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 인생의 불편함을 정돈하는 삶의 기술, 코지
이사벨 길리스 지음, 김산하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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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삶과 나를 연결시키는 작은 기쁨의 시작, #코지

'코지'란?

사전적 의미로는 '아늑한, 단란한, 친밀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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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가 어떤 것인지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는 하나의 풍경 샷을 넓게 테두리를 둘러 이미지로 그려지는 하나의 모습을 선사해 준다.

가령, 수프가 끓고 있는 집 안 풍경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나 코코아 한 잔도 나에게는 코지인 셈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코지의 개념을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켜 독자에게 보여준다.

다소 추상적이고 선명하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을 수식하는 형용사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터득하고 배워서 습득해야 하는 기술로서의 명사적 의미이며 이는 어떤 물질적인 것이나 안정된 환경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말한다고 한다.

요약해보자면,

'우리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를 태도로 가지고 오는 것'

출처 입력

단순한 편안함과는 또 다른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 설명을 나는 읽고 또 읽어보았다.

막연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편안함과 뭐가 다른가를 생각하게 하였고 그 구분이 모호하다 싶었으니까.

그래서 사실 나로서는 이 단어가 생소하기도 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느낀 인상적이었던 강렬함에 대한 잔상은 이 책의 첫페이지- 서문이었다.

당신은 삶이 힘들었을 때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앞에 놓인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당신과 따뜻한 티를 나누는 기쁨이 있잖아요.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이런 소소한 기쁨으로 나머지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거 아닐까요?

출처 입력

어쩌면 위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이 대답이 저자의 추측대로 실망스럽게 들렸을 이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짐작대로 인생이란 따뜻한 순간과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이니, 따뜻한 순간을 위해 힘든 순간을 참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이 밋밋해 보이는 답변이 나에게 너무 와닿았던 이유는,

삶이란 아주 가끔, 짧은 찰나의 순간에 주어지는 행복의 달달함을 맛보며, 그것을 기억하는 힘으로 버텨내고 있음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듯 내게는 코지가 소확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소한 순간들이 내게도 분명 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집에서, 혹은 카페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

혼자여도 좋고, 내 앞에 가장 편한 이가 마주 앉아있어도 좋겠다.

함께 차를 마시는 십수 분의 순간의 행복은 온전한 나만의 것이니까.

저자가 코지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힘들고 좌절하던 그녀에게 힘을 준 건 아빠.

그녀답게 하라는 말 한마디와 따뜻한 차가 담긴 머그컵.

이로써 그녀는 그 순간 혼자인 것만 같았던 인생이 세상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짐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녀가 코지를 만난 운명의 순간.

돌아보면 나 역시 비슷한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 나를 억압하던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음이고.

이 책을 읽어보면 각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저마다의 경험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자신만의 코지를 어쩌면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가 편안한 것을 찾기 위해선 우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잘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그저 자신이 가장 편안해 하는 친밀감을 느끼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정도를 소개하는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점점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대로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정답일 수밖에 없는 정공법이리라.

나는 나의 삶의 주체로서 이 삶을 내가 행복할 수 있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러려면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나의 지난 역사.. 어린 시절이라는 과거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총체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거부감 없이 보여주고 안내해 주는 것 같았다.

한 챕터 한 챕터씩 따라가 본다.

나를 편안하게 하는 장소는 어디였더라?...

분명 어떤 시간들을 건너 오면서 내가 편안하게 생각했던 장소는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다.

여기서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건네본다.

이렇게 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이끄는 방법들도 따라서 해 본다.

침실과 주방의 정체성 고민과 그로 인한 변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나만의 시그니처 옷을 만들기, 엽서에 대한 코지, 라디오에 귀 기울이기와 바느질 등등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코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게 묻어 있고 정적일 수도 있고 때론 동적이기도 한 활동들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세상 속에서 나를 코지와 연결 짓기에 대한 내용 중에서 비 오는 날 구석자리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라는 문장이 역시 마음에 닿았다.

구석자리가 아니어도 좋다.

창이 넓은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비 오는 풍경, 빗소리만 보고 들을 수 있다면 그만한 코지가 내게 또 있을까 싶다.

자연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느끼는 바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안정이 밑바탕이 되는 코지를 여행에서도 찾고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과 안정에 대한 갈구, 설렘, 이런 감정들 속에서 코지를 찾을 수 있다 하니 잘 담아두었다가 여행을 가게 되면 찾아봐야겠더라는.

마지막으로 삶이 힘들 때 나아갈 수 있는 힘으로써 코지를 찾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예전에는 힘들어하는 친구나 가족을 위로하기가 어렵고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어가는 요즘은 위로 한 번, 따스한 말 한마디 진심 담아 건네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지...

가장 어려운 것이 힘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 괜찮을 것을 아는데 어떻게 괜찮냐고 물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위로이다.

복잡한 가정사로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오늘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참 어렵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어쭙잖은 위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니 차라리 아무 말 않겠다 싶은 생각을 할 만큼 판에 박힌 힘내라는 말도 미안해서 못하겠더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고민 중이다.

이 친구의 코지를 위해 내가 어떤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너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겠냐고 물어볼 생각이다.

상처가 났을 때 발라주는 연고인데 한 번 발라보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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