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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ㅣ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소화 / 1997년 10월
평점 :
품절
<만년>은 다자이 오사무가 백 편의 습작 소설을 불태우고 나서 쓴 역작이다. 내가 <만년>을 읽은 것은 왕성한 식욕과 수면욕, 그 외 갖가지 욕망들에 괴로워하던 때였다.
그는 자살했고, 늘 죽음의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소설을 썼지만, 그 속을 가만 들여다보면 '살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만년'이라는 두 글자 위에 올라앉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꽃이 피고 지고 하는 봄날에 <만년>을 읽었고 다자이 오사무처럼 '나는 과연 노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그는 노인이었다, 로 시작하는 단편 <역행>의 충격.
퇴근 길에 가끔 <만년>을 읽는다. 그리고 내 생의 오후가 멀리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