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혜원세계문학 21
E.A.포우 / 혜원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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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초자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재미있어한다. 그런 인간의 심리 때문에 여전히 온갖 귀신에 관한 이야기, 과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들이 영화와 소설로 다루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는 듯 하다. 현대에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공포' 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작가는 스티븐 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환상적인 분위기의 공포물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에드거 앨런 포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검은 고양이' 야말로 그런 류의 작품들 중에서도 정점에 위치하는 소설 중 하나라고 본다.

특히 이 소설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은 주인공이 담담하게 술회하는 구성으로 자신이 타락해 나가는 과정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직접 묘사해 나가면서,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의 처지가 되어 검은 고양이의 끔찍한 복수를 당하게 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비바람 몰아치는 새벽녘에 읽었는데, 책장을 덮었을 때 귓전에 고양이의 섬뜩한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아서 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생생한 느낌을 받으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무너져 내린 회벽 안에서 나를 노려보는 시체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우는 새까만 고양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오싹함을 느끼며 저절로 몸서리를 친다. 사실 현대에는 어느 정도 진부해진 스토리이고, 내용이 워낙 잘 알려져서 무서울 것이 없어야 할텐데도 불구하고 '검은 고양이' 는 읽을 때마다 으시시하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포우가 쓴 공포물 모두가 그렇다. 포우의 글이 말초적인 공포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무언가' 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검은 고양이' 말고도 '적사병의 가면무도회' 나 '어셔 가의 비극' '아몬틸라도의 술통' 등도 훌륭하면서 무서운(?) 단편들이다. 그리고 '도둑맞은 편지' 나 '모르그가의 살인' 은 세계 최초의 추리소설들로 뒤에 나온 수많은 추리소설들을 능가할 만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무덥고 잠 안오는 여름밤에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픈 작품들이다. 아마 책 한권이 선풍기나 에어컨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에도, 바깥에서는 고양이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게 환청인지, 아니면 실제로 고양이가 울부짖는 소리인지... 글쎄,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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