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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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함께 일하던 동료가 읽어보라고 빌려주었던 책 한 권이 있었다.

제목은 [나무]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렇게 베르베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에 받았던 신선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충격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당시엔 매우 충격이었다는 뜻.

이후에 이 작가에 대해서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당시 가장 유명했던 작품이 [개미]였던 기억이 난다.

그의 웬만한 작품들은 다 사서 모았다.

프랑스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아 오히려 역으로 다시 프랑스에서 이름을 떨치게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실 그의 작품의 인기에는 번역가의 공도 매우 컸던걸로 기억한다.

이세욱님의 번역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다.

이번 작품 [심판]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베르베르의 신작인 셈이다.

[신]을 마지막으로 이후의 작품들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희곡의 방식은 신선하고 낯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을 그리고 있다.

폐암 수술중 사망한 판사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도착해 천상 법정에서 다음 여정을 위한 심판을 받는 내용이다.

재판장인 가브리엘과 그의 수호천사이자 변호인인 카롤린, 그리고 구형을 맡은 검사 베르트랑이 그의 지나온 생을 조목조목 평가해 환생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주인공이자 피고인인 아나톨 피숑은 자기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아내이며 좋은 가장, 좋은 직업인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검사 베트르랑은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죄들을 하나하나씩 들추어내어 보여주며 아나톨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주장한다.

사후세계에 관한 궁금증과 호기심, 막연함이 늘 있어왔지만 이렇게 작품으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것 같다.

윤회를 거듭하며 매번 생에 대한 심판을 받고 그 결과로 다음 생을 정하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이란 소설만이 가능한 판타지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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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을 돌아보며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천국의 재판에서는매우 좋지 않게 본다고 검사 베르트랑은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인간인 아나톨의 편에서 천사 카롤린의 마음과 같았지만, 검사인 베르트랑의 한마디 한마디는 일명 뼈때리는 기분을 안겨주기도 한다.

가령, 위에서 말한 문장 그대로,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그걸 여기서는 아주 좋지 않게 보죠!

출처 입력

어떤 일이 어려워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게 때문에 어려운 거예요.!

출처 입력

이 순간은 판사 가브리엘뿐만 아니라 독자인 나도 함께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베르트랑은 지나치게 평온하고 지나치게 틀에 박힌 삶을 선택하고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등한시하고 운명적 사랑에 실패함으로써 아나톨 피숑이 자신의 생에 배신을 저질렀다고 일침을 가한다.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어떻게 썼나요? -라고.

전 생애에 부부였던 카롤린과 베르트랑의 설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선택들이고 자신의 행복을 일구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애쓰는 인간들임을 강조하는 카롤린과

용기보다 비겁함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편안함을 택한 것이며 바로 코앞의 것만 보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하는 베르트랑.

아나톨의 수호천사로서 평생을 그의 곁에서 그의 삶을 보아왔기에 누구보다 인간적으로 그의 생을 잘 이해하고 있는 카롤린은 그가 수많은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고 믿으며 그의 변호에 최선을 다하지만...

아나톨은 최종판결에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날 만큼 충분히 영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고 보여져 다시 한번 더 삶의 형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아나톨은 자신의 생 그대로 아나톨 피숑으로 돌아가서 남고 싶었을 뿐 다른 누군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베르베르가 즐겨 다루는 전생과 환생이야기 코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이번 작품도 정말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프랑스에서 이미 연극화되기도 했었고 두번째 연극화 예정이 있다고 한다.

번역가의 바람처럼 우리나라에도 이 작품이 연극으로 올려져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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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 인생의 불편함을 정돈하는 삶의 기술, 코지
이사벨 길리스 지음, 김산하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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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917_173716419.jpg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코지'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삶과 나를 연결시키는 작은 기쁨의 시작, #코지

'코지'란?

사전적 의미로는 '아늑한, 단란한, 친밀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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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가 어떤 것인지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는 하나의 풍경 샷을 넓게 테두리를 둘러 이미지로 그려지는 하나의 모습을 선사해 준다.

가령, 수프가 끓고 있는 집 안 풍경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나 코코아 한 잔도 나에게는 코지인 셈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코지의 개념을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켜 독자에게 보여준다.

다소 추상적이고 선명하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을 수식하는 형용사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터득하고 배워서 습득해야 하는 기술로서의 명사적 의미이며 이는 어떤 물질적인 것이나 안정된 환경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말한다고 한다.

요약해보자면,

'우리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를 태도로 가지고 오는 것'

출처 입력

단순한 편안함과는 또 다른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 설명을 나는 읽고 또 읽어보았다.

막연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편안함과 뭐가 다른가를 생각하게 하였고 그 구분이 모호하다 싶었으니까.

그래서 사실 나로서는 이 단어가 생소하기도 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느낀 인상적이었던 강렬함에 대한 잔상은 이 책의 첫페이지- 서문이었다.

당신은 삶이 힘들었을 때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앞에 놓인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당신과 따뜻한 티를 나누는 기쁨이 있잖아요.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이런 소소한 기쁨으로 나머지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거 아닐까요?

출처 입력

어쩌면 위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이 대답이 저자의 추측대로 실망스럽게 들렸을 이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짐작대로 인생이란 따뜻한 순간과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이니, 따뜻한 순간을 위해 힘든 순간을 참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이 밋밋해 보이는 답변이 나에게 너무 와닿았던 이유는,

삶이란 아주 가끔, 짧은 찰나의 순간에 주어지는 행복의 달달함을 맛보며, 그것을 기억하는 힘으로 버텨내고 있음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듯 내게는 코지가 소확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소한 순간들이 내게도 분명 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집에서, 혹은 카페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

혼자여도 좋고, 내 앞에 가장 편한 이가 마주 앉아있어도 좋겠다.

함께 차를 마시는 십수 분의 순간의 행복은 온전한 나만의 것이니까.

저자가 코지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힘들고 좌절하던 그녀에게 힘을 준 건 아빠.

그녀답게 하라는 말 한마디와 따뜻한 차가 담긴 머그컵.

이로써 그녀는 그 순간 혼자인 것만 같았던 인생이 세상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짐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녀가 코지를 만난 운명의 순간.

돌아보면 나 역시 비슷한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 나를 억압하던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음이고.

이 책을 읽어보면 각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저마다의 경험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자신만의 코지를 어쩌면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가 편안한 것을 찾기 위해선 우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잘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그저 자신이 가장 편안해 하는 친밀감을 느끼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정도를 소개하는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점점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대로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정답일 수밖에 없는 정공법이리라.

나는 나의 삶의 주체로서 이 삶을 내가 행복할 수 있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러려면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나의 지난 역사.. 어린 시절이라는 과거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총체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거부감 없이 보여주고 안내해 주는 것 같았다.

한 챕터 한 챕터씩 따라가 본다.

나를 편안하게 하는 장소는 어디였더라?...

분명 어떤 시간들을 건너 오면서 내가 편안하게 생각했던 장소는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다.

여기서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건네본다.

이렇게 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이끄는 방법들도 따라서 해 본다.

침실과 주방의 정체성 고민과 그로 인한 변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나만의 시그니처 옷을 만들기, 엽서에 대한 코지, 라디오에 귀 기울이기와 바느질 등등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코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게 묻어 있고 정적일 수도 있고 때론 동적이기도 한 활동들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세상 속에서 나를 코지와 연결 짓기에 대한 내용 중에서 비 오는 날 구석자리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라는 문장이 역시 마음에 닿았다.

구석자리가 아니어도 좋다.

창이 넓은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비 오는 풍경, 빗소리만 보고 들을 수 있다면 그만한 코지가 내게 또 있을까 싶다.

자연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느끼는 바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안정이 밑바탕이 되는 코지를 여행에서도 찾고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과 안정에 대한 갈구, 설렘, 이런 감정들 속에서 코지를 찾을 수 있다 하니 잘 담아두었다가 여행을 가게 되면 찾아봐야겠더라는.

마지막으로 삶이 힘들 때 나아갈 수 있는 힘으로써 코지를 찾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예전에는 힘들어하는 친구나 가족을 위로하기가 어렵고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어가는 요즘은 위로 한 번, 따스한 말 한마디 진심 담아 건네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지...

가장 어려운 것이 힘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 괜찮을 것을 아는데 어떻게 괜찮냐고 물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위로이다.

복잡한 가정사로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오늘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참 어렵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어쭙잖은 위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니 차라리 아무 말 않겠다 싶은 생각을 할 만큼 판에 박힌 힘내라는 말도 미안해서 못하겠더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고민 중이다.

이 친구의 코지를 위해 내가 어떤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너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겠냐고 물어볼 생각이다.

상처가 났을 때 발라주는 연고인데 한 번 발라보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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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론 메이트북스 클래식 1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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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톨스토이의 인생론이라는 책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합니다.

톨스토이, 너무 유명한 이름이지요.

세계적인 대문호(세상에 널리 알려진 매우 뛰어난 작가)이자 사상가인 그는 농민적 무정부주의, 악에 대한 무저항 정신으로 대변되는 사상으로 전 세계에 톨스토이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는데요.

사실 농민적 무정부주의나 악에 대한 무저항 정신이 정확하게 어떤 사상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톨스토이의 글에 대한 애정때문에 저는 이번 인생론을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인생론에 들어 있는 140개의 짧은 글들은 #톨스토이, 그가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거기에서 얻은 사상을 현실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했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고운 마음,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며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류애를 담아 모든 사물과 사람, 일들을 바라보는 삶에 대한 통찰.

이 책이 좋았던 첫 번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가 진심 톨스토이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사상가들의 글들을 선별해 엮으면서 원서를 직접 옮기지 않고 자신이 잘 전달하고 표현하고자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을 해서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더 명확하게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음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이는 그가 이 책을 쓴 목적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저작자의 사상을 글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독자들이 다양한 작가들의 위대하고 지적인 유산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날마다 읽으면서 최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



톨스토이의 입김이 부드럽게 스며든 문장들 전체가 주옥같다고 느꼈어요.


요즘 화나는 일들이 좀 있는데, 분노 가라앉히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두꺼운 책을 오래 읽을만큼의 인내심이 바닥을 긁을 정도인데, 이 책은 그런 저를 토닥여주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분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추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저에게는 이 부분과 연결되는 글이 '화를 내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었어요.


최근에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화를 내는 것도 습관이 된다는 것!!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화를 습관적으로 내고 있더라구요 제가.

크게 화나지 않은 일인데도 세게 말하고 좀 강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습관적으로 그래왔던 것 같아요.

늘 항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자주 ㅎㅎ --;;

그래서 톨스토이의 인생론이 저의 삶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고 장황한 문장들의 향연이 아니라 짧은 문장 몇마디에도 그것을 읽는 이,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요즘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그런데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이라서 몇 달간 배우러 다녀야 하는데, 남편이 반대를 합니다..ㅠㅠ

매번 그런 상황에 놓이면 포기를 선택한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한 번 밀어붙여 보려고요.

이렇게 매번 포기를 하다 보면 그 포기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기도 하고 내가 좀 더 절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니 나한테 이 순간과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이상 고민 하지 않고 해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당장 눈에 보이는 어떤 행동의 변화나 일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짧은 몇 개의 문장들이 내 삶에 주는 영향이 분명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톨스토이 사상의 근본에 그리스도교가 있어서 그의 글들에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를 종교적이라 여기지 않고 인간을 조건 없이 사랑하자는 그 마음이 바탕에 깔린 것이라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인생론 속에는 톨스토이가 직접 쓴 자신의 글도 있고 앞에서 밝혔듯이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직접 선별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140개의 글들이 모두 훌륭하고 아름다웠지만, 각별히 마음을 울렸던 몇 개의 글들을 사진과 서평에 담아보았어요.

당장 나의 인생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물해 준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더불어 인간은 참 많이 부족하고 또 부족한지라 끊임없이 겸손함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바탕에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소박한 듯 보편적인 듯한 이 생각이 아름답게 머리와 마음속을 맴돌며 머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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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성당 이야기
송차선 지음 / 일상이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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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여행을 못다니고 있지만, 여행을 다니던 때에는 낯선 도시, 시골을 지날때 그 지역의 성당을 찾아보곤 했었다.

미사 시간이 항상 맞지 않아서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성전에 들어가 잠시 짧은 기도를 드리고, 성당 주변을 둘러보며 성모상까지 빠지지 않고 다 찾아보며 낯선 성당을 눈에 마음에 담아 오곤 했었다.

가회동 성당 이야기 라는 이 책은 이 성당을 건축하신 신부님이 쓰신 책이다.

성전을 지으면서 일어났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하느님'이라는 단어를 넣어야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이 책에 정리해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사건 중심의 글을 쓰다 보니 등장인물이 제한적이고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명으로 쓰다보니 거론되지 않은 많은 숨어 있는 공로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어 화려한 조명뒤에 가려진 소외를 간과했고 재미를 앞세우느라 가벼움이 따랐다는 자책때문에 하마터면 이 책은 출판되지 못할 뻔 했다고.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숨어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타종교 신자나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천주교는 어떻게 하느님을 체험하는지를 소개하며 맨처음 하느님의 사제 성소에 대한 이야기 부분은 단순한 성당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 이야기이며, 부르심에 대한 이야기라서 성당 건축에 신부님 개인의 사제 성소에 관한 부분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성전을 지으시는데 있어 저자가 사제로서 느끼고 체험한 이 모든 일들이 하느님을 빼면 설명이 안되는 이야기들이기에 사제 성소를 체험하고 사제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언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저자는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학도로서 교수의 추천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중, 하나의 계기로 인해 유학 대신 다소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계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 1장 부르심에서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저자는 사제가 된 후 다시 해외 유학을 다녀오고, 대학에서 사제양성을 하다가 가회동 본당 주임신부로 인사발령이 난다.

붕괴직전의 가회동 성당의 주임신부로 가서 성당을 지으라는 명과 함께.

대학 전공을 이미 멀리한지 오래되었지만 모든 일에는 다 하느님의 뜻이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가회동과 관련된 교회사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알게 된 가회동 본당의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해 놓았는데 읽는 동안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섞이는 듯 했다.

조선 땅에서 첫 미사가 드려진 곳, 북산사건이 일어난 곳, 박해의 주체인 황실(의친왕과 왕비, 고종의 여섯자녀중 단명한 2명을 제외한 4명의 자녀들 포함)이 박해가 시작된 곳인 가회동성당에서 세례받은 것, 가회동성당이 박해의 주체를 그 품에 받아들인 것, 이로써 순교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또한, 경복궁과 창덕궁의 궁녀들과 그 사이의 수많은 신앙인들, 그 궁녀들중 세 명의 성인이 탄생하였고 그 지역이 가회동본당이 있는 북촌한옥마을이라 하니 가회동본당은 그저 평범한 성당이 아닌 역사적 의미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과연 지옥과 천당은 바라보는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주체인 내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 루카 17, 21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이렇게 가회동 성당 재건축의 콘셉트(concept)가 잡힌다.

이 컨셉의 가장 큰 틀은 선교본당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는 것.

성당내에 전시실도 고려해서 설계를 하고 성당 건축을 위한 건축비를 마련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만나는 하느님의 손길을 함께 느껴본다.

건축비 마련을 위해 신자의 사후 기증이 된 로마나의 집을 성당건축비로 쓸 수 있도록 매입해준 신자부부, 박스나 폐지를 주워서 팔아 생계를 이어가시는 80대 할머니가 내어주신 100만원 이 두 경우의 액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할머니의 100만원은 전재산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성당 건축 과정에서 겪었던 저자의 투병, 기계식 파이프 오르간에 관한 스토리텔링, 그 자금 마련에 관한 이야기, 본당에서의 첫 장례미사의 주인공이 가회동 성당과 얽힌 인연가지..

모든 것이 우연히 그냥 이루어진 것이 없었고 하느님의 뜻이라고 밖에는...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성당들이 있다.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아산 공세리 성당, 원주 용소막 성당, 횡성 풍수원 성당, 칠곡 가실 성당등등을 방문했었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한 '빛의 설계', 색이 있는 빛의 성당으로 문득 부산 남천동 주교좌 성당이 생각났다.

남천 성당은 낮은 오후의 대성전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 책을 읽으며 남천성당도 빛의 설계가 반영된 성당이겠구나 생각 들었다.

가회동 성당의 빛의 설계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고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어 보여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서 직접 봐야겠더라는.

가회동성당의 빛은 색이 없는 단순, 소박의 컨셉을 담고 있다 하니 한옥의 단아함을 잊지 않고 담은 것 같다.

한옥과 양옥의 건축이 어우러진 성당, 가회동성당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한편에는 아프고 슬픈 역사를 담고 다른 한편에는 영광스럽고 감사한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노력의 힘을 담고 있구나..



마지막으로 성당 건축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도움을 받았던 성당이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성당 재건축에 도움을 되돌려주는 것을 보며 가톨릭 신자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에 잠기기도 했다.

나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을 가져본다.

저자의 이 말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쓰고 남는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나눔이 아니라 처분이지요. 진정한 나눔은 나에게도 필요하고,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에게 나의 것을 떼어주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을 때 그것을 나눔이라고 하는 겁니다. 나눕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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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때, 심리학 - 불안, 걱정, 두려움과 이별하는 심리전략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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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정신적 무질서의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로

특정 대상에게 느끼는 공포와 달리 대상의 부재에서 느끼게 되는 정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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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지식백과 사전에서는 이렇게 대상의 부재에서 느끼게 되는 정동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정동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감정상태)

그래서 불안은 막연함이라는 배경이 뒤에 깔린 듯 이유도 벗어날 방법까지도 알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 편안하지 않은 상태,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속에서 평정을 찾을 수 없어 공포스러운 순간들..

이 모두 불안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불안한 마음에 대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마음 하나를 발견하게 되기를, 그 대상이 선명해지기를,

그리하여 혼자의 힘으로 그 문을 깨부수고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우선 [불안할 때, 심리학]이라는 이 책은 보다 구체적인 솔루션의 성격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1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속도로 통독을 하고, 2독은 접근방식을 다르게 해나갈 것을 주문한다.

혹시 불안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거나 불안을 제어하기 어려워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의 앞부분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어떤 개인적인 상황때문에 저자가 덧붙인대로 파트 1,4,5장만 먼저 읽어보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어떠한 솔루션이었기에.

불안은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선까지는 충분히 조절 가능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감정이 어떤 계기로 인해 내면에 큰 충격을 주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현재 외적, 심리적 상황에 따라 조절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도움이 꽤 많이 되는 책인것 같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불안 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병원진료와 상담의 도움이 분명 필요할 테지만, 그 지점까지 가지 않는 선의 불안은 이 책으로 제어및 조절이 가능할 것 같다.

몰랐었는데, 요즘 우리들은 생각보다 꽤 많이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더라는.

크게는 삶과 죽음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나이를 먹어갈 수록 점점 꿈과 현실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서 느끼는 절망과 그로 인한 불안함,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도 없고 보장된 것이 없는 데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함... 이 모든 불안함은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그저 막연함속에 둥둥 떠 다니는 돗단배마냥 마음의 평정을 무너뜨리며 사람들 사이사이에 공기처럼 자리 잡고 함께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 막연한 불안과의 싸움을 잘 해내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

인상적이었던 방식 중 하나는 생각 바꾸기 5단계.

사실 솔루션 그 자체보다 예시로 든 커피와 설탕이 어떤 설명보다 정확하게 이해가 되었다.

감정과 몸의 반응이 충돌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닿을 수 있는 5번째 단계...

정말 쉽지 않더라는. ㅠㅠ

하지만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너무나 필요한, 꼭 해내야만 하는 솔루션이라 생각한다.

당장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이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내게도 필요한 당장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불안을 완화시키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돕는 여러 긍정적 전략 및 팁들을 읽어보며 하나씩 실행에 옮겨보면 조금씩 나아지는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구나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 과정을 우리는 이번에도 겪어야 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스스로의 힘으로 나를 안정시키고 불안을 다스리려는 마음과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진심으로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을 곁에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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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키우는 5가지 팁중에 나는 이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고 있다.

내게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이 존재는 부모님과 남편뿐이구나.. 생각했다가 한 분이 더 생각났다.

엣다 수녀님...

비록 지금 가까이에 계시지 않지만 진심으로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던 그 얼굴과 미소가 너무 선명해서 여전히 곁에 계시는 것만 같다.

진심으로 나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을 곁에 두라는 말, 가슴에 절로 들어와 자리 잡는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상상연습을 따라해보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인공위성 상상연습이었다.

이 넓은 우주에 내가 인공위성에 앉아서 지구를 빙빙 돌고 있다.

그리고 저 밑에 살고 있는 나를 찾아본다.

나의 고민과 번뇌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인류의 발전과 역사속에서 내가 하는 이 걱정과 불안은 과연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생각하게 되니 먼지만큼 가벼워진 느낌마저 든다.

물론 내가 받은 이 느낌과 후련함 또한 일부일 뿐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어떤 솔루션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을 테고, 분명 각자 다른 생각과 느낌을 얻게 될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솔루션을 찾아 나의 불안을 바로 볼 수 있다면, 그것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이 책이 그 목적 달성을 충분히 다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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