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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평점 :
왜 첫 리뷰가 바우돌리노일까? 최근에 읽은 책이 이것밖에 없어서다. 움베르토 에코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건 사실 그렇게 즐겁진 않다. 일단은, 중세 기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에 술술 읽히지가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를 알게 된 건 사실 책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열렬히 싸랑했던 크리스찬 슬레이터 (이름도 멋있다....냥~)가 나오는 "장미의 이름"이란 영화를 보고 나서다. 영화 자체도 잼나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추리물! 영화를 보고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환상이 점점 커져갔다. 또 그는 기호학에도 일가견이 있다한다. 기호학이라니...뭔가 있어보인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바우돌리노이다.( 물론 장미의 이름도 읽었죠~그러나 영화의 후광을 입고 나에게 선택된 녀석이라 제외) 먼저 와 닿은건 "대중적"이라는 책 소개였다. 대중적=재미 라고 생각한 나는 얼마나 잼날까 두근두근하며 책을 펼쳤으나
아......한 서른 페이지 읽으니 졸리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라는 사람이 언제적 왕이었지? 이름은 들어본거 같은데.... 그렇게 잘나가던 넘이었나? 고등학교 세계사 책을 다시 찾아봐야 하나? 읽을까 말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주인공 바우돌리는 언어와 이야기 지어내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는 총각으로 왕의 총애를 입고 존재하지도 않는 요한 사제의 왕국을 찾아 신기하고 잼나는 모험을 하는게 대강의 줄거리이다. 상권에서는 상당히 이야기가 늘어진다.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이야기는 니케타스에게 바우돌리노가 자신의 모험을 얘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바우돌리노가 왕후가 자기를 사랑했다는둥 자신이 고향을 구했다는둥 얘기하는데 니케타스는 맘속으로 "저 새끼 완전 구라쟁이잖아" 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사실 책의 지루함보다 바우돌리노 자랑질이 연타로 이어지는게 더 짜증이 났다. (난 잘난척하는거 듣는게 젤 싫다. 비록 허구의 인물이더라도.....)
번역도 맘에 안드는데 몇몇 부분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었고, 원작에선 사투리로 이야기를 전개한 부분이 있다 했는데 (바우돌리노가 촌놈인지라 처음에 사투리를 썼을듯)표준어로만 번역을 해 놓으니 사투리 부분은 그냥 사투리라 생각하고 읽어야 했다.
우리나라 충청도 사투리나 경상도 사투리를 이용해서 번역을 해도 좋았을거 같다.(가만 생각해 보니 바우돌리노가 로버트 할리나 미즈노 교수 이미지로 굳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할수도 있겠다.ㅡㅡ;)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면 안된다. 하권에선 왕국을 찾아 가는길에 온갖 이상한 부족을 만나고 왕의 죽음을 둘러싼 판타스틱 미스테리 스릴러와 보물을 냉큼 훔쳐 달아난 놈이 누군지 궁금하게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상권에서 워낙에 지루하게 해 놔서 그런지 하권가면 갑자기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어쩌면 기대치를 낮춰놓고 하권에서 만회하려는 에코의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ㅋㅋ 어쨌든 하권은 잼나니 한번 읽어볼만하다. 하지만 하권을 읽기 위해선 지루한 상권도 읽어야 하니 좀 그렇다.
상권을 읽고나면 조금만 잼나는 책을 봐도 엄청 재미있게 느껴지니 지금 읽는 책이 재미없는 사람에게 강추하고 싶다.
덧붙임-그나마 에코 특유의 "방대한 지식 늘어놓기" 는 좀 덜하다. 그래서 대중적이라고 그러나?
어쨌든 에코는 잘난척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