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 불안 또는 회의에 관하여
필립 얀시 지음, 정영재 옮김 / 좋은씨앗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필립 얀시의 글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그 속에서도 나름의 감동과 도전, 그리고 일깨움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 그렇다고 그가 가벼운 글들을 쓴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무거운 주제와 더불어 싸우는 사람이다. 다만 읽는 이의 편에서 그가 싸움 끝에 얻어낸 사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풀어놓을 뿐이다.

좋은 씨앗에서 <비망록>이란 제목으로 펴낸 <I was just wondering>이란 책은 필립 얀시가 <Christianity Toaday>에 1983년부터 기고한 월간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칼럼인 만큼 이 책에서 매우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나온다. 중요한 건 이런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필립 얀시가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이 책은 그를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어떤 관점과 견해를 가져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신앙인들이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고대와 중세와 근대를 거쳐 이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지금까지 축적된 역사의 의미와 현재 발생하고 변화되는 급변하는 세태 등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날이야 말로 신앙적 지성의 능력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맹목적 신앙 내지는 보수적인 신앙의 도피성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있다. 세상이 요구하는 무수히 많은 질문들에 대해 기독교는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점에서 필립 얀시의 글은 우리에게 먼저는 어렵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해 오는 세상의 질문들에 대해 생각할 것을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담겨 있다. 우주에 대해, 현대 과학 이론에 대해, 음담패설, 에이즈, 전쟁 기타 등등의 평소 우리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아니면 어렵게 생각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물론 필립 얀시가 이런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는 용감하다고 말해야 한다.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안에 총 44개의 칼럼이 있다. 그 속에 인간과 세상, 위인들, 성경 이야기, 내세에 대한 이야기들을 큰 주제가 담겨 있다. 내 부족한 기억력이 이 모든 이야기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의 독창적이 사고와 진지함, 그리고 성경적인 조망 등은 어떤 글 속에도 융해되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부족할 수는 있어도 그는 일관된 신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세상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생각해 본다. 내가 얼마나 무성의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내 지성의 활동하는 영역은 얼마나 편협하기 짝이 없는지를...

필립 얀시가 세상 속에서, 성경 속에서 끄집어 낸 중요한 화두들을 더 깊이 음미해 보고 생각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만물박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기엔 난 너무나 연약한 갈대이니까. 하지만 나는 또한 생각하는 갈대가 되어야 함을 잊지말고 포기하지 말자. 무지로의 도피가 참된 신앙인양 생각하지 말고 내 게으른 지성을 일깨워 이 땅을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과 더불어 씨름하도록 하자.

필립 얀시는 생각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를 본받아 나 또한 생각하는 신앙인으로 이 땅을 살아가도록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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