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내가 본 책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는데(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림이 좀 달라진 듯하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장에 가서 무명 한필과 이야기 한자리를 바꿔오라는 데서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장에 가선 공 치고 돌아오는 길에 정자나무 밑에 앉아 쉬던 빨간코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배우고 집으로 온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배우는 과정이 재밌다. 논바닥에 앉은 황새를 따라하는 빨간코 아저씨와 할아버지 모습이 매우 익살스럽다. 이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책인데 배워온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해주는 사이 도둑이 할아버지집에 들게 되고 도둑의 행동에 맞춰 이야기가 전개되자(훨훨 온다, 성큼성큼 걷는다, 기웃기웃 살핀다...) 도둑은 그만 제풀에 무서워져 도망을 간다. 도둑이 왔다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두 노인은 즐거워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영근이는 별로 좋아하질 않았다. 아마도 그림이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다.
이야기도 좀더 흡입력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재밌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