어야 읽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는데, 물론 동감이다. 그속에서 성적인 표현또한 자유로울수 있어야 하는것도 어느정도는 맞다고 생각되지만, 그 표현이라는 게, 개인의 성적인 취향이나 그걸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글쓴이의 자유로 인정은 할 수 있지만 그의 관점이 보편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어느정도의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나이대가 읽으면 좋을것 같고, 객관적으로 거를건 거르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일수 있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부담없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일관되게 생각나는 한가지가 있다. 마광수가 여성의 미와 성에 좀 유별나리만치 집착해온것 같다는.

이건 저자도 책속에서 부분적 인정을 하긴 한것 같다. 그는 자신의 허약하고 빈약한 신체에 오랜동안 일종의 열등감을 가져왔던것 같다. 그래서 섹스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여성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고 음미하고 관찰하는 그런 방식을 좇은듯 싶기도 하다. 

그러면 정말 신체가 허약하고 빈약한 남자들일수록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처 생각해본적 없었던 새로운 궁금증이 이렇게 하나가 생겨버렸다.

저자는 자신이 그러해서 지금까지 평생을 아름다운 여성을 찾고 좇았다고 한다. 아름다움이란 얼굴, 몸매, 그리고 사람을 이끄는 매력을 고루 갖춘 것을 합쳐서 보는것 같았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거나 훈계하는 어조가 아니고, 자신이 이십대에 지나쳐오고 미쳐 보지 못한 삶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과 사고로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밑거름을 착실하게 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거나, 아직 꿈이 많은 이십대의 청춘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권해보고픈 책이다. 내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서 생각해보며 읽어주면 더욱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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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빛나는 미술가 1
최한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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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 관해 내가 두번째로 접하게 된 책이다.

[이중섭,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는 우리나라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인물이야기 그 첫번째 편인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이중섭에 대한 전기가 105쪽 분량의 얇은 두께로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으며, 글자가 제법 큼직하고, 그림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몇시간 만에 집중해서 다 읽었다.

이야기와 함께 그려진 삽화들은 마치 그림동화를 읽는 듯하다.

내용은 이중섭의 유년시절, 오산보통학교(중고등학교에 해당)시절, 일본 유학 문화학원시절, 아내와의 사랑, 한국에서의 삶등이 시간적 흐름에 맞게 구성이 되어 있다.

그의 몇개의 그림들이 궁금했다. 그중 하나가 이중섭의 오산고등보통학교 시절의 그림이다.

오산학교에서 졸업앨범에 들어갈 그림을 선생님에게 부탁받고 고민하던 이중섭은

일본강점기시대적 아픔을 떠올리고, 잊지 말아야 할 의미깊은 그림을 그리기로 하는데,

이 그림으로 인해 이중섭은 일본에 의해 쫓김을 받게 되고, 결국 그림은 학교 졸업앨범에 실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 그림은 과연 무엇이었나? 바로, 한반도땅에 일본에서 내쏜 불덩어리가 날아드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소년시절부터 이중섭이 그려온 그림들을 이야기와 함께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유년시절의 그가 그린 그림은 실려있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이중섭의 유년시절의 그림이 남아있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깊이 공부하고 싶었던 이중섭은 어머니와 형을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아 일본으로 가서 제국미술대학에 들어가게 되지만,

몇달 되지 않아 나와 문화학원으로 옮기게 된다. 그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림을 배우는 동안에도 나라를 소중하 여기고, 큰소리로 '소나무야, 소나무야..' 노래를 한국말로 불러서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는등,

나라에 대한 사랑도 애틋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두고온 어머니와 자신이 좋아하며 자주 그리던 (소를 말함)누렁이를 잊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이중섭에 대해 깊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그가 애틋하고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소와 닭, 아이들 그림을 많이 그렸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너무도 동경했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가슴 따뜻하고 감성 가득한 남자였을.

그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준 운명적인 사랑을 한 그의 아내 또한 애잔하게 느껴진다.

일본인인 이중섭의 아내는, 태평양 전쟁을 겪으며,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낯선 타국으로 건너온 용기있는 여성이었고,

이중섭의 표현처럼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였던것 같다. 그가 그녀에게 '남덕'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듯이 말이다. 따뜻한 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사람.

낯선 한국땅에서 남편만 믿고 의지해 살던중 첫아이를 잃고 슬퍼했지만, 이내 곧이어 두명의 아이를 낳게 되고 이중섭은 그들만의 행복한 세상을 꿈꿨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 되어 부산에서 고달픈 생활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여의치 않자 함께 내려왔던 조카가 일자리를 구해 떠났던 제주도로 뒤따라 향했다.

기록되어 있는 제주도에서의 약 8개월간의 생활이 너무도 짧았지만 이중섭의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때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손바닥만한 그 좁은 방 한칸에서 어떻게 네식구가 함께 지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집이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의 척도는 눈에 보이는 집의 크기같은 걸로 잴 수 없는 것이니.

이중섭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날품팔이도 해보고, 그림을 그려서 팔기도 했지만, 훗날 자신의 그림을 돈으로 받고 파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던것 같다.

그의 말년.. 그 불안정한 심리와 더불어 몸과 마음이 병들어간 것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양심에 한없이 불편한 마음이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있을 수 없는 부재에 대한 외로움을 꽤 오랜시간 그는 혼자서 버티고 견뎌나가야 했기 때문에

이런 심리적 위기에서도 쉽사리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마지막 작품을 비롯해 후반부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중섭의 심적 불안함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담아놓은 듯해서, 뭐라 특정지어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그림에 대해 전문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문외한에 가까운 평범한 보통사람이기에,

이중섭의 그림을 조목조목 세밀하게 감상해보고 싶어도 사실.. 어렵기만 하다.

책에서 그림에 대해 이부분은 이렇고, 이건 이러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리라.. 이렇게 설명해주니 그 설명을 읽어가며 그림을 다시 곱씹어본다.

또 그렇게 보이는것도 같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나 보다.

지금은 덧붙인 설명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감상해보고 느끼려고 하지만,

언젠간 아무런 설명 없이 선입견도 없이 혼자서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이중섭의 그림들을 감상해보고 싶다.

자유로운 낙원을 꿈꿨던 그의 영혼이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을 그림들을 구석구석 모험해보고 싶다.

있는것 같지도 않았던 그림 감상에 대한 열정을 내게 일깨워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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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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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프랑스 작가 '장 퇼레'의 소설 - 
프랑스 브루타뉴 지방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황당하고 엽기적인 이야기 - '천둥꽃'

소설의 배경인 브루타뉴 지방은 켈트 문화의 뿌리가 깊고, 언어자체도 프랑스어가 아닌 브루타뉴어를 쓰며, 전설과 미신을 절대적으로 믿는 곳입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문화나 그리스도문화를 믿지 않고, 그 지방 자체의 오랜 시간동안 전해져 오며, 알게모르게 그지방 사람들의 정신까지도 지배하는, 
전설과 미신을 숭배하며, 전설속 요정들과 '앙쿠'라는 존재만이 그들에게 두려움이 되고, 지켜주는 존재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천둥꽃]은 작가 '장 퇼레'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엘렌 제가도'는 실존 인물이며,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독살한 것으로 알려진 희대의 연쇄살인마로 그려져 있습니다.
 
프랑스 브루타뉴 지방에 살고 있는 엘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
엄마는 소녀가 천둥꽃을 따려고 하는 걸 금지시키곤, 그녀를 이름대신 '천둥꽃'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브루타뉴 지방에 전해져오는 죽음의 일꾼이라 일컫는 '앙쿠'의 존재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엘렌의 가족을 포함하여 그 지역 사람들은 이러한 미신들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릅니다.
 엘렌은 엄마에게 앙쿠의 존재에 대해 묻는데, 엄마는 엘렌에게 이러한 설명을 해주죠. 앙쿠는 '죽음의 일꾼'이며 그가 사람을 죽이는데에는 이유가 없다고.
'끼익' 소리를 내며 앙쿠의 수레가 굴러가면서 사람이 사는 곳을 불쑥 들이닥쳐 낫으로 쓸어버리면 그만인 존재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그런데 엘렌이라는 이 소녀는, 얼마 뒤 자신의 엄마를 첫번째로 독살하게 됩니다. 
이부분을 다시금 읽어봐도, 그녀가 왜 엄마를 처음 독살을 할 마음을 먹는지에 대한 아무런 이유를 추측할 수가 없어서 좀 황당했습니다.
거기엔 그저.. 첫번째 살인을 하면서 모짜르트가 처음 느꼈을 희열을 그에 견주어 상상하는 것으로 표현이 되어 있는데, 
이것이 그녀가 살인에 대해 처음으로 느꼈을 희열을 알았다고 봐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천둥꽃]의 목차는 프랑스 브루타뉴지방을 시작으로 주변 지역명들이 바로 그 목차로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엘렌이 브루타뉴에서 엄마를 죽인 것을 시작으로 그 주변지역들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이 담긴 목차와도 같다고 보면 됩니다.

 

엄마의 죽음후 그녀는 아버지와 헤어져 인접지역인 뷔브리로 떠납니다.

 자신을 그곳마을까지 데려다준 아버지의 지인을 독살하고, 그마을 사제관에서 대모를 죽입니다.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하고, 그 지역을 떠나 도착한 지역에서 또다시 사람들을 이유없이 죽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숫자를 세듯이, 자신이 죽인 사람들과 관련된 것들을 전리품으로 하나 둘 수집합니다.

무수히 많은 지역들을 떠돌듯 다니며,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들도 죽이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도 죽이고 다닙니다. 

그녀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살을 당하게 되는 겁니다.

그녀에게 어떤 영적인 신비로움이나, 브루타뉴 지방에서 전설로 믿고 있는 요정들이나, 죽음의 신 앙쿠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쥐약이라고 하는 '비소'를  우연히 구입하게 된 후 스프와 쿠키등의 요리속에 넣어 만듦으로써, 음식들을 이용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인합니다.

스스로 어느 순간... 자신이 곧 앙쿠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살인중독이라도 걸린 것처럼 수십년동안 그녀는 꾸준히.. 살인을 합니다.

 

그녀의 나이 사십대즈음, 플루이네크로 다시 돌아와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아버지도 엘렌은 죽이고 맙니다.

모든 벌은 마지막에 다 몰아서 받겠노라고... 생각하며 다시 길을 떠나 살인을 계속하게 되죠.

 

마지막으로 엘렌은 렌 지역의 대학법학교수로 있는 살인 사건 전문가가 여자요리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호랑이굴에 제발로 걸어들어가보겠다는 듯,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에서, 하녀들을 독살하고 마지막으로 살인사건 전문가를 독살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체포됩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결국 그녀는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이유도 없는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한 여자의 삶을 따라가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의 지방명칭이나, 이름들, 민속에 관한 단어들이 낯설어 읽기의 흐름이 곧잘 끊어지곤 했지요.

 

아무런 동기도, 이유도 없이 저지르는 살인은 옮겨다니는 곳마다 계속되는데,  

 

이 중, '마티외 베롱​'이라는 남자의 아내를 독살하게 되고, 

마티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이 매우 강렬하고 의문스럽게 다가왔었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죽인 여자를 깊이 사랑하게 되버린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죽일 수 없어 도망치며 사랑도 내려놓은채 떠난 여자.

 

이 마녀같은 여자에게도 사랑이 있구나... 

마티외는 마지막 법정에서 엘렌을 위해 증언해주러 왔습니다.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그녀의 아픔은 더 고통스러웠을거라고.. 

정말 놀랍도록 한 여자의 고통을 헤아리는 듯한 이 남자의 증언을 빙자한 고백은 가슴을 울렸습니다.

 

법정에서도 자신을 위한 변론은 일체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다시피 한 엘렌은,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던 전날, 

형무소를 방문한 신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꺼내보입니다.

 

 

어렸던 그 옛날.. 

내 앞에서 앙쿠를 이야기할때 부모님이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지금도 기억한다고.

부모의 겁먹은 표정을 보았을때 가족에게 앙쿠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어린 그때 깨달았다고.

엘렌은 중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말겠다고 마음먹었다가, 

느닷없이 부모님과 이모, 자매들을 죽이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앙쿠가  되었고, 그러니 더이상 불안하지가 않더라. 내가 바로 불안 자체였으니..

 

 

이부분에서 머리를 강하게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이것이 살인을 합리화시킬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퍼즐의 한 조각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의 부모님의 두려움이 나를 너무도 두렵게 했다고.  실제 부모들이 공포심에 사로잡힐땐,

그 공포심이 아이에게 투사되어 아이를 돌볼 수 조차 없게 되는 것에 아이가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즉, 누구든 자기 부모의 불안감 속에 방치된 상황에서는 그 불안감을 극복하고픈 마음이 생긴다는 거지요. 

 

엘렌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걸 논리적인 귀결이라 주장하는 건 ​변명에 불과한 것이지요.

 어릴적 느꼈던 그 불안함을 해소하고자,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크고 강한 존재가 되어, 

불안함을 떨쳐버리고자 처절하게 노력했을 거라는 걸 이해는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된 살인에 대한 이유도, 합리화도 될 수 없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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