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 이라는 제목과 파스텔 톤의 예쁘고 귀여우신 표지는 이 책은 일본의 학창 로맨스물이야~라고 온 몸으로 부르짖는거 같았다. 게다가 저자는 이제 84년생이다. 혹시 일본의 귀여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니의 책도 표지만 이쁘기 때문에....(내용은 안 이쁘다. )
하지만 귀여니의 책과 이 책의 차이점은 이 책이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단 점이다. 귀여니의 책이 동인 문학상, XX일보 신춘문예 수상을 할 일은 없기 때문에 저자가 일본의 귀여니라는 오해에선 벗어나게 되었다.
헉 게다가 표지 안쪽의 저자 사진은 초절정 상큼 미녀이지 않은가.....작가가 예쁘다고 글이 좋은건 아니지만 나쁠건 없다. 예뻐서 나쁠건 없다 생각한다. (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핑클, 쥬얼리, 베이비복스 등의 여자 가수들을 단지 이쁘다는 이유 하나로 좋아했었다. 고로 작가가 이쁘다는건 내가 그 작가의 책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다.)
이 책은 흐름이 빠르다. 표현도 살짝 유치할 정도로 감각적이다.세세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문장이 짤막하기도 하고, 누구나 겪어 봤을법한 순간들을 풀어 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5명씩 조를 짜라고 했을때 누구랑 같은 조를 하지? 내가 들어갈 조가 없진 않을까? 고민하는 그 어색한 순간들......고등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늘 일어나는 일이다.직장에서, 대학을 가서도, 심지어 아줌마들이 심심풀이로 치는 고스톱 판에서도 말이다. 사실 나도 내년에 있을 실습조 편성때 아이들이 내가 공부를 못한다고 나를 받기를 꺼려 할까봐 걱정이다. 하츠처럼 냉소적으로 굴어야 하나? 니나가와처럼 아무 관심없다는 척 해야하나...흐흑 ㅡㅡ;
주인공은 왕따와 오타쿠이다. 친구와 같이 있으면서도 이 녀석과 나는 진짜 친구일까 의심하고 자기 자신의 틀에 갖혀있는 사람들. 우울한 소재이긴 하지만 이책이 상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외톨이들이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냉소적이고 열등감에 차 있는 주인공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스럽다. 그렇다고 주위의 사람들이 마냥 기다려주고 착하게 굴어서 감동받아 왕따에서 벗어난다는 얘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수행을 하며 뜻을 깨닫는 승려처럼 조금씩 조금씩 세상과 공감하는 주인공들의 성장일기 같은 것이다. 어쨌든 우울하게 시작하던 이야기가 희망적으로 끝을 맺으니 참으로 맘에 든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야!! ㅡㅡ;;)
세상에 날 위하는 친구는 하나도 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싸이에 들어가봤더니 친구가 나만 쏙 빼놓고 다른 친구와 놀러가서 배신감에 이를 가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덧붙임:책도 얇은데다 활자도 커서 술술 읽히니 시간때우기 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책값도 비싸다. 그치만 예쁘니까 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