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빛나는 미술가 1
최한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중섭에 관해 내가 두번째로 접하게 된 책이다.

[이중섭,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는 우리나라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인물이야기 그 첫번째 편인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이중섭에 대한 전기가 105쪽 분량의 얇은 두께로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으며, 글자가 제법 큼직하고, 그림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몇시간 만에 집중해서 다 읽었다.

이야기와 함께 그려진 삽화들은 마치 그림동화를 읽는 듯하다.

내용은 이중섭의 유년시절, 오산보통학교(중고등학교에 해당)시절, 일본 유학 문화학원시절, 아내와의 사랑, 한국에서의 삶등이 시간적 흐름에 맞게 구성이 되어 있다.

그의 몇개의 그림들이 궁금했다. 그중 하나가 이중섭의 오산고등보통학교 시절의 그림이다.

오산학교에서 졸업앨범에 들어갈 그림을 선생님에게 부탁받고 고민하던 이중섭은

일본강점기시대적 아픔을 떠올리고, 잊지 말아야 할 의미깊은 그림을 그리기로 하는데,

이 그림으로 인해 이중섭은 일본에 의해 쫓김을 받게 되고, 결국 그림은 학교 졸업앨범에 실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 그림은 과연 무엇이었나? 바로, 한반도땅에 일본에서 내쏜 불덩어리가 날아드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소년시절부터 이중섭이 그려온 그림들을 이야기와 함께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유년시절의 그가 그린 그림은 실려있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이중섭의 유년시절의 그림이 남아있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깊이 공부하고 싶었던 이중섭은 어머니와 형을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아 일본으로 가서 제국미술대학에 들어가게 되지만,

몇달 되지 않아 나와 문화학원으로 옮기게 된다. 그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림을 배우는 동안에도 나라를 소중하 여기고, 큰소리로 '소나무야, 소나무야..' 노래를 한국말로 불러서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는등,

나라에 대한 사랑도 애틋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두고온 어머니와 자신이 좋아하며 자주 그리던 (소를 말함)누렁이를 잊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이중섭에 대해 깊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그가 애틋하고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소와 닭, 아이들 그림을 많이 그렸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너무도 동경했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가슴 따뜻하고 감성 가득한 남자였을.

그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준 운명적인 사랑을 한 그의 아내 또한 애잔하게 느껴진다.

일본인인 이중섭의 아내는, 태평양 전쟁을 겪으며,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낯선 타국으로 건너온 용기있는 여성이었고,

이중섭의 표현처럼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였던것 같다. 그가 그녀에게 '남덕'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듯이 말이다. 따뜻한 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사람.

낯선 한국땅에서 남편만 믿고 의지해 살던중 첫아이를 잃고 슬퍼했지만, 이내 곧이어 두명의 아이를 낳게 되고 이중섭은 그들만의 행복한 세상을 꿈꿨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 되어 부산에서 고달픈 생활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여의치 않자 함께 내려왔던 조카가 일자리를 구해 떠났던 제주도로 뒤따라 향했다.

기록되어 있는 제주도에서의 약 8개월간의 생활이 너무도 짧았지만 이중섭의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때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손바닥만한 그 좁은 방 한칸에서 어떻게 네식구가 함께 지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집이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의 척도는 눈에 보이는 집의 크기같은 걸로 잴 수 없는 것이니.

이중섭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날품팔이도 해보고, 그림을 그려서 팔기도 했지만, 훗날 자신의 그림을 돈으로 받고 파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던것 같다.

그의 말년.. 그 불안정한 심리와 더불어 몸과 마음이 병들어간 것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양심에 한없이 불편한 마음이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있을 수 없는 부재에 대한 외로움을 꽤 오랜시간 그는 혼자서 버티고 견뎌나가야 했기 때문에

이런 심리적 위기에서도 쉽사리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마지막 작품을 비롯해 후반부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중섭의 심적 불안함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담아놓은 듯해서, 뭐라 특정지어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그림에 대해 전문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문외한에 가까운 평범한 보통사람이기에,

이중섭의 그림을 조목조목 세밀하게 감상해보고 싶어도 사실.. 어렵기만 하다.

책에서 그림에 대해 이부분은 이렇고, 이건 이러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리라.. 이렇게 설명해주니 그 설명을 읽어가며 그림을 다시 곱씹어본다.

또 그렇게 보이는것도 같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나 보다.

지금은 덧붙인 설명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감상해보고 느끼려고 하지만,

언젠간 아무런 설명 없이 선입견도 없이 혼자서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이중섭의 그림들을 감상해보고 싶다.

자유로운 낙원을 꿈꿨던 그의 영혼이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을 그림들을 구석구석 모험해보고 싶다.

있는것 같지도 않았던 그림 감상에 대한 열정을 내게 일깨워준 것만은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