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리스의 신비 세트 - 전4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그런 게 있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

일종의 코마라고 불리는 의학적 죽음의 그 상태를

나는 '오시리스의 신비'에서 보았다.

죽음을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라 생각한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이 이집트를 죽은 자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오시리스의 죽음은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며, 진행이다.

이 소설의 결말도 그렇다.




부활이라는 주제는 그 자체로 눈부시다.

이집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로서는

그것이 멀게만 느껴지고, 꿈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그런데 이집트학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크리스티앙 자크의

'오리시스의 신비'에서는 죽은 자의 부활이 가능하다.

고대 종교와 제의에 관심 있는 나로서는

그러한 파라오에서부터 일반 백성들까지 널리 퍼져 있던

그 믿음의 실체가 몹시도 궁금했었다.

그리고 자크의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힘은 죽은 자가 스스로 망각을 거부하는 것이며

그를 지켜보는 자들이 생명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명의 에너지는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아비도스의 여사제 이시스라는 캐릭터는 남자인 나로 하여금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남편 이케르를 죽음의 벌판에서 데려오기 위해 이집트 전역을 돌아다니며

부활 제의에 필요한 오시리스의 유체를 주워 모으는 장면들은 너무나 고전적인

사랑의 필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재생시키는 순간 사랑은 죽음마저 감기로 치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산한다.

이 소설은 그 사랑의 힘에 대한 감동적인 찬가로 읽히기도 한다.

나는 그 점이 좋았다.




소설에 나오는 갖가지 음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

치밀하다는 말밖에 달리 더 할 말이 있을까.

특히 이집트의 젖줄이자 생명이고, 풍요로움의 상징이며 동시에 재앙의 원천인

나일 강은 오시리스의 신비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

나일 강은 이집트의 안전과 영속을 희망하는 파라오와 이케르의 편이었다가

다시 안티프로타고니스트인 예고자와 그의 무리들의 편에 서기도 한다.

적들은 나일 강을 타고 흘러들고, 이시스는 나일 강을 타고 남편을 찾아 나선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이 신작은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소설이다.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뛰어남을 증명한다.

이제 바야흐로 봄이다.

죽음의 계절에서 생명의 계절로 돌아섰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생명이 움트고 있다, 깨어나고 있다,

3월이 되면 거리마다 산들마다 오시리스들이 꽃을 피울 것이다.

4월이 되면 나도 사랑의 오시리스가 되고 싶다.

오랫동안 먹빛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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