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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정근두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참된 설교자의 초상화를 보다
조준환
어느 날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 거기서 뜻밖의 신간을 만났는데 그 책은 다름 아닌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설교와 설교자>였다.
이 책과의 만남은 자그마치 10년 전 신학교에 입학했던 첫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목사와 설교>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설교가 무엇인지 아무런 지식도 없었던 신학교 초년생 때 읽은 책이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가슴 뭉클한 감동과 도전으로 기억되는 책이었다.
로이드 존스의 설교론을 전공한 정근두 목사님의 충실한 번역으로 새롭게 탄생한 책이기에 고민할 것 없이 샀고 그날로 바로 읽고 또 읽었다. 인간의 기억의 무능력을 절감하면서 마치 정말 처음 읽은 사람처럼 책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강연식의 문체를 그대로 살려서 번역한 탓인지 몰라도 내가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강의를 직접 듣는 학생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로이드 존스다움’이란 신조어를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매 장마다 ‘과연...’, ‘맞아...’하는 내적인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내용을 접하며 나는 다시금 이 투명한 설교의 거울 앞에서 나를 보게 되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내 사역이 참된 설교자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아니면 형편없이 어긋나 있는지를... 물론 후자 쪽에 서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며 뉘우치고 반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로이드 존스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 시대에 참된 설교자상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아서 내 모습도 그런대로 쓸 만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 뻔한 나를 구해주었기 때문에 마음 아픈 고마움을 느낀다.
유명한 화가의 대작을 보듯이 로이드 존스를 통해 나는 참된 설교자의 초상화를 보게 되었다. 이것이 내게는 ‘큰 바위 얼굴’과 같아서 계속 응시하고 바라보며 꿈을 키운다면 나도 그렇게 변하리라는 희망을 주기에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로이드 존스는 영혼의 의사와 같다. 그는 그의 시대와 현 시대를 불문하고 매 시대마다 변하지 않는 부패한 인간 본성의 문제 속에서 사람들이 설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적 병폐를 지적한다. 그 병폐 속에 함몰되어가는 설교의 진정성을 되살리며 그는 왜 설교가 교회의 최우선 과업인지를 본 강의를 통해 외치고 있다.
그 누구보다 교회사에 정통한 로이드 존스는 교회의 역사 속에서, 특히 부흥의 역사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불꽃같은 설교자들을 통해서 참된 설교의 권위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이런 권위 있는 설교가 어떤 것인가를, 또 어떻게 참된 설교를 할 수 있는가를 세세히 가르쳐 주고 있다.
로이드 존스에게 설교는 ‘설교문’과 ‘설교행위(전달)’로 구분되는데 그는 특히 설교행위에 있어서 성령의 기름부으심의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아무리 학식 있고 훌륭해 보이는 설교문을 쓴다고 해도 그 자체가 설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실제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의 전 과정에서 설교의 진가가 우러나온다고 말한다. 자신은 당시 유행하던 라디오 방송 설교의 요청에 끝끝내 응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통해 이런 설교에 대한 그의 신념이 얼마나 투철했는가를 알 수 있다.
로이드 존스는 설교의 필요성과 정의, 그리고 일반적인 특징과 특별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설교의 총체적인 면모를 이 책을 통해 가르쳐 주었다.
아, 책을 읽기는 쉽지만 이 내용을 소화시켜서 실제 설교에 적용하기까지는 얼마나 어려운가? 오늘날의 설교자 자신의 부족함도 문제거니와 현대교회의 회중의 수준 역시 이런 식의 설교에 얼마나 동의하며 이를 갈망할지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된 설교와 진정한 설교자를 향한 추구와 노력은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숙명적인 과제임을 깨닫는다.
책을 덮지만 이 책은 가르침은 덮여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내 마음에 울리고 퍼지는 메아리처럼 그렇게 살아있다. 누군가 기름부음이 있는 책을 가리켜 ‘그 책을 읽고 무릎 꿇게 되는 책’이라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분명 기름부음이 있는 책일 것이다. 지금 내가 무릎 꿇고 기도하게 되니 말이다.
“오 하나님, 외치는 자 많건마는 생명수를 말라있는 이 시대를 보시옵소서.
엘리사가 엘리야의 하나님을 외치며 간구했듯이,
오늘 저는 주께서 영광스런 교회 역사 속에 세우신 불꽃같은 설교자들이
오늘 이 시대 가운데도, 우리 조국 교회 가운데도 일어나기를 간구합니다.
이 땅 가운데 다시금 하나님의 말씀이 영광스럽게 달음질하며,
그 말씀의 권위가 혁혁한 권세로 친히 입증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