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메일 - 전 2권 - 기업 사냥꾼이 보내온 녹색 경고장
조주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시간을 잊고 몰입하여 1권을 읽었을 땐 M&A와 관련된 전문지식 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책을 폈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한 청년의 꿈과 사랑, 그리고 비정해 볼일 정도로 냉정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한 번 손을 댄 책은 단숨에 두 권을 읽어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안겨 주었다.

 

M&A를 통해 승부를 펼치는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선상에서 사는 존재들로 보였다. 이것이 아마도 작가의 의도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 경영 등의 내용을 획일화된 도덕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과 악의 기준의 상대화 혹은 정당화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다면적인 평가에 있어

M&A의 세계는 때로 한 인간의 윤리도덕적 판단을 넘어서는 승부의 세계란 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그 이면에 살고 죽을 수많은 민초들의 애환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이유는 이 소설이 그런 휴머니즘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것을 통해

M&A라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현상과 연루되어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것 같다.

 

최영준이라는 캐릭터는 단연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닥터 하이에나로 불리는 영준과 그가 경영하는 니코스홀딩스는 M&A 업계에 등장한 다윗이며, 그는 성경에서처럼 대한그룹이라는 골리앗을 보기 좋게 쓰러뜨린다. 혜성전자를 인수하는 과정세서 펼쳐지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흥미로운 줄거리다.

 

누가 어떻게 M&A는 '금융의 꽃'일 수도 있고, '기업 사냥'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 말해주는 건 이런 흐름과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고, 그 속에서 누가 더 정당한 룰을 가지고 악의적이지만 않은 M&A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악의적 M&A라는 것은 순전히 돈에만 눈이 먼 그야말로 기업 사냥을 의미한다. 이것과 대조적으로 주인공이 이끄는 투자회사의 M&A 방식은 쓰러져 가는 회사를 되살려 그 가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선의의 것으로 부각된다. 이런 점에서는 M&A 상에도 어느정도 목적과 수단에 있어 선과 악의 구도는 있는 셈이다. 다만 그것이 윤리 도덕적 구분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 뿐이다.

 

한 인간의 사랑과 꿈, 그리고 짧디 짧은 인생살이 동안의 성공과 실패 이 모든 중요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단지 M&A와 관련된 전문 소설로만 평가하기에 더 묵직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는 소설의 주된 흐름을 M&A를 중심으로 진행시킴으로써 소설의 박진감을 살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초연한 한 인간의 사랑과 꿈 역시 끝까지 살려내는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 특정 기업의 비리와 문제만이 아니라 기업의 생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일각연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아 그래서 이런 거구나'하는...

 

이 작품이 처녀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작가는 더욱이 문학수업과는 거리가 먼 M&A 전문가라고 한다. 현장에서 M&A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을테지만 작가와 같이 이것을 재미와 감동으로 엮어 나가 묵직한 장편소설로 재탄생시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작가의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작가에게 박수와 관심을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